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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오다행 사케와 기네스맥주 & 명품대게와 랍스터

오다행 사케와 기네스맥주 & 명품대게와 랍스터

오다행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하루 내내 이어졌다. 타는 가뭄이 해갈됐지 싶어 반가운 비였다. 오전10시반, 굵은 빗발 속에 박 선생은 약속시간에 울`식구들을 불러내 기장시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대게식도락에 빠져보자는 자못 앙팡진 기대에 달떠있었다. 기장시장에서 대게 맛을 포식한지가 일 년도 훨씬 넘었다. 값이 워낙 비싸 맛있는 대게를 생선 사먹듯 할 순 없었다.

'명품대게' 간판이 '총각대게' 이었어야 빗발 속의 우왕좌왕 헤프닝이 없었을 텐데?

근데 요즘 대게 값이 두 동강이 났단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러시아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히고, 중국에 수출할 물량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상하이봉쇄로 우리나라로 소비처가 바뀌는 통에 이미 확보했던 재고물량과 겹쳐 대게 값이 사상 최저가 됐단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세계의 모든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는데 우리나라에선 대게 값이 반 토막 났다니 아이러니컬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평소 ㎏당8만~9만 원하던 대게 값이 요새 4만 원이란다.

명품대게 홀

세차게 쏟아지는 빗발 속을 박 선생은 ‘총각대게’집을 찾느라 기장시장 대게골목을 몇 번째 들쑤셨는지 모른다. 총각대게 집은 박 선생은 말 할 것도 없고, 울`식구들도 적게는 두 번 이상 찾았던 곳인데, 아니 전화통화 중에도 ‘총각대게’집을 두 번이나 지나치면서도 박 선생은 딴 곳을 찾고 있었다. 총각대게 여사장이 얼마 전에 가게를 옮겨 신장개업을 한 땜에 신장 ‘총각대게’집을 찾고 있었던 거였다.

총각대게집 앞의 ‘명품대게’란 신장개업 집을 지나칠 때마다 종업원 두 명이 우산 들고 뛰어나와 손짓을 해도 박 선생은 그냥 지나쳤었다. 명품대게 앞을 세 번째 지나칠 때 아주머니가 빗속에 튀어나와 손짓을 하자 박 선생이 알아챘다. 총각대게 여사장이었다. 여사장은 아까부터 손짓해도 웨 그냥 지나쳤느냐? 고 핀잔 겸 항의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총각대게’란 간판 탓이었다.

대게비빕밥

여사장이 신장개업이사를 오면서 ‘총각대게’간판도 갖고 온다고 했었단다. ‘총각대게’는 여사장이 건물을 임대해 개업할 때 지은 상호라 이사 올 때 당연히 때갖고 올참인데 건물주가 반대했단다. 대게장사가 잘 되자 건물주는 여사장을 쫓아내고 자기네가 총각대게 상호로 대게장사를 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어 여사장은 ‘명품대게’란 신상호로 신장개업할 수밖에 없었단다.

수 십 년을 내공들여 쌓은 신뢰의 상호를 빼앗아 돈 벌겠다는 옛 건물주인의 흉측한 파렴치에 명품대게 여사장은 애지중지 키운 자식 하나 빼앗긴 상심이었다고 하소연 했다. 70여년의 기장시장 역사에 ‘총각대게’는 상처 난 상도의(商道義)의 대명사로 회자될까 싶다고 박 선생은 위로했다. 돈 벌겠단 욕심 앞에 사람의 양심과 사회적인 도리를 말함은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핀잔 받기 십상일까?

오다행

빗발은 좀체 수그러들 것 같지가 않은 오후 5시, 울`식구들은 사케 전문점 오다행(五多幸)에 들어섰다. 오다행의 공(孔) 사장가족은 둘째와 오랜 세월 친교(親交)하여 울`식구들과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오늘도 초청을 거절하기 뭣해 우중속의 행차를 했다. 공 사장은 신선한 생선을 틈틈이 택배운송 해줘 울`부부는 생선반찬걱정을 안 하는 생활에 늘 고맙고 황송해 한다.

수제어묵(좌), 제주똥돼지 오겹살구이

셰프를 겸한 안주인의 손맛이 일품인데다 홀 서빙을 도맡은 공 사장의 친절과 매너가 오다행의 훈훈한 오늘이 있게 했을 테다. 일본산 청주인 사케와 기네스흑맥주가 동시에 나왔다. 술에 문외한인 내가 요즘은 와인 맛을 입가심하는 참인데, 오늘밤엔 공 사장이 빚은 기네스흑맥주의 부드럽고 시원한 맛과 약간 떫고 깊은 향기에 실눈을 떴다. 풍성한 거품이 순화되면서 짙어지는 기네스흑맥주의 깊고 순한 맛에 나는 귀가하여 인터넷섭렵을 해봤다.

사케(울`가족이 3병을 비웠다)와 기메스흑맥주

아일랜드가 종주국인 기네스흑맥주는 그 오묘한 맛과 향기만큼 역사가 흥미롭다. 기네스맥주는 밀`보리(Barley), 홉(Hops), 효모균(이스트 Yeast)을 록크 테이(Lough Tay)의 물을 사용해 빚는다. 땅 속의 이탄과 토탄성분이 깨끗하게 정수시킨 물을 록크테이의 물이라 하는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다. 이 좋은 물로 아일랜드에서는 맥주가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가 생산되어 유명하다.

고래고기(좌) 양구이

록크 테이는 검은 호수와 모래가 흡사 기네스흑맥주 같아 기네스 호수라고도 불리는데, 이끼가 탄화된 이탄과 땅이 탄화된 토탄은 아일랜드서민들의 난로용 땔감으로도 사용된다. 기네스(Guinness)흑맥주는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만든 세계 최고의 흑맥주다. 아서 기네스는 더블린 킬데어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해 친척집에 양자로 입양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조개,새우탕

스무 살 때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다 현지인이 마시는 흑맥주 맛을 보고 반해 제조비법을 알아내어 귀국해서 만들게 된 것이 기네스의 시초다. 기네스맥주의 성공으로 이룬 부(富)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인 아서 기네스는 78세에 사망, 아들이 상속받아 아일랜드 국민맥주로 성장시켜 2대에 걸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훌륭한 기업가문이 됐다.

키친구이

아서 기네스가 1759년 12월 31일 폐허가 된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St. Jamess's Gate Brewery)을 더블린 시로부터 임대한 일화는 불가사이 한 야사처럼 회자된다. 아서 기네스는 성(城)밖의 늪지대를 임차해 맥주공장을 짓겠다고 더불린시청에 제안한다. 임대료로 1년에 45파운드를 지불하며 90년을 임차하겠다고 하자 시청에선 ‘웬 호구냐’싶어 얼른 계약을 성사시켰다.

기네스맥주머신

약삭빠른 시청담당자는 계약서를 라틴어로 작성하면서 90년을 9000년으로 둔갑시켰는데, 아서 기네스가 라틴어를 잘 모른다는 걸 악용하려는 꿍꿍이 속셈이었다. 불모지를 9000년 동안 임대한다는 사실은 시청으로썬 ‘봉 잡은 계약’이라고 기고만장했었다. 그 ‘9000년 임대 계약서’는 봉인된 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1층 유리바닥에 지금도 전시돼 있다.

비빕국수

아서 기네스와 더블린시청의 계약서 이면사를 읽으면서 문득 성남시청의 '대장동토지계약서' 사건이 떠올랏랐다.  '사후 이익금 분배'조항이 없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더블린시청 담당자는 진즉 매맞아 죽었지 싶은 게다. 10년 후 아니 90년 후의 부동산값을 미리 산정해 계약을 하려들면 어느 골빠진 놈이 도장을 찍겠는가? 사후 입방아 찧으면서 '네탓이요' 하는 사람은 발전 보다는 퇴보의 그늘 속에서 속앓이 하다 죽기 망정일 테다.   

영구임대나 마찬가지인 45파운드짜리 계약은 기네스일가의 행운일까? 더블린시청의 횡재일까? 공짜다 싶은 임대부지에서 생산 된 기네스맥주는 이윤이 많고 그 이익금의 일부는 아일랜드를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 기네스가(家)나 더블린시청이나 황금계약을 한 셈이다. 암튼 나는 공 사장이 빚어준 기네스맥주 맛에 홀렸다. 해도 기네스맥주에 취하진 않을 것이다. 가뭄을 쫓는 단비의 하루! 기네스맥주로 더 즐거운 하루였다.         2022. 06. 05

 # 기네스는 1896년에 딤플과 조니워커(난 독하면서 향이 그만인 조니워커를 병아리 눈물만큼을 입안에 넣고 한참동안 음미하길 좋아한다)를  인수하고, 1997년엔 베일리스와 스미노프 등을 소유한 그랜드 메트로폴리탄(GrandMet)과 합병하여  디아지오(Diageo)로 회사명을 바꿨다.  본사는 1932년부터 런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