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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서촌김씨’ 이태리식당에서

 

‘서촌김씨’ 이태리식당에서

새해에 성큼 발 디딘지 일주일째다. 엊그젠 불알친구 C가 불러내 종3(鐘三) J의 사무실에서 오후 한나절을 추억여행을 했다. 뭍 남성들이 공유하는 청춘을 저당한다는 군대생활이란 인고의 세월은 각자 나름의 인생여정에 굵직한 나이테로 남는다. 카투사(katusa)하사관 C가 월남헌병대 행정병으로 근무한 2년여의 파월생활과, 파월부대 태권도교관으로 3년(1년 연장)을 월남에서 청춘을 불사른 J의 파월병영생활은 군대에 안 간 내겐 군복무란 추억여행담(?)치곤 이색적이고 솔깃한 흥분을 느끼게 했다.

C와J가 전역 후에 공통으로 아쉬워한 건 얼마큼이나마 목돈을 쥐려 억척을 부리지 안했던 파월병생활이었다는 점일까? 목숨을 담보한 전쟁터에서 생명수당이나 마찬가지일 월급을 모아 귀국했던 대다수의 장병들과는 다른 후방병영생활을 했던 C와J는 이재(理財)에 무딘 편이었단다. 암튼 그들은 치열한 전쟁터에서 운 좋게도 후방에서 병영생활을 즐길 수 있는 행운아(?)였던 셈이다. 나는 J가 태권도사범이었단 사실을 오늘 알았다. 그래 설까? 평상시 J의 어깨는 힘이 든 다부진 모습인데 아마 그 땜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재선생 동상 앞의 C와 J

두 친구와 종3~4가를, 종묘 앞을 한량걸음 질하며 나는 20대 때 걸었던 종로로 타임머신 여행을 하기도 했다. 종묘(宗廟) 앞길은 그 시절에 걷고 오늘 발 디뎠지 싶다. 상전벽해 된 서울에 반세기 전의 때가 켜켜이 묻힌 그대로의 모습은 종로 사오거리일 것 같았다. 오늘 나를 불러준 C가 고맙고, 13층 휴게실에서 시가지를 조망하면서 유쾌한 오후를 즐길 수 있게 해준 J가 부러웠다. 70대 내 또래에 출근할 사무실이 있고 엉덩이 걸칠 책걸상이 있다는 사실은 돈 벌이완 상관없이 행복한 삶이다.    

서촌김씨 내부

오늘 겨울한파가 매서운 오후4시, 울`부부는 율`커플과 집을 나서 새문안로에서 경희궁1.2길을 관통하여 경찰청담벼락을 타고 경복궁역을 횡단하여 자하문로를 북상했다. ‘서촌김씨’란 간판을 든 이태리식당을 찾아서다. 테이블 6개가 전부인 단출한 식당은 실내장식도 간결한 쬐그만 여느 식당처럼 소박하다. 허나 들어서면서 인지하게 되는 건 예약손님 위주라는 까다로운 절차다.

서촌김씨 입구

예약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서빙을 받으면서 음미해가는 이태리식 메뉴는 이 집이 까다롭게 손님을 받는 소이를 알아채게 한다. 맛과 영양가 높은 음식은 정갈하고 비싸질 않다. 후추와 올리브오일이 기본양념일 이태리음식은 한식이 체질화 된 울`부부에겐 다소 느끼하나, 다양한 와인 향과 맛으로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얘기꽃을 피우면서 서로의 사유를 공감해 간다. 후추가 모든 요리의 맛깔을 깊게 해주듯이 말이다. 

모든 서양음식의 기초양념인 소금과 후추 중에 인도가 원산지인 후추는 세계역사를 변혁시켰다. 15세기 유럽인들은 후추를 구하러 인도와 동남아를 향해 위험한 모험을 떠난다. 인류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돈 마젤란이 스페인을 출발한 때가 1519년이었다. 270명의 선원이 탄 5척의 배는 항해 중에 18명의 선원만이 살아남아 빅토리아호 한 척을 끌고 귀국했다. 마젤란도 불귀의 객이 된 채였지만 결단코 밑진 항해는 아니었다. 아니 동서무역항로를 열고 자본주의국가를 태동시키는 마중물이 됐다.

빅토리아호에 싣고 온 후추를 판 금액이 마젤란함대에 스페인왕실이 투자한 금액을 몽땅 환수하고도 남았단다. 나무로 건조한 화물선으로 장거리항해를 해야 하는 탓에 인도 또는 동남아의 후추와 향신료는 가볍고 부피 작은 고가상품이라 최고의 무역상품이었다. 인도와 동남아를 식민지화한 영국과 네덜란드가 동인도주식회사를 차려 후추와 향신료를 실어와 판 막대한 자금은 자본주의국가의 효시가 되어 세계무역을 주도한다.

그 후추는 음식 맛으로 승화해 인도와 동남아 그리고 세계로 수출되어 떼돈벌이가 된 게다. 5시부터 시작한 여섯 차례의 메뉴만찬은 8시 반에 끝냈다. 와인애주가인 울`식구들의 외식시간은 대게 첫손님으로 시작해 문 닫을 때까지 이어져 마지막손님이기 십상이니 좀 별나긴 하다. 다른 테이블손님은 몇 차례 바뀌기 일쑤지만 율`커플은 신경 안 쓴다. 결코 섭섭하지 않게 매상가를 올려줘서다.

카프레제(토마토 치즈 샐러드)

하여 율`커플은 식당의 특별한 손님대우를 받나 싶다. 어찌 생각하면 울`부부는 늦복이 상당한 셈이다. 건강하고 추하지 않은 폼으로 동반하여 즐길 수 있어서다. ‘서촌김씨’주인장이 배웅하면서 내게 와인 한 병을 내민다. 의아해 하는 내게 “아버님께 드립니다.”라고-.

홍당무 된 내가 술꾼인줄 아나? “아내에게 줘야 했는데 잘 못 짚었다.” 고 실토 해 웃음꽃이 피었다. 정월 초 겨울밤의 냉기가 내 목덜미를 핥는다.  홍당무 노안을 홍안으로 화장시키려나!       2022. 01. 08

뇨끼(감자와 크림 버섯 소스)
가지 라자냐
해산물 오일 파스타(계절메뉴)
아마르 리치아나 (베이컨, 토마토소스)
하몽 루콜라 샐러드
화이트 볼로네제 파스타 (잘게다진 고기+올리브)
티라미슈 & 에미드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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