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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소소한 기쁨

 소소한 기쁨

정오쯤 봉천역사6번 출구에서 막내커플을 조우했다. 울`부부가 아파트를 나선지 50분쯤이고, 막내가 지네 아파트를 나선지 1시간20분쯤 된 참이었다. 행선지는 ‘더블미트’였다. 어제 낮에 ‘봉황들의 잔치’에 참석한 내가 더블미트의 푸짐하고 맛깔난 소갈비살 구이에 도취한 식도락을 귀가하여 아내에게 자랑하다 외식약속으로 비약되어 가족외출이 됐다.

팽귄바위

어제 봉황들이 점심때 소갈비살구이로 배터지게 포식한 건 맛깔과 연한식감, 더는 저렴한 가격(1kg;69000원)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여태껏 소갈비살구이로 오늘만큼 만족한 적은 없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봉황회장은 앞으로의 정기모임장소를 ‘더블미트’로 고정하는 안을 발의 만장일치 찬성을 추인 받았다. 더구나 더블미트여사장은 고향후배로 나는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인품이 후덕하고 아낌없는 배품으로 지인들을 아우르는 여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저런 잔치마당얘기를 듣던 아내가 생뚱맞게 “낼 한 턱 쏘시오. 막내 생일이기도 하니-.”라고 한 술 뜨는데 어이 거역할 텐가? 그래 울`식구들은 정오쯤에 더블미트에 들어섰다. 환대하는 정미숙사장에게 나는 울`식구들을 소개했다. 나와는 세 번째 만남인데 절친한 유대감은 순전히 정사장의 포용심 땜이리라. 주문한 소 갈비살 1kg이 테이블 숯불구이로 침샘을 돋우고 생맥과 소주가 곁들어졌다.

백암약수터 위 초록숲길.  안산정상 가이드라인이 보인다

구운 갈비살 한 점씩을 씹던 식구들이 엄지척하며 쾌재를 읊었다. 뿌듯해져 달뜬 나도 맥주잔을 들었다. 울`식구들은 그렇게 소갈비살구이 식도락을 2시간여 즐기고 있었다. 일상에서 공유하는 최상의 기쁨 하나는 식도락이다. 식구란 말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뜻하고, 그만치 가깝다는 친소관계를 입증하는 단어다. 하여 밥상머리를 자주 하는 일은 친밀해지는 사교의 기술(?)이기도 하다.

안산정상의 봉수대

요즘 윤대통령도 공관으로 가까운 정객들을 불러 밥상머리 정치를 하고, 윤핵관들 부인까지 초청해 저녁밥을 먹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호탕한 대통령이 한 턱 쏜 셈이니 화기애애했을 테다. 근디 졸장부인 내 생각엔 이태원참사 유가족분들도 초청해 밥 한 끼 나누는 위무정치를 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절절했다. 유가족들의 대통령면담요청은 거절하면서 패거리끼리 밥 먹어야 소화가 잘 돼서일까?

내 생각이 짧았나? 유가족들을 초청하려도 주소를 몰라 못했을 테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국회에서 300여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유가족들 소재지를 모른다고 정색했는데 윤대통령이 무슨 수로 초청할 수가 있겠는가? 행안부직원들도 다 알고 있던 주소를 이상민장관은 모른다고 오리발 내밀었으니 윤통이 그를 아낄만하다. 헌데 광운대 진중권교수는 “그렇게 먹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 참 식욕도 대단하시다.”고 12일자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윤핵관부인들의 밥상을 비판했다.

솔관모 바위

뿐이랴. 김성희 대통령실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됐나요?"라며 "언제부터 자유 대한민국대통령이 '어버이 수령님'이 됐나요?"라고 썼다. 더불어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 놓고 '골목길에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넣었다'다며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라고 핵폭탄급 힐난을 쏟아냈다.

삼단바위

이에 진교수는 "다 큰 자식이 놀러 다니면 죽는 나라가 정상이냐? 다 큰 자식이든 덜 큰 자식이든 자식들이 놀러 다녀도 안 죽는 나라 만들 자신 없으면 당장 정권을 내놔야지"라고 비판했다. 새파란 젊은이 158명이 길에서 압사당한 국가가 정상적인 사회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나라, 진정한 사과도 없는 정부, 유가족들의 소통마저 방해하는 사람들! 그들은 오늘 저녁밥도 잘도 먹고 있을 것이다. 시간아 빨리 흘러가라면서-.

클라이머들의 실습장. 정상봉수대가 보인다

식도락을 즐기다 남은 생고기를 테이크`아웃 하여 더블미트를 나왔다. 갈비살1.5kg, 생맥4잔, 소주2병, 후식냉면4그릇, 계란찜 등의 식대가 12만여 원이란 영수증을 받아든 울`식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영수증을 돌려 확인한다. 정미숙사장의 후대(厚待)가 미안할 정도였다. 울`식구들은 종종 더블미트를 찾아들어 소소한 행복의 시간을 즐기자고 입을 모았다.

정상에서 조망한 서울 사대문안 시가지(남산타워 뒤로 롯데타워도 보인다)

식구들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의 시간은 밥상머리의 식사시간이 아닐까? 그냥 놀러나간 식구가 느닷없이 압사당한 채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그래 밥상머리의 소소한 기쁨을 빼앗긴 이태원참사가족들에게 국가는 죄인이기도 하다. 나라의 방관으로, 직무유기로 압사당한 원혼들에게 ‘압사(壓死)’란 말을 못 쓰게 하는 음흉한 정부는 직무유기다. 그 책임자는 석고대죄 해야 옳다.              2022. 12. 12

너와집
길고양이와의 한 끼의 식사보시로 소소한 기쁨을 즐기는 여인
▲너와집 방죽과 까치집의 겨울풍정▼
봉천동 '더블미트'의 소갈비살구이

# 위 그림들은 안산초록숲길에서 마주하는 겨울바위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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