9) 대안삼림공원(大安森林公園 Daan Forest Park)
‘타이베이시의 허파’라고 칭송되는 대안삼림공원은 26개의 축구장 크기란다. 1994년 3월에 개장한 대안삼림공원은 다양한 수목으로 삼림의 요채를 극대화시키는 테마공원이다. 산책로 주변에 노랑 불꽃나무, 녹나무, 페이퍼바크 나무, 벵골보리수 나무 그리고 대만 풍나무 등 아열대수목을 식재하여 수목전시장인가 싶었다.
공원 안을 각종 테마지구별로 분류하여 가꿔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분위기 있는 산책의 행복을 즐기게 하였다. 은은한 향기에 취하며 소요하는 꽃향기 그윽한 숲엔 치자화, 칠리향, 물푸레나무 등사계절 내내 향기를 뿜는 나무가 꽃과 향을 지핀다. 또한 연못엔 울창한 푸나무 숲으로 우거진 2개의 작은 섬에 있다.
그 섬엔 수십 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어 하루 종일 수선을 떨면서 짝짓기와 먹이사냥터 싸움질 퍼포먼스에 산책객들을 즐겁게 한다. 생태연못 안에서 유유하게 헤엄치고 있는 잉어 떼와 자라와 물고기들은 아예 사람들 그림자를 미행하듯 따른다. 이따금 산책객들이 입질할 것들을 던져주는 탓일 테다. 물고기들이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놈은 새들일 것이다.
새들은 나무 위에서나 호수 가에서 죽은 듯이 있다가 사정거리 안에 든 고기를 낚아채는 물고기킬러들이라. 60여종이나 된다는 놈들의 생존의 기술(?)에 눈 팔다보면 시간은 저만치 달아나고! 호수에서 젤 행복한 놈은 자라(남생이)인 듯싶다. 한 놈이 호수 속에서 수면으로 나와 쉼터에 올라오면 뒤따라 줄줄이 기어오르느라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 여러 마리가 엉켜 등에 올라 짝짓기를 하는지 자리다툼 하는지 묘연한데, 그 난장판이 곧장 요지부동해진다는 게 알쏭달쏭했다. 호수에 천적이 없으니 놈들 세상이 아닌가 싶었다. 자라와 물고기와 새들의 일상에 눈팔다보면 나도 어느새 놈들의 일상에 빠져든다. 도심 속에서 동물의 생태관찰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이 어디 말같이 흔하지 않아서 말이다.
청설모는 아예 산책객 주위를 빙빙 돌면서 빚진[모델료]것 내놓으란 식의 약을 올리고, 나비들은 훨훨 데이트를 하다가 자랑하듯 섹스파티를 하느라 봄날이 짧다. 뿐이랴,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저마다 춤 자랑하느라 몸 비틀기에 혼신이고, 대나무밭엔 마죽(麻竹), 금사죽(金絲竹), 녹죽(綠竹)등이 무리를 지어 어필한다.
수많은 나무들의 천개의 얼굴과 만개의 몸짓을 사열하듯 소요하는 대안삼림공원 산책은 타이베이시민들이 누리는 천혜의 행운이라 하겠다. 예술가 양잉펑(楊英風)님의 염주를 손에 든 관음보살의 입상이 여기가 낙원이란 걸 주지시키나 싶게 산책객들은 끼리끼리 모여 시간이란 공간에 추억을 수놓는다. 야외음악당에서 어느 솔리스트가 다듬는 목청은 결코 공허하지 만은 안했다.
잔디밭에 세상에서 젤 편한 자세로 누운 커플이 그림 같고, 영산홍축제를 즐기는 상춘객들의 들뜬 모습이 어린애 같은, 그런 그윽한 운치와 낭만이 묻어나는 대안삼림공원은 자릴 뜨고 싶지 않았다. 호수의 새들은 뉴욕센트럴파크보다 더 많고 생동감 있으며, 테마공원의 매력은 우리네 창경궁보다 훨씬 돋보였다. 땅덩이가 우리의 반쯤 되는 대만인데 잘도 요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2023.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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