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에서 망서(忘暑)
정오에 지기(知己)C를 만나 남대문시장엘 들렀다. 구제품 하나 쇼핑한다는 핑계였는데 상가모습이 옛 때깔은 지워지고 일신한 통에 한참을 헤맸다. 그도 그럴 것은 남대문시장을 찾은 지가 언제였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쇼핑 후 C가 나한테 남산골한옥마을 가봤냐? 고 물었다. 가본 게 아니라 나는 처음 듣는 고유명사였다. 점심 먹고 그곳을 산책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남산골한옥마을은 필동 매일경제신문사 뒤에 있었다. 옛날 수도방위사령부자리였다. 1989년 수도방위사령부가 남태령으로 옮기고 그 터에 서울시가 남산골의 제모습찾기 사업으로 민속자료 한옥 다섯 가옥을 이전 복원하여 전통정원으로 꾸며 1998년 4월 18일에 개장했단다. 필동 남산골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경관이 뛰어나고 아름답기로 손꼽히던 곳으로 삼청동·인왕동·백운동과 자웅을 겨루던 명당이었다.
1993년부터 4년에 걸쳐 서울에 있던 한옥 다섯 채를 옮겨 걸맞은 살림살이를 예스럽게 배치해놓아 전통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과 선조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순정효황후 윤씨의 친가, 해풍부원군 윤택영의 재실, 부마도위 박영효 집, 오위장 김춘영 집, 도편수 이승업 집으로 건축시기와 장소, 주인의 신분은 다른 가옥은 그 나름의 살림살이 분위기와 사람의 온기가 살아 있었다.
조선조의 전통정원은 옛 남산의 지형을 되살려 복원하고 소나무를 비롯한 전통수종을 심었으며, 골짝을 만들어 사시사철 물이 흐르게 했다. 연못과 정자는 옛 선조들이 남산골의 풍정을 즐기며 유유자적했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남산골한옥에선 활과 한옥 만들기, 한지`자개공예,약선체험, 한복입기, 수채화키트,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다.
안방과 사랑채안의 가구들은 농촌출신인 내겐 생소한 게 많았지만 농기구들은 켜켜이 묻은 손때만큼 나의 아련한 향수를 차환시켜 타임머신여행에 들게 했다. 반세기 전의 코 흘리게 시절이 그립다. 눈물 핑 돌게 사무쳤다. 잃어버린 고향, 옛것들이 사라진 고향엘 가고 싶걸랑 남산한옥마을을 찾을 일이다. 그곳엔 너무도 익숙하여 친근했던 농기구들이, 거기에 서린 애환이, 추억토막들이 세월이란 잠에서 깨어나 심저를 후빈다.
또한 한양의 고관대작들이 애지중지했을 사치스런 장식품들이 골동품전시장처럼 늘어져 있다. 그 사치품들에 벤 시간의 때는 연기에 그을린 부엌살림사리나 농기구의 때보다 누추해 정감이 덜했다. 처마를 맞댄 기와지붕의 선들 사이로 남산타워가 꺄꿍하곤 하는데 남산의 산세를 살려 꾸민 정원과 골짝물길은 한옥마을을 소요하는 산책객들에게 유토피아 같은 힐링 코스다. 소나무 숲 정원, 앙증맞은 연못, 멋진 정자와 산책길의 뷰포인드에 있는 벤치는 치유의 낙원이다.
옥인동 윤씨 가옥은 1910년도에 지었다니 한일합방 때다. 많이 낡아 이전하지 못하고 복원한 모조가옥이다.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의 집이다. ㅁ자형으로 안채 앞 기둘머리를 익공으로 치장했다.
옥인동 윤씨가옥에선 김도영작가의 한글과 한옥을 주제로한 작품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람이 쉬어가고, 자연이 들어오는, 사람의 꿈이 담겨있는 한옥은 또 하나의 작은 우주다. 한옥의 정취를 바람, 자연, 꿈을 주제로 하여 공간에 재현하였단다. 대청마루에 한옥한글 모빌작품 '꽃바람' 걸개가 각기 다른 풍경으로 시선과 마음을 붙잡는다. "한옥이 가장 한옥다운 여름날, 바람처럼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순종의 장인 윤택영의 재실은 딸 순정효황후가 1907년 창덕궁에 입궁할 때 지은 것으로 순종이 제삿날 와서 머물때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재실이란다. 제사에 참례할 왕을 위한 집! 오늘날에도 대통령이 맘이 내키지 않는다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어 집무실을 옮기는 판이라 왕 = 대통령이란 등식이 엿보이나 싶어 그 음흉함이 참 그렇다.
보타닉아티스트 김슬기씨의 작품전시가 민씨가옥 사랑채에서 열리고 있다. 꽃을 피워, 계절을 담다. 한옥에 식물과 다양한 소재의 자연물들로 사계절을 담았다.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사계절을, 이번 작품을 통해 시각, 후각, 촉각으로 느껴 자연의 소중함을 감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랜다고 작가는 말한다.
관훈동 민씨가옥은 1870년대 지어진 민영휘의 저택으로 안채는 옮기고 이전시 철거된 건넌방과 사랑채와 별당채는 신축한 거란다. 조선조 최상류층의 가옥이었다.
신미경 민화작가가 관훈동 민씨가옥 안채에서 '자연(自然) = 복(福)'이라는 꽃놀이 즐거움을 펼쳤다. 꽃의 아름다움, 화려함, 번영, 영화로움 등 긍정적인 의미는 좋은 일, 영화로운 일에 비유된단다. 모란의 부귀영화, 연꽃의 청렴, 매화의 기개와 지조에 새가 있는 화조도는 집안의 평안과 복을 기원했단다. 작품 '만휘군상(萬彙群象)'은 자연회귀로 치유된다는 의미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형태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한다.
팀‘1352’는 2030세대가 서울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면서 디지털아트 및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다양한 시각작업 활동을 하고 있단다. ‘1352’는 일상에서 특별한 일을 찾아 모인 사람들을 숫자로 재밌게 풀어내어 만든 팀명이란다.
한옥마을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연극, 놀이, 춤 등을 공연하여 옛 문화를 접하며 배울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여 성황중이란다. 7월5일부터 31일까지 도편수 이승업 가옥에서 ‘뚝딱뚝딱1352’ 아트랩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한옥의 가신(家神)문화와 외국의 정원요정을 연결하고 비틀어 목수들이 뚝딱뚝딱 한옥을 지어 살다보면 망가지는 집을 뚝딱뚝딱 고치는 요정 - 도깨비요정을 집안 구석구석에 은거시키는 퍼포먼스랄까!
남산국악당은 2007년 국악전문공연장으로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려 개관했다. 한옥마을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연극, 놀이, 춤 등을 공연하여 옛 문화를 접하며 배울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여 성황중이란다.
서울 한복판에 사치스러울(?)만한 전통공원은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 후 디저트산책으로도 최상일 테다. C와 나는 오후 한나절을 얘기꽃 피우며 소요했다. 한옥마을 심장에 서울천년타임캡슐이 있다. 서울정도(定都)600년을 기념해 1994년11월29일 서울의 모습과 시민생활문물 600점을 캡슐에 담아 매장하여 2394년11월29일 정도1000년에 개봉할 예정의 구조물이 있다. 분화구모형에 캡슐 하나를 지하15m에 보관하자고 금싸라기 땅을 낭비함은 아닐까? 하는 기우도 해봤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스위스 취리히 첫날 (1) | 2022.09.28 |
---|---|
스위스-이태리-두바이여행 17일 (1) | 2022.09.25 |
트레킹의 천국 - 송도해안 볼레길 (0) | 2022.06.10 |
태종대 & 해운대 모래축제 (0) | 2022.06.10 |
대변항 해녀마을 - 카페 채플린 - 해동 용궁사 (0) | 2022.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