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부가 1년에 만에 찾은 태종대는 비 온 뒤끝 흐린 날씨 탓인지 관광소요객이 뜸했다. 물기 잔뜩 밴 상록수림은 목욕까지 한 후라 반들반들 윤기가 돋는다. 열대우림 같은 숲 터널은 적요한데 그 적요를 깨우는 건 이름 모를 새소리와 나뭇잎을 애무하는 여린 해풍이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내숭떨 듯 나붓대는 이파리의 율동이 속눈까지 시원케 한다.
흔들리는 이파리사이로 하늘과 구름이 여행을 한다. 그 구름을 헤치고 숲속을 탐색하는 햇빛이 살갑다. 짙푸른 숲은 심심하면 겨드랑이 사이로 푸른바다를 끌어당긴다. 코발트 해원은 수많은 배들을 띄우고 있는데 방정맞은 통통선이 해원에 하얀 낙서를 하며 꼬리를 감추곤 한다. 세상의 온갖 낭만이 태종대에 나들이 나왔나 싶다. 아낸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칠 것 같잖다고 흥얼댄다. 부산은 참 살기 좋은 곳이다.
태종대는 신라 무열왕(김춘추)이 말 타고 활을 쏘며 군사훈련을 하여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나? 해송, 사스레피 나무 등의 사철나무와 120여종의 수목이 울창하고, 해안의 기묘한 색깔의 단애와 기암괴석이 망망대해와 해조음(海潮音)을 섞는 명소가 줄차게 이어진다.
맑은 날엔 약 56㎞거리인 일본의 대마도(쓰시마섬)도 볼 수 있어 일제는 군 요새지로 사용 출입금지구역이 됐다가 1969년에 관광지로 지정됐다. 태곳적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하여 파도에 침식되어 만들어진 파식대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이 암벽해안가에 즐비해 천혜의 해안관광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