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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한국은 봉인가?

한국은 봉인가?

금욜 주말 애들과 외식을 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식구들이 모이면 항상 떠들썩하다. 온갖 시시콜콜한 담소를 즐기다가 막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얘기가 나왔다. 분위가 쬠은 밝지가 않다는 거였다. 수출로 먹고살다시피 하는 우린데 그 무역을 주동하는 회사가 표정이 안 좋다면 마음이 무겁다. 전기자동차 얘기였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사유할 두뇌와 꼿꼿이 서서 걸을 수 있어서였다. 생각하면서 걷고 걸으면서 살피는 행위는 인류문명의 원동력이었으며 인간의 역사다.

보다 빠른 걷기의 이기(利器)로 태어난 자동차는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고,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한 무한경쟁은 세계적인 산업`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은 포스트미국을 노리며 급부상하는 중국을 떨쳐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상호간 맺은 FTA 도 무시한 채 상대국들을 희생양 삼아 신`국수주의 정책으로 회귀나 싶어 역겹다. 작금 미국은 8월16일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여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미국의 보조금수령이 재외된다. 나아가 자국전기차인 테슬라에 보조금 7500달러를 주게 되니 15000달러란 갭은 도저히 경쟁가격이 될 수가 없어 현대`기아차는 팔면 팔수록 적자만 늘게 됐다. IRA는 이미 미`의회를 통과해 실시직전인데 우리정부는 이제야 허둥지둥 난리북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맞이하여 한-미 관계를 ‘경제안보동맹’으로 격상시켰다고 기고만장하다 뒤통수 일격당한 꼴이다.

미국정부가 갑작스레 IRA정책을 시행하여 손 볼 참이 없었다고 우리 정부는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IRA를 입법발의 하기는 2021년 9월27일이었다. 그간 민주당의 반대로 1년쯤 계류하다 수정안을 마련해 금년 7월27일 발의하여 8월7일 상원을 통과, 8월12일엔 하원마져 통과하여 8월16일 바이든 대통령도 서명했다. 그니까 우리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멍청하게 외면한 셈이다. 하물며 바이든 대통령방한 때 ‘예스 맨’노릇에 열중한 윤대통령은 실익도 없는 나토방문까지 했다가 체면만 구기고 왔다,

더 한심스런 건 IRA가 미`의회를 통과하기 전인 8월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한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고 성의 없이 마지못해 전화통화만 했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장을 두 번째 하고 있고, 하원원내대표도 12년을 지낸 파워맨이기에 만사 제켜두고 대면 영접하여 IRA저지에 혼신 했어야 한다. 윤대통령 말따나 처음 하는 대통령자리라 바이든 미대통령을 어찌 맞을지 얼떨떨했다 치자. 그랬으면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을 때 윤대통령이 직접 영접하여 IRA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원에서 IRA인준을 늦추기만 했어도 보조금 불균형에 대한 협상을 하기 유리했을 테니 말이다.   

IRA시행으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한 대당 팔면 1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팔면 팔수록 망하는 장사를 하게 됨이라. 그런데 미국산 전기자동차 테슬라는 금년에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보조금으로만 1000억 원 남짓 챙길 판이니 한`미전기차 보조금 불균형을 전제 삼아 저지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봉인가?  8월21일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는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 승용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국비+지방비)은 모두 822억5000만원에 달하고, 그중에서 447억7000만원이 미국산 전기차 업체에 지급됐다. 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산 전기 승용차에 상반기 158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중국도 수입 전기차 보조금을 제한하고 있어 봉 노릇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울화통이 치민다. 한`미동맹을 팔아 자국이익만을 취하는 미국의 흉금을 직시해야 한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 미국산 첨단군사장비 1조5000억달러 치를 대만에 수출키로 했다는 뉴스도 이를 반영한다. 미국의 이익 없이 골 비었다고 중국 눈치 보며 대만 갔겠는가? 대북한 방어용이라는 사드설치도 미국의 꿍꿍이 속셈의 결과물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진정한 한미 안보동맹이라면 북한의 침략 때 오키나와 내지 괌에 비치 된 미사일로도 충분히 대북방어를 할 수 있다. 사실 성주기지의 사드설치 효용성은 이견이 많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란 양 대국 사이에서 철저한 등거리외교로 국익을 챙겨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국이익만을 챙기는 전략을 펼치기엔 우리나라의 국력이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인지하고 있어 휘둘리지 않는 전략을 펼칠 수가 있다. 미`중이 보조금불균형정책을 빨리 바루길 촉구한다. 우리가 봉이라고 미국한테는 보조금 주고 우리는 못 받는 불균형무역 감내할 텐가?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헛발질 안 했으면 좋겠다.         2022. 09.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