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면서 소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낭만을 즐길 겨를도 없이 한파가 서울의 만추를 덮치던 날 울`부부는 부산을 향했다. 서울서 세 시간쯤 달려 온 부산의 하늘은 서울하늘 그대로인데 체감온도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부산이 피서(避暑)`피한(避寒)처로 각광받을 만하고 특히 해운대는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좋은 곳이란 걸 백사장은 실증한다.
해운대백사장은 겨울답지 않게 온화하여 산책객이 많은데 해질녘부턴 일루미네이션의 불꽃백사장과 고층빌딩의 불야성으로 젊음이 넘친다. 오늘 새벽에 울`부부는 미포선착장의 새벽어시장을 찾았다. 생선찌개거릴 살참이었는데 마땅한 생선이 없고, 횟감활어는 비싸 그냥 돌아섰다.
근데 백사장산책객과 조깅족들이 좀 많아 놀랐다. 더더욱 기이한 장면은 100명쯤 되는 중년의 단체관광객들이 쓰나미 일 듯 몰려다니고 있었다. 위드코로나는 코로나팬데믹 엑소더스인가? 검푸른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던 여명은 불덩이를 밀어 올려 바다를 뜨겁게 일렁이는 거였다.
오늘 울`부부는 해운대 삼포(三浦,미포-청사포-구사포)길과 문탠로드를 밟고 갈맷길에 들어서 송정까지 트레킹하기로 했다. 불타는 단풍은 아니어도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이소(離巢)하는 갈색이파리들이 푸른 해원을 향해 비행하는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러 말이다. 덥도 않고 춥지도 않은 부산의 날씨는 트레킹하기 딱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