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달맞이 옛길

달맞이 옛길

해운대일출

울`부부가 해운대에 머물면서 여차하면 찾아가는 곳이 와우산 ‘달맞이 길’인데, 숲길을 걷다 지선(支線)이 있으면 탐험하듯 좇아가다보니 와우산이 품은 웬만히 숲길은 꾀고 있는 셈이다. 숙소인 하버타운을 출발하여 해운대해수욕장을 핥는 파도너울춤에 심호흡을 하고 와우산 언덕배기 문텐로드에 들어선다. 아름드리 벚나무사이를 술래잡기하듯 빠져나가다보면 울창한 소나무숲길로 내려서는데 이내 도심은 말끔히 사라진다.

해운대의 겨울철명품 먼나무
해운대 아쿠아리움

소나무와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사철나무가 빼곡 찬 상록 숲길을 십 여분 헤치면 멋들어진 전망대가 있다. 상록수에 가렸던 창해가 펼쳐지고, 발아래엔 그린레일웨이의 관광열차와 스카이캡슐이 느릿느릿 기어가는 블루라인파크의 낭만적인 스로우`모션에 취하게 된다. 맑은 날에 수평선 끝자락에 대마도가 어렵푸시 보이는 망망대해에 일상은 잊는다. 동해남부폐선이 블루라인파크로 개장되기 전까지는 달맞이 길은 산책객이 좀 많았다.

겨울 같지 않게 따스한 해운대백사장의 방풍소나무길의 소요객들
해운대백사장의 먼나무숲길

이 전망대에서 해월정으로 향하는 숲길이 있는데 조붓하고 한적한 상록 숲길은 청사포입구를 스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위 와우산 5부능선을 가로질러, 구사포해안을 멀찌감치 눈독 드리며 송정해수욕장에 발목을 담근다. 8km남짓한 이 상록숲길을 ‘달맞이 옛길’이란 푯말을 달았는데 옛 대간첩해안루트로 초병들의 벙커와 은신처 흔적이 있는데 지금은 알만한 산님들의 호젓한 트레킹루트가 됐지 싶다.

문텐로드의 벚나무의 만추
달맞이 길엔 털머위가 군락을 이뤄 푸르름을 더한데 지금 노랑꽃은 절정이다

흙길도, 포장 내지 데크길도 아닌 울퉁불퉁한 바위자갈길은 상록 숲의 트레킹코스로 최적이다. 열다섯 번이나 산허리를 굽이쳤기에 '15곡도(曲道)'라 부른 달맞이 옛길을 산책하듯 걸으며 상록숲 사이로 뉘엿뉘엿 얼굴 내미는 바다와 해안의 파도와 시가지는 덤으로 얻는 맛깔난 레시피다. 그 진한 맛을 체감하고 싶다면 5~10분쯤 산길에서 내려가면 부산삼포 - 구사포, 청사포, 미포항에 이른다. 거기엔 싱싱한 먹거리들이 진을 치고 기다려선지 늘 인파가 밀린다.

문텐로드 미술의 거리
달맞이 옛길의 상록숲길

또한 부산삼포는 미항(美港)에다 비하인드스토리도 입맛을 당긴다. 달맞이 길은 창해와 모래사장과 상록수림이 어우러진 부산의 몽마르뜨르라고 불리는 부산팔경의 하나다. 해운대동래온천은 신라시대부터 유명세를 타고, 청사포의 횟감은 싱싱하고 탄력이 뛰어나 식감 좋기로 회자된다. 청사포 앞바다는 동해의 찬물과 남해의 온수물길이 조우하는 땜에 물고기가 많고 살집도 탄탄해 맛있단다.

▲달맞이 옛길의 상록숲에도 가을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냉`온수의 뒤섞임 탓에 청사포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질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청사포 쉼터에서 푸른바다 한 가운데의 미역양식장을 조망할 수 있다. 해운대와 장사포토박이들의 애향심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리적 안정감에 먹거리와 땔감이 풍부해 일찍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청사포 동네 한 가운데엔 350여년 된 망부송이 지금도 정정하다.

달맞이 길엔 팔손이도 군락을 이룬다
불루라인파크의 타임캡슐은 상록수림을 어슬렁어슬렁 기어가면서 푸른바다바람을 시리도록 품에 안는 낭만의 캡슐여행이다

옛날 금슬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물고기 잡으러간 남편이 풍랑에 휩쓸려 불귀의 객이 됐다. 아낸 바위에 앉아 이제나저제나 남편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자 용왕은 어여삐 여겨 푸른 뱀 한 마리를 보냈다. 뱀의 안내로 용궁에 든 아내는 남편을 해후했으나 돌아올 수 없단 남편을 어찌하랴. 해도 아낸 바위 옆에 소나무를 심어놓고 기다리다 죽었다. 망부석(望夫石)과 푸른 뱀(靑蛇)은 이 마을의 이름이 됐다. 후에 마을 사람들이 ‘푸른 뱀’을 푸른 모래(淸沙)로 바꿨다.  2022. 11. 16

▲달맞이 옛길 8km남짓은 내내 늘푸른 상록숲길이다▼
그린레일웨이의 타임캡슐과 공작선
달맞이 길 쉼터,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다가선다
달맞이 길 쉼터에서의 어느 산책객과 견공의 오후
▲달맞이 옛길의 아름드리 소나무숲길은 피톤치트의 보고다▼
호랑가시나무도 달맞이 옛길에서 심심하면 인사를 한다
▲청사포다릿돌 전망대 위의 몽돌바위쉼터▼
청사포다릿돌 전망대
▲달맞이 옛길은 옛날 대간첩 감시용 해안루트를 사용한다▼
▲불루라인 관광열차는 미포와 송정간의 옛 동해남부선을 달린다▼
달맞이 옛길의 구덕포 갈림길의 이정표
구덕포항에서 본 송정, 빌딩 사이 산이 송정 죽도다
구덕포구는 강태공들의 낙원
▲청사포항의 등대▼
청사포 망부송
▲청사포 가을 밭뙈기, 무우가 어찌 저렇게~!▼ 청사포 레인파크 정류장부근엔 밭뙈기에서 갓수확한 푸성귀를 파는 아낙네들이 정겹다
구덕포에서 조망한 송정해수욕장과 시가지
▲문텐로드의 만추▼
문텐로드의 홀로 먼나무가 길손의 눈길을 빼았는다
털머위는 사시사철 달맞이 길을 싱그럽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화초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주성 & 맛집 소요(逍遙)  (0) 2022.11.29
창덕궁의 만추(晩秋)  (1) 2022.11.20
오시리아 해파랑길  (0) 2022.11.15
해운대의 명물 먼나무숲  (0) 2022.11.11
소요산의 만추  (0)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