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신주 난랴오 어항 (新竹南寮漁港 Nanliao Fishing Harbor)
큰애커플이 오늘 바닷가나들이를 가잔데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뒤꽁무니 뺀다. 섬처녀 아니랄까봐 ‘바다라면 뒈지게 질렸다’고 나름 핑계를 대면서였다. 그나저나 아낸 여행체질이 아니란 걸 알고 있는 우린 시큰둥한 채 외출준비를 한다. 못이긴 척 따르는 게 아내의 전매특허(?)다. 훈이 말로는 난랴오(신주어항)항구는 대만 서북어항으로 수산물시장과 먹거리`플랫폼이 유명하고 넓은 잔디광장에서의 연날리기가 인기란다.
울`내외가 날마다 트레킹 하는 투첸강이 바다와 랑데부하는 해안선과 낙조가 일품인데, 거기 자전거대여점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해안선17km를 질주하는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단다. 해안의 사구는 마치 사막을 횡단하는 기분이 드는데 다만 바닷바람이 거세지 않아야 한다나? 난 귀가 솔깃해 채비를 서둘렀다.
난랴오 항구는 청나라 때 국제무역을 활성화하려고 1731년 신주 투첸강 하류에 건설한 항구로 1980년에 현재의 어항으로 거듭나 태평양에서 조업하는 어선의 정박항구다. 국제 연 공원 (國際風箏場)의 잔디밭에선 날씨만 좋으면 연날리기 인파로 난장을 이루고, 긴 모래조간대와 바다경치는 낭만족들의 필수코스다.
잔디광장에서의 연날리기는 인기 만점으로 해년마다 국제연날리기 대회가 열린단다. 울`집에선 승용차로 채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난랴오항구는 어항인지 바닷가 놀이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로 뒤덮였다. 주말이라 관광객이 더 많을 테지만 포구엔 정박한 어선들 이외 입출항 하는 배도 안 보인다.
잔디광장에선 기상천외한 연들이 공중에서 센바람에 높이 활공하질 못하고 곤두박질 일쑤고, 사람들의 아우성은 드넓은 광장을 맴돈다. 난리법석도 이보다 더 할 수가 없을 듯싶다. 매년 2월엔 국제 연날리기대회가 열린단다. 근디 금년 2월26일 3살 여자어린이가 연줄에 옷이 걸려 하늘로 날아간 사고가 났었다. 얼마나 바람이 강했던지 어린애는 7피트상공에서 30초 동안 날려갔다고 뉴스에 났었단다.
정말 오늘도 바람은 셌다. 단 몇 분간도 온전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상야릇한 연을 제법 공중 높이 띄우는 사람도 있다. 우린 텐트 수십 개를 연결해 놓은 듯싶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통로 양편의 부스에선 각양각색의 먹거리를 조리해 팔고 있고, 손님들은 먹거리을 거기서서 아님 슬슬 걸으면서 먹는다.
각종 요리냄새와 사람들 냄새와 소음 속에서 일행이라도 헤어지면 애간장 태우기 마련이다. 화장실 갔다가 외톨이 된 나는 휴대전화소리도 안 들려 낭패를 봤다. 빨리 바닷가로 가고 싶은데 식구들은 어시장쪽을 향한다. 회단지에서 시장기를 때우잔다. 싱싱한 활어와 신선한 횟감이 식욕을 자극하여 손님을 붙잡지만 나는 애시당초 이런 난장의 음식을 좋아하질 않는다. 아마 술을 잘 안 마셔 포장마차출입을 안 한 탓이려니.
해도 훈이가 이것저것 사서 권하는 통에 배를 채웠다. 포구엔 많은 어선이 정박해 있었다. 강풍 탓인지 입출항 하는 배도 없고, 물고기 하역작업도 안 보인다. 해안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싶어 얘길 꺼내자 강풍 땜에 안 된단다. 모래사구에 가기도 전에 모래폭풍에 휩쓸려 몇 미터도 헤쳐갈수가 없을 거란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난랴오 항구의 북방파제를 걸으며 등대까지 가보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다. 어항은 본래 타이둥과 그린 아일랜드 사이를 내왕하는 통근보트가 정박지였다. 남 다우산과 우 터우 산 사이에 노스 다우 산이 있어 유명한 다우 호스트(Dawu Horst)의 절경은 물론 석양의 노을구경도 담으로 미루고 귀로에 들어섰다. 갈수기로 날씬해진 투첸강 물길에 눈 팔면서 아쉬운 하루를 접어야 했다. 2023.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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