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베이 시(Zhubei City) 리터우 산(犁頭山)트레킹
타이베이 주베이(Chizhou)시의 아침은 엷은 햇살이 안무를 비집으며 차가운 바람 등을 타고 여명을 밝히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빛이 시가지의 구름을 훠이훠이 몰아내자 잠자던 세상도 기지개를 편다. 13층 마당에서 조망하는 주베이시는 신흥도시답게 여유로운 녹지공간을 살린 깔끔한 기획도시 같다. 인접한 신죽시(Hsinchu)에 TSMC 본사와 공장 등 IT관련 공장과 기업이 집중하여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반도체첨단산업의 메카인 이곳은 대만 판 테크노 밸리로 두터운 중산층이 주류인 도시일 거란다. 타이위안과학기술단지(台元科技園區)와 창이기술산업단지(昌益科技產業園區) 등의 여러 하이테크단지가 형성되어 있고, 또한 대만대 부설병원과 연계된 바이오의료산업도 주요 산업 중 하나란다. 주베이 신도심에 속속 대형상업 시설들이 들어서고 빅`시티백화점과 원동백화점 주베이점이 들어섰다나.
울`식구들은 오전에 시내관광을 하면서 빅`시티백화점 쇼핑도 했다. 신주구 주베이시는 첨단 반도체산업으로 대만의 부를 창출하는 선도적인 도시이다. 주베이 신도심은 자연친화적인 쾌적한 도시다. 시민들도 친절하고 뭔가에 쫓기다시피 바쁘게 활동하는 서울시민들 보다는 느긋한 여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일부 조급증 걸린 운전자들 탓에 횡단보도에서 조마조마할 때가 많긴 하다.
주베이 시내 운전자들은 좌`우회전시 일시정지를 무시할 때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좌`우회전시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하는 우리네 교통문화가 새삼 자부심이 들었다. 시 외곽지역의 농촌모습과 들녘은 아련한 향수 속에서 평안과 치유의 순간에 들게 해 한 없이 걷고 싶은 낭만의 시간이다. 재개발(?)에 묶여서일까? 시간이 정지 된 옛 농촌풍경을 유지하고 있어 푸근한 고향들판을 거닐고 있는 듯했다.
묵전이 된 채 온갖 풀과 야생화가 흐드러진 들녘은 내 어릴 적의 시골의 봄 풍경을 그대로 차환하고 있었다. 넓은 묵전의 야생화는 붉은 나문재 - 경징이 풀인가? 뭉텅뭉텅 무리 진 토끼풀이 하얀 꽃을 내밀고, 찔레꽃이 바람결에 춤춘다. 논엔 물을 가득 채워 모내기준비를 하고, 텃밭 정리하느라 바지런한 농부의 굽은 허리에 봄 햇살이 쏟아진다. 벌`나비가 떼 지어 춤추는 농촌들녘에 봄은 절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다만 하나 얼굴 찌뿌리게 하는 건 후미진 곳엔 어디라 할 것 없이 쓰레기가 난무하고 있고, 도랑물길이 멈춘 곳은 시궁창이 풍기는 악취로 봄날의 향취를 망가뜨리고 있어 아쉬웠다. 어쩌다보니 대만까지 날아와 봄날의 정취에 빠져 푸른 하늘을 떠도는 구름에 마음을 싣고 콧노래 흥얼댄다. 드뎌 리터우 산 입구에 들어섰다. 자생대나무가 많아 신주시(新竹市)라는 지명을 쓰듯 등산로입구도 대나무 숲길로 시작된다.
아열대기후라서 늘 푸른 사철나무들이 빼곡한 정글 숲을 이뤘다. 하얀 전봇대처럼 솟은 꺾다리나무를 비롯한 멋들어지고 괴이하게 생긴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등산로는, 등산객들의 발길에 흙이 패여 뿌리가 들어난 채 흙먼지가 푸석푸석 솟는다. 해도 어떤 인공적인 구조물로 등산로를 정비하지 않은 자연생태 그대로다. 먼지 땜에, 나무뿌리와 돌멩이에 걸려 등산하기 꺼림직 하면 애초에 등산 꿈을 접으라는 투다.
다만 가파른 경사엔 튼실하지도 않을 것 같은 밧줄 하나만 나무허리춤에 묶어 걸쳐놨다. 자연친화적인 등산로 - 진짜 산을 보호하는 정책일 터다. 시멘트나 방부재에 찌든 데크 등산로가 태반인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은 황폐해지는 산을 보호하고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모한 데크길이라고 강변한다. 시멘트나 방부제 데크에서 침출되는 유해물질이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간과한다.
엊그제 뉴스엔 설악산케이블`카 설치공사를 정부에서 기어이 허가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전국의 유명산도 차례차례 시행될 거고, 산들은 몸살을 앓다가 황폐화 될 것이다. 이 정부는 막가파식 정책을 언제쯤 되돌아볼지 궁금하다. 윤대통령을 비롯한 막료들이 등산객이 됐음 좋겠다. 산을 오르다 힘 부치면 잠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쉼표의 철학을 공유하다보면 배려의 미덕과 일방통행의 장단점을 체감할 것이다.
산을 오름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바로미터다. 리터우 산 원시림 사이로 조망하는 주베이시가지는 아름다웠다. 대만도 우리나라만큼 산악지대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단다. 도시와 인접한 산이 울창한 원시림을 유지하고 있어 부러웠다. 아내는 흙먼지 투성이 등산로가 빡센데다 신발과 옷까지 더럽힌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만 하산하자고 보챘다. 우린 리터우 산 1정상 쉼터에서 하산했다.
쉼터이정표에 문산보도(文山步道)라는 우리나라 둘레길 같은 산책로도 있단 걸 인지했다. 완주하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완주해보고 싶었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리터우 산행에 들어 하루를 뭉갤까? 변덕심한 대만의 날씨라 금명간 비내릴지도 모른다. 흙먼지 염려는 안해도 될테다. 귀가길 농가 주민이 망고를 따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과일을 알 턱이 없어 문의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바디언어로 소통에 성공 망고 하나를 선물 받기도 했다. 아! 시원하고 살짝 단 맛의 싱싱한 망고맛이란~!
2023.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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