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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멸공과 사드의 사잇길

 

멸공과 사드의 사잇길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는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온다는 점이다.” -조지 오웰이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뒤 쓴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반세기 전쯤 반공이데올로기문화를 심화시키면서 써먹던 ‘멸공(滅共)’이란 단어가 느닷없이 매스컴을 달군다.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면서 ’#멸공‘이란 단어를 1월 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부터다. 정부의 대중국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신문기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캡처해서였다.

정 부회장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중국시장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기업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싶다는 우려에 정 부회장은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입니다.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기를 바랍니다.”라고 구차한 변명을 했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가 자기 인스타그램에 이마트에서의 쇼핑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 즉 ‘문재인 정부를 타파하자’는 의미의 ‘달파멸콩’을 올렸다.

덩달아 나경원, 최재형, 김진태 등 야권인사들이 가세하고 일부 청년들이 합세하여 색깔론을 불지폈다. 문제는 ‘멸공’이 중국인민들과 청년들에게 반한모멘트로 작용 한`중간의 반목 이슈화로 번졌다는 점이다. 보수꼴통 정치인들이 철지난 멸공을 외치다 중국의 역풍을 맞을까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 정 부회장이 멸공이란 단어를 자주 쓰는 소이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중국시장에서 철수해야했던 뼈아픈 트라우마 땜일 게다. 철수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사드설치 탓이었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은 재중 한국기업들을 얼마나 옥죄어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만들었는지 상상을 절한다.

박근혜정부는 급박하지도 않은 사드배치를 강행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국론을 분산시키며 중국의 비윌 거슬렸다. 하여 재중 한국기업들은 사드 설치값보다 더한 손해를 봐야했었다. 사드를 배치하니 과연 북한이 미사일발사를 포기했던가? 미사일 저격용 사드 앞에서 북한은 시험발사에 더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그래 핵전쟁이 발발할까? 선재타격을 주장하는 윤석열후보 같은 네오콘이 없으면 김정은은 핵전쟁 도발을 안 할 거다. 김정은이 정신병자 아니고선 지가 젤 먼저 죽을 텐데 도박하겠는가?

설사 전쟁이 발발되면 한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은 괌에 있는 핵무기를 놔두고 우리나라가 공산화되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까? 미국이 세계평화를 부르짖으며 자랑하는 혈맹관계의 위신과 신의는 똥간의 막대기로 전락할 것이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자충수였다. 사드배치문제에서 우린 미`중간에 등거리외교를 했어야 했다. 광해가 명`청전쟁(明清戰爭)에 관형향배(觀形向背)외교로 위기를 모면하고 평화를 도모했듯이 말이다.

병자호란과 홍다이지

‘중국이 반대해서 사드배치를 못 하겠다.’고 미국에 배짱 튀기고, 중국한테는 ‘북한이 핵실험장난질 못하게 중국이 보장한다면 사드배치 안 하겠다’고 줄타기 외교를 했어야 옳았다. 사드배치문제를 미`중정부에 떠넘겨야 했다. 김정일은 중국의 반대 속에 살아남을 수 없고, 미국은 사드장사 접으면 된다는 사실은 간단명료한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이 완충지대로써 필요할 뿐이다. 미국의 무기장사에 말려들어 곤경에 빠진 건 우리다.

1618년 7월 명(明)나라의 파병을 요청받은 광해군은 사령관 강홍립에게 “형세를 보아 행동을 결정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강홍립은 1만3000명의 파병군을 이끌고 시나브로 7개월 후에 압록강을 건너서 전세를 파악하곤 승세가 청(淸,후금)으로 기울자 투항하고, 예하 김응하 장군을 명나라에 파병하여 등거리작전을 펴면서 인명살상을 최대한 줄이는 기회주의 전술을 도모했다. 광해의 등거리외교정책을 따른 강홍립장군 덕에 조선은 평화를 유지했다. 허나 친명배금(親明排金)사상 포기라는 구실로 인조반정을 일으킨 인조는 친명노선과 주전파를 옹호하여 정묘`병자호란을 자초했다.

인조가 삼전도 눈밭에서 홍다이지를 향해 치욕적인 삼배구고두례를 하고있다

국토는 유린되고 수십 만 명의 살상과 60여만 명의 동포들이 포로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했으며, 인조는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례’를 하며 항복이라는 치욕을 당했다. 윤석열 후보는 ‘멸공’을 자랑삼듯 하다가 뜬금없이 ‘북한주적’을 외치며 미사일발사에 ‘선제공격’ 대응을 주장한다. 어쩜 전쟁을 못해 안달하는 바보처럼 말이다. 북한을 주적 삼아 선제공격을 하면 멸공이 되고 한반도는 평화가 올 듯이 말이다. 한심하다. 서두에 옮긴 조지 오웰의 탁견이 무릎을 치게한다.

남한산성행궁

자고로 전쟁은 우매한 네오콘들이 벌린 인류멸망의 도박이었다. 궁지모면 방편으로 전쟁을 주도한 자들은 후방에서 안주하고, 전방의 병사와 백성들이 죽음의 길로 향하는 게 전쟁이다. 미`중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작금에 광해의 등거리외교를 반면교사로 삼아 난국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위정자가 선출되길 기원한다. 미`중 눈치만 볼게 아니라 실리를 좇는, 그들을 이용하는 담대한 위정자가 고대된다.    2022. 01. 15

남한산성 서문(지화문) - 인조는 청태종에게 항복 삼배구고두례를 하러 서문을 걸어나왔다
인조가 서문(상)을 나와 삼전도를 향해 항복하러 걸어갔던 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