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Swiss Alps Jungfrau) - 신이 빚어낸 보석
오늘도 날씬 짓궂다. 하긴 버스로 2시간쯤 달려야 그린델발트에 도착한다니 융프라우날씨만 좋으면 된다. 우린 취리히에서 관광버스로 인터라켄을 경유해 그린델발트에서 산악열차로 정상까지 갈 예정이다. 차창에 스치는 풍광은 리기산행 때처럼 안개비 땜에 시원치를 않다.
클라이네 샤이데크(2061m)에서 톱니바퀴레일을 달리는 등산열차로 갈아타고 융프라우를 향한다. 융프라우요흐 전망대(3,454m)로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에서 젤 높은 산봉우리이고, '요흐(joch)'는 '아래' 라는 뜻이란다.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라는 융프라우(4,158m)는 아이거(Eiger)와 묀히(Monch)와 함께 3대 봉우리 중 최고봉이다.
허나 융프라우의 또 하나의 이름은 ‘젊은 아가씨’이다.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안무에 숨을 때가 많아 정상의 만년설은 수줍은 젊은 아가씨처럼 좀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질 않아 일컫는 별칭이다. 또한 정상아래 인터라켄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명명했다고도 한다.
해발1000m를 거뜬하게 기어오르는 등산열자의 차창에 펼쳐지는 풍광은 탄성연발이라. 완만한 언덕 초지에서 노니는 염소 떼와 꽃송이를 흔드는 장난감 같은 집!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그 초지사이로 난 구불구불 백사(白蛇)마냥 뻗은 길을 등산객 한 커플이 오르고 있다. 짬 내어 끼어들 수 있다면 동행하고 싶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트레킹코스가 무려 70여개나 있다는데 띄엄띄엄 초지 숲에 박힌 고가(古家)샬레풍의 세모집들이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어 알프스의 속살과 향취를 제대로 만끽할 수가 있단다. 하여 알프스는 속살이 더 아름답고 멋진 산이라고도 한단다. 설산의 하늘금과 골짝의 폭포를 감상하며 느릿느릿 탐험하는 등산객의 낭만을 꿈꿔보는 것만으로 나는 달떴다.
융프라우 철도는 암벽을16년간 뚫고 1912년 건설된 경사도 25°의 아프트식 철길이다. 기점역(基點驛)인 클라이네샤이덱(높이 2,061m)에서 약2km는 완만한 초원이지만, 나머지7km는 아이거와 묀히의 산허리를 뚫은 터널로 융프라우요흐에 오른다. 기차에서 내리면 춥고 다소 어두운 동굴을 지나서 전망대에 선다. 드뎌 눈부신 설원(雪原)이 펼쳐진다.
정상에선 북동쪽의 묀히와 아이거, 남동쪽의 알레치 빙하, 남쪽의 알레치호른이 조망된다. 산골짝사이의 알레치 빙하 길이는 23㎞, 깊이는 900m로 독일의 흑림까지 뻗은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다. 코앞의 음흉한 크레파스가 의시시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이곳3,000m가 넘는 고지에 천문대와 연구소가 있다.
산악철도운행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얼음터널 알파인 센세이션에 다양한 얼음조형물의 아트페어가 얼음궁전처럼 이어지는데 빙판길이 미끄럽다. 이윽고 융프라우요흐 전망대에서 편하게 융프라우만년설을 품어보고 식당가에서 기갈을 때울 수가 있는데 인파로 난장이다. 해발3500m산정에 구름인파라니~! 스위스는 그렇게 부유해지나 싶었다.
알레치 빙하는 1년에 80~90m씩 아래로 흘러내려가고 만년설이 사라질 때의 지구온난화가 빚을 인류의 미래는 어찌될까? 스위스가 석유류제품과 목재류제품 사용을 최소한 안 쓰는 소이를 엿보게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곳에 까마귀가 동행한 이유를 생각해 봤다. 만년설 밟는 걸 시늉만 내고 다시 터널로 들어섰다. 언제 다시 올 수가 있을까? 2022. 09. 30
# 이 여행기에 수록 된 사진들 중 일부는 차장을 통해서 촬영한 탓에 선명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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