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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 스펀의 천등(天燈) 기행

4) 스펀의 천등(天燈) 기행

타이베이역 중앙홀

중국이란 나라는 어찌 생각하면 불가사이한 나라다. 상식적이긴 커녕 깜도 안 되는 것들이 볼거리와 먹거리로 둔갑하여, 상상 밖의 기상천외한 짓거리(?)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돈벌이로 차환시킨다. 어마어마하게 큰 땅덩이에서 다양한 민족이 그들만의 문화를 생활화하는 수십억의 인구가 공존하는 소이일 테다. 풍습과 문화가 각기 다른 수많은 다민족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국가를 형성하여 발전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타이베이 역사 안의 안마시술소(우)

인민의 마음을 이끌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십의 출중한 인걸이 선정을 펴야 가능할 것이다. 국공전투에서 마오쩌둥에 패한 장개석이 대륙에서 쫓겨나 대만에 웅지를 틀자 조그만 섬엔 인구과잉이 됐었다. 오늘 울`식구들이 찾아가는 관광지 - 스펀과 지우펀의 인민들이 공생하는 기상천외한 삶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삶은 절박하고 아등바등한 경쟁일 때가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스펀은 만화방창한 봄날의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스펀역은 험준한 산악골짝에 있다▼

예료우지질공원 기행에 이어 울`식구들은 오늘 예스진지관광에 나섰다. ‘예스진지’는 예류, 진과스, 지우펀, 스펀의 원소절(元宵節)의 첫 글자 합성어로 대만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됐단다. 스펀의 정월대보름 때 축제인 천등제(天燈祭)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채널(Discovery Channel)이 소개하면서 세계적인유명관광지가 됐다. 오늘 날의 스펀의 천등은 등갓에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글을 쓴 등불을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다.

외길 철로변에서 천등 띄우는 관광인파
▲천등에 소원을 쓰는 관광객들▼

허나 천등의 유래는 어떤 돌발사건에 대한 경고나 통보행위였다. 첩첩산중의 오지마을에 도적이 침입하면 이를 이웃마을에 빨리 알려주기 위해 불을 피워서 대치하게 했던 통신수단이었다. 우리나라의 봉화대 역할과 비슷한 통신수단 이었다할 것이다. 그 천등행사가 사월초파일 사찰에서 행하는 연등행사와 융합됐다고 할까. 대만의 천등문화는 등 색깔에 따라 소원의 의미가 다르다.

울`부부의 이름도 올렸다
드뎌 울`식구들의 소원을 비는 천등이 지금 박 이륙했다

학생(수험생)은 노랑색, 청년은 희망과 꿈을 뜻하는 파랑색, 연인들은 달콤한 낭만을 의미하는 자주색깔의 천등을 선호한단다. 천등의 4면에 각기 다른 색을 선택할 수 있는데 세트로 주문해야 한다. 그런 스펀의 천등은 뭐가 그리 대단한 볼거리나 천혜의 풍광이 있다고 관광객이 만원성시를 이루는지 알 듯 말 듯 하여 대만까지 와서 꼭 관광했어야하는 회의가 들었다. 시간과 돈이 조금은 아까웠다.

울`식구들의 천둥이 하늘로 비상한다
스펀하늘은 천등이 새떼처럼 여행을 떠난다

스펀은 1918년 광업회사가 석탄운송을 위해 스펀역을 건설하였으나 1992년 폐광이 된 산골의 보잘 것 없는 오지였다. 누군가가 소원을 비는 천등을 하늘에 띄우자 가난한 폐광촌 주민들이 하나씩 따랐을 테고, 그 간절한 풍습이 입소문 나면서 석탄열차가 관광열차로 변신했을 테다. 열차가 비좁은 선로를 지날 때 철길 옆의 사람들은 아슬아슬 비껴서면서 상행위를 했지 싶다.

▲단선 철로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허름한 고가들, 폐광촌의 을씨년함이 한껏 묻어나고 있었다▼

낙후된 탄광촌 철길에서 천등을 날려야 소원성취 한다는 건 개뼈다귀 같은 허구란 생각이 들었다. 눈 씻고 봐야 멋진 풍경 하나 없는 철길위에서 12.000원짜리 풍등을 띄우느라 난리법석이다. 천등은 대나무살로 만든 열기구 형식인데 하단지름이 90cm, 상단지름이 120cm정도의 크기다. 하단지지대 중앙에 기름을 바른 12장의 금종이에 불을 붙이면 몇 초 후에 불타는 천등이 하늘로 떠오른다.

▲출렁다리 정안조교는 유일한 근대의 구조물인 듯싶고, 그래 스펀의 볼거리다▼
스펀역사,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대지 않았다

이륙시킬 땐 좀 위험스럽지만 곧 안정된 채 승천 약 1,000m 높이로 상승하면 천등은 완전히 소각돼 화재염려가 없단다. 그렇게 단조로운 등불 띄우기난장판이 관광거리인 셈이라. 세상엔 돈벌어먹고 사는 방법(?)도 별나고 기똥차단 생각밖엔 안 들었다. 오지 스펀의 옛 거리와 폭포, 정안 출렁다리(靜安吊橋)가 그나마 볼거리였다.

스펀초등학교 정문과 콩난으로 치장(?)한 고목이 학교담벼락과 건물지붕을 월경하고 있다
성안궁 입구

백년전통의 값싸고 맛좋은 쌀국수집들이 유명하고 닭다리볶음밥도 인기라는데 울`식구들은 그냥 지나쳤다. 유명한 기념엽서 ‘스펀 만족(十分滿足)’의 ‘스펀(十分)’은 이곳지명이고 ‘스펀 만족’은 ‘매우 만족하다’라는 뜻이란다. 폐광산촌이 석탄 대신 천등으로 먹고살아가는 특이한 문화를 일궈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오고 싶은 관광객은 몇 퍼센트나 될까? 하긴 변화를 거듭하겠지.                 2023. 02. 27

성안궁 성자모덕 불당
스펀폭포
하루일정을 안내한 관광버스. 한국인이 만석을 이뤘고 가이드 역시 한인교포였다
▲스펀행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거의 깊은 산골이었다▼
타이베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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