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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광장시장 맛집 골목에서 유쾌한 외식

광장시장 맛집 골목에서 유쾌한 외식

다동에 있는 I love pub

오랜만에 광장시장 맛집 골목을 찾았다. 며칠 전에 내가 식구들에게 육회비빔밥을 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손녀 은이가 반색을 한통에 막내네 식구와 주말 외식 약속을 함이다. 거기다 율과 J회장까지 합석이라 쾌재를 외치며 한껏 희희낙락해 졌다. J회장의 합석은 둘째를 통해 육회비빔밥 얘기를 듣고 한자리에 끼고 싶다고 해서였다. 호텔식사위주인 J회장이 우리나라전통시장의 맛 골목에서의 식도락은 ‘꿈의 외도’일 수도 있다.

청계천 새벽다리 풍경

왁자지껄한 북새기 통에서 저렴한 향토음식에 접하는 일은 여행자들의 필수코스이잖은가. 근데 J회장은 십여 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도 그럴 기회가 없다시피 했단다. 주말의 광장시장 전 골목은 인산인해였다. 우린 예약한 ‘박가네 빈대떡’에 들어섰다. 대기인파가 몇 m는 줄 서있었다. 5분쯤 후 막내네 식구가 도착해 7명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첨 맞는 가족 외식자리였다. 막걸리와 빈대떡과 육회탕탕이 나왔다.

광장시장 맛집골목

J회장이 의외로 막걸리와 녹두전과 육회탕탕을 즐겨먹는 걸 바라보는 울`식구들은 흐뭇해져 상기된 채 J회장을 빤히 쳐다보며 엄지 척 들면서 파안대소했다. 특히 칼날에 잘게 잘린 산낙지가 꿈틀대는 육회탕탕을 맛보던 J회장이 오묘한 맛에 흡족해 할 땐 울`식구들은 박수를 치며 건배를 했다. 와인애주가인 그가 막걸리 맛도 좋다며 너스레를 떨다 녹두전을 시식하다 재료와 레시피를 물었다.

J회장이 녹두전을 먹으면서 아일랜드 토속음식인 감자전과 밀가루 부침개 얘기를 했다. 아일랜드의 비옥한 대지는 밀 최대생산국이며 수출국이었다. 1649년 영국의 크롬웰은 혁명을 완수하고 그 여세로 아일랜드를 정복하여 온갖 학대와 수탈의 핏빛 역사를 수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신교도인 크롬웰은 아일랜드의 가톨릭을 이단시 폐교시키고 영국 식민지화 하면서 주민들을 불모의 땅인 늪지대 코노트 지방으로 추방시킨다.

청계천산책길

크롬웰의 군사들은 아일랜드인들이 생산한 씨앗 한 톨, 돼지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몰수하는 정책을 폈다. 이때 아일랜드는 총인구의 1/4 정도였던 20~30만 명이 처형 내지 아사당했다. 불모지에 추방당한 아일랜드주민들은 밀 대신 신천지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감자를 심어 경작에 성공 기아(飢餓)에서 탈출한다. 밀이나 귀리 같은 열매곡식은 크롬웰 정부가 몰수하여 대타로 심은 뿌리식물 감자가 주식량이 됐단다.

영국민들은 감자는 돼지나 노예들의 먹잇감이라고 여겨 감자만 아일랜드 인들의 식량이 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주식이 된 감자는 전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로 발전하게 됐단다. J회장도 조부님이 아일랜드태생으로 그 고난의 시기에 해외 이민 대열에 끼어 호주에 정착한다. 불굴의 개척정신과 높은 향학열의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은 신천지나 호주 등지에서 정착하며 성공하는데 J회장도 호주이민으로 성공한 3세대였다.

▲I love pub▼

그가 감자전 비슷한 녹두전을 맛있게 먹으면서 옛고향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 얘기를 잠깐 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크롬웰의 아일랜드의 폭압 통치는 무려 750여년 계속됐단다. 36년간 일제에 수탈당한 우리네의 통한의 역사와 사뭇 닮은꼴이라 아일랜드의 비극은 더욱 공감이 갔다. 종신 호국경 크롬웰이 죽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했는데, 1661년 1월 30일에 찰스 2세가 등극하여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긴 크롬웰은 무덤이 파헤쳐진다.

광장시장 맛집골목 풍경

찰스2세는 약품에 절여 엠 버밍 처리된 크롬웰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머리를 베고 몸통을 4 조각내어 시가지에 걸어놓았다. 장기와 뇌를 꺼낸 엠 버밍(Embalming) 크롬웰을 효수하기 위해 머리를 동강 내는데 도끼로 30번이나 내리쳤단다. 할상을 죄의식 없이 자행하는 독재자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된다. 영국의 위대한 혁명가 크롬웰은 아일랜드에선 저주의 원수인 셈이다. 일본의 영웅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가 우리나라에선 침략과 수탈의 원흉이듯 말이다.

오늘의 외식자리는 J회장을 통해 우리와 아일랜드 사람들의 동병상련(同病相憐)한 공감대를 울린 가슴 찡한 시간이었다. 광장시장의 먹거리 골목은 엔데 믹 분위기연서 인산인해였다. 우린 청계천변을 소요하다 입가심 한답시고 수제 맥주집 CRAFT ‘I LOVE PUB'을 찾아들었다. 야외테이블에서의 식구들끼리의 화기애애한 담소의 시간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울`부부에게 이런 행복한 시간은 얼마나 더 올 텐가를 새삼 곱씹어 봤다.             2022. 05. 28

신한은행이 된 엣 삼일빌딩, 내가 20대에 EB에 근무할 때 사무실이 최신첨단빌딩의 25~6층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