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철마산(鐵馬山)
달포 전에 개통한 남양주 진접역에서 가까운 철마산행 길에 들었다. 해참공원에서 시작하는 산행들머리부터 빼곡 찬 소나무 숲을 가르는 산길은 평탄하기까지 하여 신바람이 났다. 가끔 참나무와 혼숙하는 숲길에 생강나무가 노랑 입술을 부릅뜨며 아는 챌 한다. 어쩌다 두리번거리며 나타난 진달래의 미소를 접하면서 마음은 상춘(賞春)의 싱그러움에 취했다. 낙엽 깔린 동토(凍土)는 푸른 싹을 틔우느라 물러터지고 있다.
춘색(春色)은 울창한 숲속을 애무하는 듯싶고. 체감하는 봄기운에 숲을 헤치는 발걸음이 신명났다. 얼마나 달떴을까? 오르막능선에서 휘어진 소나무 몇 그루가 ‘목표봉’이란 알쏭달쏭한 팻말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조우하는 소나무는 세월의 때와 풍류의 폼을 켜켜이 쌓은 거목들이어서 눈길을 빼앗는다. 빼룡 산릉인가? 오름이 빡세니 내림 길도 급살 맞다. 게다가 바위를 덮은 동토가 녹아 질퍽대는 산길은 신경 날 서게 한다.
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면 다시 넘어야 할 산릉이 기다리고 있다. 된비알 능선을 헉헉대며 오르고 다시 조신하게 하강하는 유격대산행을 감내 할 수 있음은 멋들어진 거송(巨松)들의 퍼레이드 덕일 테다. 철마산은 소나무들이 바위를 압도한다. 잘 생긴 소나무에 기세 움츠러든 바위들은 감히 연애할 엄두도 못 내나 싶었다. 연애란 것도 웬만큼은 상대적이다. 여기 바위군상들은 어째 못 생기고 폼도 볼품 없다. 세상사 모두가 균등한 게 하늘의 별 따기인지 모른다.
그런 암송들의 사연을 상상하면서 몇 개의 산릉을 오르내리니 철마산정에 올라섰다. 산 아래를 휘두른 시가지 저만치부터선 산릉들이 겹겹이 파도를 일궈 사라진다. 사위전망이 뻥 뚫려 내가 담을 수 있는 한 여지없이 포식했다. 철마산이란 이름은 아까 올라온 골짝(가마솥 골)에 ‘쇠를 캐는 광산’이 있어 빚어진 이름일거란다. 허나 오늘 내가 첫 산행서 느낀 건 네댓 개의 연봉을 오르내리는 고행이 흡사 우리네의 삶의 여정 같다는 생각을 절감했다는 거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시 마주치는 장애물, 그걸 통과하면 또 다른 숙제, 그 숙제가 끝이려니 할 때 주어지는 장벽은 어떻게든 넘어야할 생존의 역경이듯 말이다. 공원에서 4.5km남짓 거리의 철마산정상이 은근이 버거워 숨차 오르고, 그러면서 맛보는 희열과 낭만은 애초에 산행시작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거였다. 등고선이 훤히 조망되는 해발 711m의 철마산이 가깝고 더는 대수롭잖게 여겼던 건 시건방이었다. 능선 속의 협곡은 갈등과 희열을 반복케 하는 수수깨끼의 저장고란 걸 눈 짐작으론 어림할 수 없단 걸 간과함이다.
다산(茶山)정약용 선생이 ‘철마산인(鐵馬山人)’이란 호를 씀도 단순히 고향 뒷산이름 이어서만은 아닐 테다. 세조와 정희왕후의 윤씨의 광릉(光陵)이 있고 국립수목원이 있다. 철마산의 울창한 수목의 다양성과 식생, 들판의 옥토를 사위에서 휘두른 산릉들의 병풍은 천혜의 요지란 생각이 들었다. 남양주 땅이 옛날부터 길지(吉地)라고 회자되는 소이를 알 듯도 싶었다. 가깝고도 먼 곳은 내 머리와 가슴 사이라 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은 한 뼘 남짓의 거기서 비롯됨이라! 만족감-행복은 늘 내 안에 있다. 2022.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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