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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2022년 성탄 만찬 - 아스펜(ASPEN)

2022년 성탄 만찬 - 아스펜(ASPEN)

오후3시, 우리가족 다섯 명이 프랑스식 식당 아스펜(종로 자하문로5가)에 들어섰다. 주인장(내가 여사장이라 부르는 걸 극구 사양하여 설왕설래 끝에 합의한 호칭)의 환대 속에 자리에 앉기 무섭게 실내는 왁자지껄 경사가 났다. 아담한 실내에 울`식구들뿐인데다 주인장도 한통속 된지 세월 녹녹하여 고만고만한 대가족이어서다. 게다가 울`식구들 목소리가 좀 크고 웃음 끼 헤픈가?

에피타이져 ( 브리치즈쿠키, 이베리코 하몽, 만체코치즈, 색깔무, 수제마요네즈, 수제피칸)

한식구란 공감대로 불편함을 쫓아낸 카페는 파안대소 고성탁음(高聲濁音)을 갈무리하기도 비좁았다. 아내의 요조숙녀노릇 못잖은 예의와 지성에 순수성까지 겸비한 주인장은 미국유학 때 불란서요리에 매혹 돼 취미삼아 지인들을 불러 레시피 자랑(?)을 하다 카페를 열었단다. 레시피 자랑도 예약손님한테만, 그것도 한 주일 내내 두서너 팀만을 위해서다. 돈벌이완 거리가 먼 음식장사다.

성게 알, 브리치즈, 아보카도, 허브잎, 감태

순전히 음식 만드는 셰프만의 열락에 도취되면서 그 레시피를 즐겨먹는 손님들 표정읽기의 흐뭇함은 덤일 거란 생각을 하게한다. 그래서 주인장은 행복하다. 끊임없이 창조하는 레시피가 손님들한테 맛좋은 음식으로 어필되는 순간의 뿌듯함은 주인장이 살아가는 생의 모토일성 싶은 거다. 멋진 삶이라 여겨졌다.

랍스터 비스크

온 신경 다 쏟아 부어 낸 레시피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과정은 구도자의 행복과 비견될 것이다. 세상엔 오직 이윤추구의 장삿속 직업꾼이 있고, 이윤에 앞서 창조의 과정을 즐기는 프로직업꾼이 있다. 아스펜 주인장은 후자에 가까운 셰프로써 자기인생의 행복을 나름 찾아 자족하는 구도자 같다. 암튼 주인장은 하나의 페시피를 위해 얼마나한 시간과 공력을 쏟아 준비하여 오늘 완성품을 빚어 우리식탁에 올리고 있었다.

비프 뵈르기뇽 & 도피누아

음식의 신선도는 최우선순위가 아닌가. 주인장이 그렇게 정성 쏟은 음식은 눈 호강부터 시킨다. 사실 난 씹는 식감과 맛에 앞서 눈으로 즐기는 호사가 더 좋고 행복하다. 주인장은 행복추구의 달인이다. 음식조리과정을 즐기는 셰프의 행복에 이어 손님들의 쾌재에서 공감하는 행복을 공유하는 일거이득의 셰프여서 말이다. 주인장이 빚은 신선하고 신기한 음식들은 울`식구들의 성탄전야를 멋진 추억으로 남게 해줬다. 주인장의 건승과 행운을 빈다. 메리 크리스마스. 씨 유 어게인!           2022. 12. 24

애플갈래트
수제팡
▲아스펜 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