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밧세바
그날도 예루살렘 궁궐의 밤은 어두컴컴하고 고요했습니다. 마음이 편치를 않았던 다윗 왕이 침전을 나와 발코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던 참이었습니다. 어디선가 가녀린 여인의 노랫소리와 함께 물 끼얹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거였어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다윗은 그 노랫소리 들리는 쪽을 향해 발길을 옮기다 멈칫 서서 희한한 정황에 눈길을 빼앗깁니다. 열린 창문사이로 목욕중인 묘령의 여인의 나신이 비너스처럼 아른대는 거였지요. 침전으로 내려 온 다윗은 시종을 불러 그 여인을 데려오라고 하명합니다.
여인은 엘리암(암미엘)의 딸 밧세바로 우리아 장군의 아내였습니다. 밧세바는 ‘맹약의 여자’란 뜻이랍니다. 그녀의 남편 우리아는 다윗의 충신으로 지금 전쟁터에 출장 중 이었지요. 허나 욕정의 화신이 된 다윗은 밧세바한테 홀딱 반해 욕정의 불꽃을 태우려 좌면우고할 염두도 없이 침실의 육탄전에 돌입합니다. 성숙한 남녀가 불꽃 틔긴 하룻밤은 예기치 못한 로맨스로 끝날 순 없었습니다. 밧세바가 임신을 합니다.
다윗은 번민하지요, 충직한 부하인 우리아가 이 불륜사실을 알아채게 해선 안 되겠기에 묘책 찾느라 고심합니다. 전쟁터에서 우리아를 불러내 노고를 치하하는 술자리를 베푼 후 하룻밤 귀가시켜주면 아내(밧세바)와 동침할게고 그렇게 되면 임신은 자연적으로 해결 된다는 탁견에 무릎을 칩니다. 다윗은 즉시 전령을 보내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불러내 술자리를 베풀고 아내한테 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아는 충직한 신하이자 모범장군이었지요. 집이 아닌 전쟁터를 향하다 날이 샙니다.
그 소식을 접한 다윗이 연유를 묻자 “지금 전쟁 중인데다 제 동료와 부하들이 야전에서 진치고 있는데 제만 어찌 집에 가서 아내와 잠자릴 하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다윗은 감격하여 다시 한 번 더 술자리를 베풀고 하룻밤 귀가하기를 종용하지만 우리아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윗은 서신 한 통을 써서 우리아의 전투부대장 ‘요압’에게 전하도록 명하지요. 요압은 다윗이 등극할 때부터 고락을 같이 한 최측근의 신하였습니다.
다윗은 그 서신에 ‘우리아를 격렬한 전쟁에 맨 앞장세워 돌격케 하고 너흰 살짝 물러서 그를 전사시켜라’라고 하명했습니다. 요압은 다윗의 명령에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절대 복종하여 우리아가 전쟁터에서 죽게끔 전세를 이끌었지요. 그런 후 요압은 다윗 왕에게 우리아의 전사를 보고합니다. 전통을 받아 든 다윗이 요압에게 위무를 하며 진정시킵니다.
“걱정 마라, 칼은 이 사람 저 사람을 삼키는 것이다. 더욱 열심히 싸워라.” 우리아의 전사소식을 들은 밧세바는 통곡하지요. 남편의 장래를 치룬 그녀는 곧장 다윗의 첩이 되고 아이는 출산하지만 곧 죽었습니다.
이어 다윗은 밧세바와 네 명의 아들을 낳았으니 첫째가 유명한 솔로몬이었습니다. 솔로몬이 다윗의 적장자가 아님에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밧세바의 영민하고 현숙한 처세로 다윗 왕의 치정을 도와 마음을 사로잡은 소이였지 싶습니다. 당시 궁중의 대사는 선지자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는데 선지자 나단이 다윗의 아내 중 밧세바를 추천하고, 이어 왕의 후계자로 솔로몬을 다윗 왕에게 천거한 사실은 밧세바의 정치적인 지략과 인품이 뛰어난 탓일 겁니다. 허나 누군가는 밧세바를 치졸한 음모로 연적들을 제거하고 다윗의 아내가 된 불륜여자라고 혹평하기도 합니다.
어쨌던 밧세바를 후세에 더더욱 인구에 회자케 만든 것은 그녀의 미모를 예술품으로 남긴 조각가들이였지 싶습니다. 렘 브란트를 비롯하여 빌렘 드로스트, 장 레옹 세롬 등의 수많은 작가들과 현대 미국의 조각가 벤자민 빅터의 조각상 말입니다. 벤자민 빅터의 실물크기의 밧세바는 흡사 ‘살아있는 여인’으로 착각케 합니다. 욕조에서 방금 나와 젖은 천을 걸친 고혹적인 몸매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천의 곡선과 물기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육감적인 몸의 밧세바가 다윗 왕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환장하게(?) 매혹적입니다.
# 첨언 ; 다윗과 밧세바의 일생을 꿰뚫은 솔로몬 왕은 현명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청원합니다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의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202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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