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위스 루체른(Lake Luceme) & 리기 산(Mt Rigi)
취리히중앙역에서 9시에 출발하는 리기 산과 루체른행 관광버스에 올랐다. 쥬니가 한 번 다녀온 곳이라며 취리히에서 머무는 동안 리기 산과 루체른과 알프스융프라우는 꼭 가봐야 할 명승지라며 미리 예약을 해놨었다.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관광도시여선지 엄청 큰 역사는 인파로 북세통이다. 알프스고산지는 날씨변덕이 하도 심해 한 시간 후 도착하면 날씨가 좋아지길 바래는데 어찌될지 모른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베기스에도 이슬비 흩뿌리는 날씨는 여전했다. 키이블카에 올랐다. 안개와 이슬비와 때론 회색구름이 차창으로 밀려오다 이내 거짓말 같이 걷히곤 몽환적인 초록풍광을 선뵌다. 우리나라도 산악지대가 많아 여행 중의 차창풍경이 단조롭지 않는데 스위스 알프스자락의 풍광은 단연 감탄스럽다. 한 시간여가 훌쩍 흘러 리기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는 베기스에 도착했다. 칼트바트까지 올라가는 곤돌라리프트를 탈 차례다.
여전히 안개는 산록을 누비고 가랑비도 내린다. 곤돌라에 승차해 구름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에 승객들의 탄성은 신음이 된다. 햇빛 쨍한 실사보단 시스루 걸친 부끄러움 끼가 감성적일 것이다. 칼트바트에서 다시 산악열차로 환승했다. 열차는 거의 만석을 이뤘는데 낌새가 어째 살갑다. 패키지관광 온 한국인들이었다. 루체른시내에서 유람선을 타고 와 비치나우 역에서 승차했지 싶었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중간역에서 모두 하차했다.
말 한마디 나누진 않았지만 속마음은 반가웠다. 산악열차는 리기쿨룸 정상 코밑까지만 운행했다. 이슬비가 흩뿌린다. 아까부터 설경이 다가서더니 열차를 나서니 찬바람까지 엄습해온다. 얇게 눈 깔린 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길은 안무 속에 숨어 시계가 제로인대다 미끄럽다고 쥬니와 아내가 정상등정을 포기하잔다. 대신 리기스타펠역으로 향하는 하산코스를 트레킹하면서 간이역에서 점심도 때우잔다. 글다가 적당한 때 열차가 오면 승차하여 피츠나우역으로 하산키로 하잔다.
“산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리기산(Rigi 1,798m)은 루체른호와 추크호에 둘러싸여 있다. Rigî는 독일어로 ‘주름.끈’을 의미하는데 스위스고지 협곡을 말함이란다. 1871년 5월 21일 유럽 최초의 산악 열차가 아트-골다우역과 피츠나우역을 연결하는 랙 철도였다. 베기스에서 리기-칼트바트는 리프트, 크레벨역에서 리기-샤이덱역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우리는 베기스에서 칼트바트까지 곤돌라로, 크레벨역에서 리기까진 산악열차를 이용했다. 리기스타펠역에서 점심을 때우고 열차로 피츠나우로 하산했다. 알프스고산준령에 펼쳐지는 초지와 가축들의 유유자적하는 목가적인 풍경은 자연이 빚은 위대한 사생화다. 성깔 급한 나무들이 노랗게 가을빛으로 채색하고 단정한 산촌들이 숲에 파묻힌 풍정은 탄성이 절로 나게 했다.
안무 걷어내면서 루체른호수를 클로즈업시키는 열차차장의 호수풍정 파노라마는 환상적이다. 고작 1.800m의 리기산이 ‘산의 여왕’이라 부르게 된 까닭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예쁜 산이 있을까 싶다. 스위스알프스 트레킹코스로 가장 만만한 코스가 리기산이기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붐빈단다. 한국관광객들의 인기코스이기도 하고~! 피츠나우 역에서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호수풍경을 완상하는 희열은 보너스다.
‘네 개의 숲을 가진 호수’라는 루체른 호수를 미끄럼타는 유람선에서 관망하는 리기산 절벽 아래 울창한 숲의 마을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림같은 멋진 풍경의 병풍을 빙 휘둘러 친 맑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유람하는 낭만은 꿈속 같다. 한 시간여의 행복한 시간이 금새 흘렀다. 멀리서 봐도 그림 같은 루체른시가 환대를 하듯 다가선다. 상륙하자마자 중앙역사의 인파는 난장판을 이뤘다. 관광인파로 북적대는 루체른은 도시규모가 일취월장하는 세계의 관광도시답다.
루체른의 아이콘이라는 카펠교(Chapel Bridge)를 통과한다. 유럽에서 젤 오래된 목조다리는 도도히 흐르는 로이스 강을 횡단한다.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는 지금도 튼튼하고 난간엔 생화가 만발하여 꽃길 퍼레이드를 받으며 강변을 따라 펼쳐진 루체른시가를 사열하는 개선장군이 된다. 관광의 도시답게 깨끗하고 잘 정돈된 그림 속을 걷는 느낌이다. 고풍의 멋이 철철흐르는 목조다리 중간쯤엔 원통형의 예배당이있다.
카펠교를 통과한 후 구시가지를 십분 쯤 파고들면 ‘빈사의 사자상’을 볼 수 있다. 우람한 단애가 제법 큰 둠벙을 품고 있는데 단애 속에 숫사자 한 마리가 웅크린채 누워있다. 프랑스대혁명 때 목숨을 바친 스위스용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바위사자상이다. 푸른 숲을 거느린 둠벙주위에 벤치가 몇 개 있어 동네쉼터로써 시민들의 사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빠꾸하여 걷다가 우측 동네 언덕길을 10분쯤 오르면 무제크성벽(Museggmauer)에 이른다.
루체른 무제크 성벽
고요한 나라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소슬하다.
로마 지배시 쌓은 성벽이라는데
성문 높은 곳에
쌍독수리가 새겨져 있어
오스트리아 명가문 합스부르크가의
상징이 오롯하다.
사방을 다스려온 흔적이
아직도 역력하게 보이는데
언덕 길 아래에는
유럽의 전형적인 저층 아파트가
단단하게 들어 서 있다.
성벽은 참으로 우람하고 높은데
현대식 도심 건물은 잔잔한 향연
아픈 생채기만 빼면
과거와 현실의 아름다운 조화
내 조국의 시린 한마디를
이국에서 만나고 있다.
-김윤자의 스위스문학기행에서-
무제크성벽(Museggmauer)은 로마시대 쌓은 성벽으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를 받은 곳이었지 싶다. 1386년까지는 성 전체가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구시가지 뒤쪽에 약900m의 성벽에 100m 간격의 탑 9개가 현존한다. 각기 다른 탑 모습을 하고 있는데 3개의 탑은 여름에만 개방된단다. 1535년 제작된 시계탑은 지트탑이라 불리는데 정시보다 1분 빠른 59분에 타종된다나?
나는 지트탑 - 시계탑속에 얼른 들어가보았는데 톱니바퀴들이 엉킨 커다란 공작기계도 그렇지만 당시로썬 철제기계 공작물을 이렇게 높은 망루에 매달았다는 것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 지트탑도 합스부르크가가 주민들을 위해 만들었을까? 암튼 성벽에서 조망하는 루체른시가지 풍경도 압권이다. 성벽 초지에 밤나무 한 그루가 알밤을 토해내고 있어 위도 상 우리나라와 비슷해 더 마음 아리기도 했다.
루체른 예수회 성당(Jesuitenkirche Luzern)은 로이스강변에 뾰쪽한 첨탑 두 개를 세운 바로크양식의 성당인데 바로 옆의 카펠교와 함께 루체른의 상징이다. 양파 모양의 두 개의 청록색 첨탑의 예수회 성당은 17세기작품이란다. 우린 잠시 예배당에 들러 내부를 일별했다. 화려하진 안았지만 세월의 때가 켜켜이 새겨진 장중한 법당에서 기도드리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졌다.
오후6시 루체른 중앙역사 뒤에서 아침에 우릴 리기산에 내려줬던 관광버스에 승차했다. 취리히까진 2시간쯤 걸린단다. 차창을 스치는 낭만적인 풍광에 시간을 잘라내면서도 언제 다시 여기에 올 것 같지가 않아 아쉬웠다. 땅거미가 나머지시간을 삼켜버린다. 나도 스르르 눈까풀을 내렸다. 아~! 아쉬웠던 안무속의 리기산~! 루체른호수가 안겨주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파노라마들~! 무제크성벽의 시간의 함축이 주는 무게~! 내가 영면하는 순간까지 잊지 못하리라. 2022. 09. 30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Swiss Alps Jungfrau)-신이 빚어낸 보석 (0) | 2022.10.04 |
---|---|
5) 스위스 취리히호 트레킹 (1) | 2022.10.03 |
3) 스위스 취리히호수에서의 황당(荒唐) (0) | 2022.10.01 |
2) 스위스 취리히 첫날 (1) | 2022.09.28 |
스위스-이태리-두바이여행 17일 (1) | 2022.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