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동먼시장 (東門市場) & 신주가일화시(新竹假日花市)
지하철 2번 또는 5번 출구로 타이베이 재래시장 중 하나인 동먼시장(東門市場)에 들어선다. 시장입구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분위기는 시간이 반세기 전쯤에서 멈춰버렸나 싶었다가 진열된 상품들이나 호객행위를 접하면서 진짜 재래시장에 왔구나하고 호기심의 눈초릴 뜨게 된다. 상점이나 가판대는 세월의 때가 닥지닥지 배여 남루할 정도인데 시장골목천정에 매단 등불들이 강열하게 밝히며 상품을 돋보이게 한다.
마치 축제장에 들어선 조금은 달뜬 기분이 든다. 한두 평 남짓한 매대(賣臺)에 진열된 상품들은 눈에 익힌 것들과 낯선 것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과일 말고는 솔직히 울`부부의 구매욕을 자극하진 못했다. 가판대를 장식하는 풍성한 먹거리들은 금방 조리한 것들이라 구미당길 만한데 식욕은 일지 안했다.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한 풍미와 기름기를 울`부부는 즐기지 않은 편이다.
길바닥 난전에 보따릴 풀어놓은 영세상인들의 농수산물이 신선하고 저렴하다 싶었다. 모든 물가는 우리네와 엇비슷 아님 좀 더 싼 듯싶다고 아내가 고갤 끄덕였다. 우리가 고작해야 사 먹은 건 밀감이었는데 국산밀감 보다는 당도와 신선감이 아주 좋은 딴 종류일 것이다. 껍질에 상처자국이 많고 때깔이 곱질 않아서 값이 싼 걸로 3kg를 사 백팩에 넣어 짊어지고 다니면서 음료수 대용으로 먹었다.
오늘 우리가 알고 싶었던 쇼핑주안점은 곡물류농산물이었다. 참깨, 녹두 ,팥 종류의 값을 알고 싶었는데 쌀과 밀가루 등의 주식곡물전문점만 보였다. 재래시장 뒷골목은 어느나라나 요지경 속이지만 남문시장 뒷골목은 아수라장 이었다. 비좁은 골목은 2~3층의 낡은 건물들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붙어있고, 무허가(?)건물 내지 덤터기 구조물들이 공간을 어지럽게 점령해 뭔가 불안하고 흉물(?)스럽기도 했다.
전선을 비롯한 온갖 선(線)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햇볕은 포도시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골목을 밝히기도 힘 부칠 정도였다. 만약에 불이라도 나면 어찌될까? 상상하기도 싫은 소름기가 돋았다. 그래도 백 몇 십 년을 용케도 버티면서 가계전통을 이어온 상인들은 단골손님을 유치해 오늘에 이르렀을 테다. 신뢰와 품질로 승부한다는 대단한 상인정신이 부러웠다.
남문시장건물은 세월의 때깔이 눅눅한 게 골동품처럼 아껴온 손때일 테고, 상인들 또한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고풍스런 품위를 지키려는 긍지의 삶이 아름답게 보이는 거였다. 그들은 상술로써의 친절이 아닌 순박한 인간미를 풍기는 밝은 표정으로 자부심을 파나 싶었다. 상호간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우린 그걸 공감할 수가 있었다.
오후 1시쯤 되자 슬렁슬렁 매장을 정리하는 상인이 눈에 띄었다. 전통시장인데 오후엔 파시하는 점포가 많단다. 남문시장에서 용강 소공원 쪽으로 오다보면 맛집들 앞에 길게 줄서있는 풍경이 눈에 띈다. 대게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인데 우리나라관광객은 옷차림새가 달라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글고 울`나라사람들 이목구비가 돋보인다. 근처에 마사지업소가 있는 걸 봐 관광코스인가 싶었다.
울`식구도 여기서 전병과 딤섬으로 시장기를 달랬다. 저만치에 홍콩배우 임청하(林靑霞)가 단골로 드나들었단 둥먼싱지(東門興記)란 딤섬가게도 보였다. 용강 소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로 입가심하는 쉼의 순간을 즐겼다. 여기 산황마(山黃麻)란 나무는 키 크고 비틀기를 좋아해 제멋대로 휘어진 곡선미를 보면 볼수록 멋지다. 그 멋진 폼 탓인지 가로수와 공원에서 자주 마주친다. 산황마는 태생적으로 정원사 디엔에이를 갖고 있던지 아님, 태양을 향하는 열정의 화신이지 싶다. 2023. 03
신주주말꽃시장(新竹假日花市 Hsinchu Weekend Flower Market)은 토`일요일 오전8시부터 오후7시까지 이틀간 신주시립 경기장과 동물원과 여지(麗池)연못에 둘러싸인 신주공원 길가에서 벌리는 축제 같은 난장이다. 울`식구들은 베란다에 한쪽에 상치, 토마토, 깻잎 등의 푸성귀를 심자고 찾아 나선 장날이었는데 상춘을 즐긴 한나절이 됐다. 신주공원은 운동장과 연지를 끼고 있어 소요하기 좋아선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꽃시장엔 온갖 꽃과 나무, 씨앗과 모종, 화분과 부식토는 물론 먹거리와 일상용품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장날이었다. 운동장에선 끼리끼리 약식경기 한판을 벌려 떠들썩하고, 먹거리 장에선 지지고 볶고 마시고 떠드는 시민들의 축제날이지 싶었다. 게다가 관광객들까지 모여들었으니 상춘제(賞春祭) 한마당이 걸판지게 펼쳐진 거였다. 여지연못은 규모는 작지만 풍류가 넘치는 아름다운 경치에 소요하기 좋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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