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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움

그리움 1)

불갑저수지

추석지난 청정한 날 산소를 찾았다.

동구(洞口)에서 산로(山路)를 200여m해쳐 오른 후 갓길에 주차를 하고 가파른 방마산길을 십 여분 오르자 등잔거리 부모님묘소가 보인다.

빨간 장미다발과 탐스럽게 핀 색색의 달리아꽃다발이 묘 앞에 놓여있다.

조화였다. 벌초를 안 해 잡풀 속이라 저만치선 영락없는 생화였다.

누가 이 가파른 산길을 헤치고 헌화(獻花)했을까? 궁금했다.

대충 벌초를 하면서도 헌화주인공을 유추하는 상상의 나래는 실마리가 풀리질 안했다.

헌화주인공의 대단한 정성은 나를 사뭇 감동시킴 못잖은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누군가가 가파른 산소길을 올라와 헌화한 부모님묘소

선친(先親)님 작고 반세기가 넘도록 나는 여태 꽃 한 송이 올린 적이 없어서다. 고향에 일가친족은 많지만 나의 부모님의 은덕을 기릴만한, 아니 가파른 산길을 올라 꽃다발을 헌화할 친척이나 지인이 얼른 떠오질 안했다.

벌초를 끝내고 재배를 올린 후 앞 동네에 살고 있는 집안조카 두 분과 통화를 했지만 모를 일이란다.

나의 혈족들 중에서 딱 집히는 분이 없으니 부모님생전에 은혜를 입은 누군가가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추석에 부러 참배했으리라는 추리만 무성히 했을 뿐이다.

그렇다 해도 50여 년 전의 일이 아닌가?

나의 상상력이 옳다면 그분은 나의 부모님을 상당히 그리워하는 분이었을 테다.

그렇지 않고서야 꾸꿈스런 비탈산길을 올라 헌화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것이라.

불갑산저수지

그리움이란 것은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그래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품어온 살아있는 상념의 실체다.

이 세상에 누군가의 가슴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한 생을 산 사람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참으로 멋지고 알찬 삶을 살아간 사람일 것이다. 하여 제일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다.

한때나마 사랑했던 연인한테 잊혀진 사람이 된다면 그 사랑은 진정성이 없었을 것이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영원히 자리할 때 ‘사랑했다’고 말 할 수가 있으리라.

산소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산소에 헌화해 주신 분께 머리 숙여 감히 고맙단 인사를 하고 싶다.

2021. 10월 초순

▲고향의 내가 태어난 생가터. 초가는 헐리고 벽돌집으로 중축되면서 대문, 사랑채 등이 변형 됐는데 지금은 빈집이 됐다 ▼
동구의 대추나무열매가 우수수 떨어져 쌓인데로 방치돼 있다. 내 어릴적엔 익기도 전에 서리맞았을 텐데~
▲불갑사꽃무릇▼
불갑사부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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