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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27 깨복쟁이들의 해후(邂逅)

27 깨복쟁이들의 해후(邂逅)

와서는 가고 /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 꿈인듯 접고

불갑초등학교, 우측 2층 본관건물은 울`깨복쟁이들이 학교에서 500여m 떨어진 벽돌공장에서 손으로 벽돌을 날라와 지은 건물이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 그래도...     

아니 왔다면 / 후회 했겠지...”

오늘 아침 깨복쟁이 벗이 내 창에 띄워준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시<어우렁 더우렁>의 한부분입니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그래 이별의 아픔을 미리 예상하지 아니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린 만남을 또 약속합니다. 삶이란 만남의 연속이고 그 만남에서 유의미를 찾는 과정일 텝니다.

 초등학교 깨복쟁이 벗들이 오늘 ‘더블미트’식당에 한자릴 깔고 수다 떨며 뭉겠다. 졸업이 헤어짐이란 걸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반세기도 훨씬 지난 하얀 머리로 해후할지는 상상도 안했었다. 해후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이라고 풀이한다. 60여년 만에 해후한 정정란님은 무뎌져버린 기억뿌리까지 더듬어도 모르겠고, 40년쯤 됐을 송정자님은 지나 나나 아는 챌 해야 포도시 알아 챌랑가? 싶게 그냥 지나치면 쌩판 모르는 여자일 터였다.

더블미트 식당
더블미트 정사장(마스크)은 50년만에 이산가족(고모뻘 된다나?)과 해후했다. 냉면 한 그릇씩 쏠만 했다

 강만원님도 60여년 만에 악수를 했는데 그는 줄창 나더러 ‘수술했는지 어릴 적 얼굴이 아니라’고 자다가 봉창 떠는 소릴 하고 있었다. 나잇살 먹으면 망가지기 마련인데 회춘했다는 건지?  어떻든 간에 열셋 얼굴이 모여 희희낙락댔고 그가 이빨을 젤 많이 깠지 싶었다. 유덕순, 강금님, 박영님님의 끈끈한 우정은 고래심줄처럼 질겨 붙어다닌다는데 역시나 안 빠지고 와서 분위기일신 시킨다. 강성광님도 60여년 만에 해후하는 깨복쟁이들이 태반이라서 사뭇 상기된 표정이지 싶었다. 거피값이 솔찮았을 텐데 한 턱 쏘는 기분 낼만했다.

불갑저수지

왔다 가고, 입고 벗는 일상에서 잡은 손 다시 놔야 할 우리들, 수십억 명의 사람들 속에서 뭔 인연으로 인생 소풍길에 또 다시 만나 헤어지고, 입은 옷 벗듯이 지 갈 곳을 향하다 아쉬움 탓에 다시 왔능가? 오늘 안 왔으면 깨복쟁이들 영원히 놓쳤을지도 모를 일이라 오길 잘 했어!  이 찬스를 놓쳤으면 누구하고 깨복쟁이 시절 얘기 할 수가 있을 텐가? 정정란님은 생각 한 번 기똥차게 잘해 참석한기라!

롯데리아 커피숍에서 강성광님이 지갑을 열었다. 103살 어머님을 모시는 그가 몸도 맘도 젊은 까닭을 헤아릴 만했다. 그는 다 내려놓은 삶을 사나 싶었다(다섯번째)▼

아마 4학년 때였지? 6.25땐가 불타 없어진 학교를 짓는다고 500m이상 떨어진 벽돌공장에서 벽돌 나르던 강제노역(?)이 달달한 향수로 발효되어 아련한 추억 씹기 공유가 됐다. 오전 단축수업 후 벽돌 몇 장을 들고 와 교정에 내려놓으면 선생님은 팔목에 도장을 찍어주고, 그렇게 할당받은 각자 몫의 벽돌수량을 다 날라야 귀가했던 학교 신축공사는 1여년도 더 걸렸지 싶다. 까칠한 벽돌에 손`팔목에 피멍이 생겨도 벙어리가 돼야 했던 초딩시절의 팔자(?)가 그립다. 

송정자님을 좋아했단 머슴애가 흉금을 토하자 정병배님은 진정으로 좋아하면 자기처럼 말을 안 한다나?
세상엔 불공평이 늘 끼어든다. 젤 먼 곳에서 달려오느라 2시간 반을 고생했다고 누가 인심 썼디야? 박영님 입만 즐겁다. 뭔디, 맛 있능가?

 그래 새 교실에서 한해쯤 수업 받은 27회 깨복쟁이들은 행운아란다. 우리 선배들은 고생만 죽어라 하고 새 교실에 입실도 못하고 졸업했다고 누군가가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탄생한 2층 붉은벽돌 교실이 지금은 학생이 없다시피 해 폐교직전이란다. 고향에 가면 꼭 찾아가 코흘리개 시절을 소환하여 끊긴 추억필름을 이어서 노스탤지어 손수건을 팔 아프도록 흔들고 싶다. 불갑하늘을 향해! 깨복쟁이들아, 남쪽에서 향수바람 불어오걸랑 내가 학교마당에서 손수건 흔드는 줄 알아라.

두 머슴애들의 풋사랑 고백을 듣고 오지게 좋아하는 송정자님, 오늘 오길 참 잘 한 기라!

다음 미팅은 4월15일 창경궁에서 벚꽃놀이 동심에 들자고 했다. 12시에 종로3가역에서 만나 점심을 때우고 오후 한나절을 창덕`경궁에서 뭉그적대잔다. 나한테도 이따금 건망증이 찾아오는 통에 노파심 나서 생각난 김에 당부 하고싶다. 4월에 만날 땐 주민증과 깔고 앉을 만한 보자기 챙기기 바란다. 글고 보태서 올만한 깨복쟁이 있으면 연락해서 동행했으면 싶고~. 따라나선 그 친구는 옹골진맛 만끽 할 행운아 되는기다. 어디서 늙은이를 환영할꼬?

롯데리아 커피숍

참 오늘 쇠갈빗살구이 점심을 쏜 정상규님에게 고맙단 박수를 보낸다. 그 박수 속엔 ‘이제부턴 내 시간을 즐기는 소풍 가고 싶다’고 토욜도 병원문 닫은 쾌거를 격려하는 맘도 보탠다. 글고 강성광님이 서비스한 롯데리아 커피 맛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더블미트가 시중에 회자되는 소이는 최상품의 소갈빗살을 납품받아 요리하는 땜이란다. 수십여 년을 한 우물 파고 있는 정미숙사장님의 미소도 쉬이 지워지질 않을 테다. 깨복쟁이들의 즐거운 시간~! 이런 추억 아무나 공유하나?                       2023. 02. 18

더블미트 식당. 맛깔나고 푸짐한데다 실비여서 늘 만원사례라! 예약필수~
영계 강명구님을 꿰찬 유덕순님, 어디서나 돋보여!
울`들의 12년 후배던가? 더블미트 정사장(마스크)은 인품이 후덕하고 살가워 식당은 늘 빈 자리가 없지 싶다
4학년 때 오후시간은 자기 몫의 벽돌을 다 날라야 귀가했었다. 그런 고사리 손으로 세운 학교가 지금은 학생이 없어 을씨년하단다
1908년 불갑산 기슭의 구덩이에 빠진 암컷 호랑이를 주민이 발견 포획한 후 박재하여 불갑초등학교에 보관전시하고 있다. 불갑산의 마지막 호랑이다
불갑사입구의 흐드러진 꽃무릇, 위 고향의 풍경사진은 3년 전에 담아 온 것임

# 오늘 해후한 얼굴들 ;
강금님, 유덕순, 박영님, 송정자, 정정란, 강차원, 정병배, 김영성, 강명구, 정상규, 강성광, 강금원, 강대화 

#  이 글속의 불갑초교 사진은 울`동창들과 직전 직후의 동문들이 벽돌 날라 지은 건물이 아니고, 빨간벽돌 건물은 철거한 후 새로 신축한 건물들이라고 아까 어느 후배가 알려 줘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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