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태리 밀라노(Milano)에서 3일
가)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사거리와 파크하얏트호텔
취리히중앙역에서 오전9시10분에 출발하는 이태리 밀라노행 고속열차에 승차했다. 220여km의 거리엔 시속200km로 10분간을 달리는 고타드 터널도 있는데 알프스산맥을 통과하는 차창에 밀려드는 풍광은 사뭇 목가적이라 여행의 낭만을 만끽케 한다. 오후1시쯤에 내린 밀라노중앙역은 인파의 아수라장이었다. 넓기도 무진장한데 입추의 여지가 없다. 도대체 어디서들 온 사람들일까? 아랍, 인디아, 아프리카인들이 태반이다.
파크 하얏트호텔에서 보내준 리무진승합차에 올랐다. 밀라노시내의 길 대부분이 잘게 자른 박석(薄石)을 깐 돌길이다. 박석길을 달리는 차의 진동은 전동마사지하는 기분이다. 취리히나 밀라노 같은 고도의 박석길은 로마시대로 거슬러오를 테다. 고대로마는 말이 끄는 쇠바퀴전차가 달릴 수 있는 돌로 포장도로를 깔았던 것이다. 예약해 놨던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체크인 했다. 밀라노 파크하얏트 보다는 더 웅장하고 화사하다.
여행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점심 때우러 호텔을 나섰다. 와~! 이건 또 무슨 난리북새통인가? 유리천정 돔으로 이뤄진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사거리엔 인파로 와글와글!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관광인파들이 축제 아닌 축제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린 하얏트호텔부근 레스토랑PB300 노천테이블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했는데 ‘난리도 난리도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란 풍자가 딱 맞지 싶었다.
세계의 인종, 패션, 헤어스타일, 신발, 화장술, 워킹 쇼, 알몸자랑, 끽연 폼까지 무슨 콘테스트를 벌리나 싶게 오두방정에 입담을 쏟는지 소음공화국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근데 이 난장판 소음천지가 싫지가 않다. 노천카페에 앉아 공짜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관광천국 밀라노에서 나도 폼 잡고 있단 시니컬한 자위를 하고 있었다.
기원전 222년에 로마제국의 영토가 된 밀라노는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을 선포하여 그리스도 교도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허락한 곳이다. 그 후 영주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브라만테 등 천재예술가들을 불러들여 밀라노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으며, 1805년 나폴레옹은 밀라노를 이탈리아왕국의 수도로 지정 황제대관식을 거행한 도시다.
고색창연한 역사적인 도시 밀라노는 시가지 어디라도 장구한 역사의 때가, 숨결이 느껴진다. 중세의 코린트식 석조건물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성당의 뾰쪽 탑이 우뚝 솟은 박석의 길은 사통오달이다. 빈틈없이 들어선 고딕석조건물은 육중하고 위압감을 주는데 가로수가 없어 넘 건조하다. 토박이 밀라노사람들의 성품은 어떤지 모르지만 식당사람들은 누구나 당당하고 직업에 희열을 느끼는 장인정신의 긍지를 실감케 했다.
밀라노 중앙역사에 도착하기 전에 율이 당부를 했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된다.‘고. 중앙역사나 여기 유리천정 돔 사거리나 몸에 달린 것 말고는 뭘 훔쳐가도 모르지 싶을 만큼 인간짬뽕 내지 비빕밥 난장이다. 간혹 훤칠하고 잘 생긴 사람도 눈에 띄긴 하지만 한국사람이 이목구비가 수려하나 싶다. 제 눈에 안경일까? 근디 한국.일본,중국사람들 보기가 하늘 별 따기다. 코로나팬데믹에 여행문화 패턴도 바뀌었을까?
오후3시 넘어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파크하얏트 5성급호텔인데도 밀라노호텔이 더 디테일한 디럭스호텔이다. 6시 반에 호텔 1층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쥬니와 아내가 쉬자고 해 침실로 향했다. 플라스틱제품(치솔,치약 등)이 없고 티슈도 화장대에만 비치됐다. 얘기하면 곧 보내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예방을 위한 방책의 일환이란 걸 통감케 하는 선언(?)같아 맘 찡했다.
세계적인 호텔체인 재벌 하얏트가 앞장서고 있는데 우린 일회용품사용 천국이다. 그 많은 인파가 난장을 부려도 거린 깨끗하다. 가게나 식당에서 일회용품사용이 안해서일 것이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으로 국내외를 연결하는 항공,기차노선이 잘 발달돼 있어 여유가 있어보인다. 친절과 유머가 능숙하고 직업에 대한 긍지가 여간 자신만만해 보였다. 202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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