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국립칭화대학(國立清華大學)에서
대만에 가면 국립칭화대학교를 찾아간다는 게 보름이 지난 오늘 드디어 캠퍼스에서 아장댔다. 신주(新竹)시내 교통은 자가용 내지 오토바이가 없으면 걷는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중교통이 열악하다. 시내버스노선도 중요도로 몇 군데에 배차시간도 반시간이상이 보통인 듯싶다. 그래 시내에서 택시나 시내버스 보기도 어렵다. 공용자전거카드만 있으면 자전거주차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서 주차시키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 교통체계냐.
잘 정비된 자전거전용도로 탓에 일주일 전에 자전거를 타고 칭화대학 방문길에 나섰다가 고생만 하고 되돌아섰었다. 자전거전용도로가 고가도로에선 오토바이와 혼용하며 교차로에선 흐지부지 된 땜에 씽씽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쌀에 오금이 저리기까지 했다. 4중고가교차로에서 잘 못 든 방향 탓에 U턴할 수가 없어 얼마나 헤맸는지 포기해야 했었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고가도로교통사고라도 나면?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고가도로교차로에서 잘못 진입해 엉뚱한 길로 나오면 U턴할 수도 없고, 고가도로 끝에서 재진입하다보면 헷갈려서 어리벙벙해진다. 오늘 쥴이랑 함께 버스를 이용키로 했다. 이사 온지 한 달 남짓인 쥴도 칭화대 방문이란 첫걸음에 들떴지만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182번버스가 들어서나 싶었는데 휙 그냥 지나가버린 황당함에 우리 모두 손가락질하면서 씨부리만 했다. 다시 반시간쯤 기다려야 하나?
쥴이 근처 신주역에서 열차로 한 정거장가서 택시로 갈아타잔다. 그렇게 우린 칭화대정문 앞에 섰다. 괴상하게 생겨먹은 거목들이 환영이라도 나온 듯 열차세로 우리를 또 당황스럽게 한다. 이엥나무들이 뿌리를 실타래 엉키듯 지랄이고, 거추장스런 수염뿌리를 산만하게 늘어뜨린 채 우리를 맞는 게 아닌가! 마치 신비스런 정글 숲 입구마냥~. 아열대식물 울타리 속의 국립칭화대는 정문에서부터 별나다 싶었다.
넓고 깔끔한 잔디밭은 야자수를 열병세운 채 캠퍼스는 띄엄띄엄 열대 숲속의 건물로 사통오달이다. 신주시내에선 잘 눈에 띄지 않던 젊은 학생들이 무리지어 어슬렁대는 모습이 과연 캠퍼스 같았다. 무성한 아열대식물들이 빼곡한 캠퍼스는 싱그러운 공원 같고 학생들은 산책을 즐기는 한량들 같다. 기대했던 성공호(成功湖)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가림막을 휘둘러 처서 안타까웠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문 몇 자 아는 내가 찬청(饌廳)이란 안내판을 보고 시장기를 때우러 대학구내식당을 찾아들었다. 점심시간이라 큰 홀은 만원이다. 쥴이 맥도널드햄버거 숍에서 햄버거와 음료(1인당 8,000원)를 주문해 먹었는데 대학구내식당에서의 식사가 기억도 가물가물해선지 맛보다 분위기에 더 흐뭇해졌다. 이역만리 칭하대에서 새파란 청춘들 틈에 끼어 먹는 점심 맛과 분위기! 이런 게 여행의 매력이고 소소한 행복일 터였다.
대만국립칭화대가 진짜 원조 국립칭화대다. 베이징 칭화대의 전신인로써 오늘날 대만의 위상을 드높이는 대만경제의 인재산실이란 점이 나를 매혹시키고 있음이다. 신주에 있는 국립칭화대학교는 애초에 베이징에 있었는데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 오면서 옮겨와 1956년 3월 2일 국립칭화대학교로 재탄생한다. 10개 단과대학에 26개학과와 28개의대학원에 15,000여 학생을 품은 대만 톱클래스대학이다. 그들 속에 파묻혀 햄버거를 씹고 있다!
칭화대는 특히 이공계대학이 유명하고, 핵과학대학은 타이완의 핵에너지 평화이용을 연구하는 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대만정부가 신주과학단지에 ITRI를 설립한 이후 대만판 실리콘벨리가 됐는데 칭화대 이공계학생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단다. 칭화대·교통대·TSMC·UMC·미디어텍·리얼텍 등 대학·기업의 산학연은 하이테크 산업 발전의 메카로 세계1위 TSMC 파운드리 회사를 창업하여 세계의 반도체공장이라고 회자된다. 큰애 윤이가 여기 실리콘벨리에 있다.
윤인 MS에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구축을 위해 파견근무중이라 울`식구들이 오늘 칭화대에서 얼쩡대고 있음이라. 대만은 TSMC 파운드리 세계시장의 53%의 점유하며 미국의 애플`인텔`퀄컴`엔비디아 등 IT산업은 모두 TSMC의 고객이다. 중국도 TSMC개발에 사활을 걸면서 대만의 TSMC 파운드리를 짝사랑하며 윈윈하기를 갈망한다. 만약 대만 TSMC가 멈추면 세계의 반도체공장은 올`스톱 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지들 편에 있기를 목매다는 소이다.
삼성의 TSMC 파운드리는 대만에 이어 세계2위다. 우리정부도 삼성 TSMC로 미국과 중국에 등거리외교를 하면서 얼마든지 실익을 챙길 수가 있다. 바이든 비위맞추는 쪽팔리는 짓 안 해도 되고, 그런 미국을 팔아서 시진핑의 눈치 안 살피며 실리외교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미`중의 국수주의외교로 몽니부리는 술수를 단호히 거절할 수가 있겠다. 우리의 TSMC 파운드리가 미`중 그들한테 외교의 ‘계륵’일 수가 있다.
윤석열정부는 미국과 중국한테 ‘계륵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 머잖아 미`중이 TSMC 파운드리 자급하는 날엔 우린 찬밥에 도토리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실리콘벨리의 산실인 칭화대를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국립칭화대학교는 909년에 발생한 의화단사건으로 미국이 청나라에서 받는 배상금 3,000만 달러를 1,000만 달러만 받고 2,000만 달러를 재미중국유학생들의 장학기금으로 사용함에서 설립의 싹이 텄다.
그렇게 베이징에 설립된 칭화대학교엔 미국의 과학교사들이 파견되고 졸업생은 미국대학에 편입생이 된다. 1925년 대학학과(중국연구센터)가 편재되고, 현재는 베이징` 대만국립칭화대학교 양교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칭화대학교는 노벨물리학상 두 명(양첸닝과 리충다오)과 노벨화학상(유안쩌리)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유명학교가 됐다.
대학은 젊은이들의 기상과 이상이 넘치면서 교감이 빚는 창의력 탓에 상아탑이라 부른다. 나라의 내일이 캠퍼스에서 잉태되어 신성한 곳이기도 하다. 우린 오후에 다른 스케줄이 있어 남쪽캠퍼스를 다음에 탐방키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3월의 연둣빛 캠퍼스는 신선하고 풋풋한 사랑의 기운이 넘친다. 젊음과 열정이 생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요람이란 생각이 드는 신성한 곳이다. 2023.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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