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 세컨드 (One Second) >의 눈물
아카데미, 칸, 베니스, 모스크바 등 전 세계 영화제의 상을 150여 차례나 수상한 전설적인 영화감독 장예모의 영화<원 세컨드>를 넷플릭스로 봤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국 간쑤성 노동교화소에서 주인공 장주성이 탈옥해 고비사막의 매서운 모래바람을 헤치는 고난의 탈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시작 전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문을 듣고 딸의 모습을 보기위해서 벽지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뉴스 속 딸의 등장시간은 단 1초인데. 황량한 변방의 어느 마을 앞에 이르자 필름배달꾼의 자전거에서 필름을 도둑질하는 불량배를 목도하고 그 뒤를 쫓아가는 장주성의 온갖 수난의 고행은 웃을 수도 분노할 수도 없는, 격정의 엎치락뒤치락 화면이 관객들의 맘을 붙잡는 페이소스에 말려들게 한다.
딸의 모습이 담긴 단 1초의 필름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필름을 훔쳐야 하는 소녀의 우애(友愛), 영화상영에 대단한 자부심과 신념을 가진 영사기사 판영화, 영화상영 소식만으로도 기뻐하고 흥분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반세기 전의 가난한 중국인민들에게 영화란 문화의식이 얼마나 센세이션한 기쁨이고 축복인지를 엿보게 한다. 변방의 인민들에게 두 달 단위로 상영되는 영화는 기다림이란 공감대에서 맞는 기쁨의 축제(?)였다.
내 초등시절에 우리네 농촌에서도 천막을 치고 활동사진을 보았던 ‘이동영화’는 1년에 몇 번뿐인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누나 손목잡고 캄캄한 밤길에 가설극장을 찾아 달떴던 흐뭇함은 지금도 희미한 설렘으로 전율한다. 고비사막의 모래바람과 황량한 들판 속에서 도난품 영화필름을 좇아 쫓고 쫓기는 와중에 필름은 훼손되고 일부 뜯겨지기도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열정은 어떻게든 필름이 영화관의 영사기사에게 전달된다.
얼키고설킨 먼지투성이 필름 영화<영웅아녀>를 상영기사 판영화의 주도하에 마을사람들은 혼연일체 세척작업에 나서는데 그 정경 또한 압권이다. 세척된 필름이 마침내 영사기의 빛에 투영돼 스크린에 영상으로 비추는 순간 강당(극장)을 꽉 매운 마을사람들의 흥분과 웅성거림은 영화에 대한 열락의 기대치와 설렘이 어느 만큼인지를 절감케 한다.
‘<중화뉴스>22호’에 딸의 모습이 잠깐이나마 나온다는 말에 탈출한 장주성, 천재동생의 공부를 도우려고 빌린 필름전등갓이 타버리자 새로 만들기 위해 12.5m 길이의 필름이 필요했던 류가녀의 쫓고 쫓기는 반전의 영화는 애초부터 영화<영웅아녀>의 내용과는 별개의 의미였다. 영화가 상영되고 판영화 범위는 공산당에 충성하려고 탈주범 ‘장주성’을 당치안과에 신고하면서도 한편으론 도와주는 연민의 고뇌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찡하게 한다.
그는 영상기사로 마을인민들의 존경의 대상이며 절대 권위를 누릴만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단1초나마 딸의 모습을 보러 사막을 횡단한 탈주범 장주성은 포박된 채 교화소를 향해 다시 고비사막을 횡단하지만 그리 비통해보이지 않는다. 판영화로부터 딸의 모습이 담긴 필름 두 컷을 선물 받아 간직한 횡재(?)탓이었을까? 허나 그 필름을 사막에서 잃어버린다. 글고 2년 후 교화소를 출소하여 필름을 잃어버린 사막 그 자리에 서는데~!
<영웅아녀>의 주인공 아팡이 아빠와 재회하는 순간 장주성과 류가녀도 눈물을 훔친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스크린에서 아팡이 흘리는 눈물보다 훨씬 뜨겁고 애잔하다. 영화관을 꽉 매운 관객들 누구도 포박당한 채 끌려가는 남자와 죽은 아빠를 그리는 소녀가장이 더 기구한 사연에 가슴앓이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영화<원 세컨드>에서 웃고 울며 축제난장을 펼쳤던 중국인민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고 있는 내 또래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공감하고 향수에 젖게 해 아련한 위로감에 젖게 했다. 2022.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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