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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기분 좋은 날

기분 좋은 날 - 엘로우 볼(Yellow Bowl) & 동묘 벼룩시장에서

아내 생일은 음력칠월 말일이다. 음력칠월은 말일이 29일과 30일로 해마다 뒤바뀐다. 긍께 아내의 귀빠진 날은 정확히 30일인데 금년 같은 경우엔 29일이 말일이라 아직 고고를 터뜨리기 전 날을 생일이라고 땜질하는 셈이다. 그래도 금년엔 용케도 일요일(9월5일)이라 피붙이들이 모이기 수월해 좋았다.

▲케이크는 엘로우 볼에서 서비스해 줬다▼

하긴 요즘은 핵가족시대에다 생활전선이 분망하고 원거리인 경우가 다반사라 가정의 기념일을 택일하여 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그 기념일을 가족이 잊지 않고 최대한 모여 얘기꽃 피우며 우애를 돈독히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근디 작년부턴 코로나19탓에 가족모임이란 게 없어 낭패였다. 코로나팬데믹이 무서운 건 단절과 공포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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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우리세대까지도 생일과 제사를 음력으로 새는 경우가 많아 애들은 깜박하면 그냥 잊고 넘기기 일쑤다. 누굴 책망할 수 없는 시대의 유산이라. 금혼(金婚)을 앞둔 울`부부는 생일에 밥 한 끼를 평소와 다른 식단 내지 외식하는 걸로 때우곤 한다. 젊었을 땐 속옷가지 등의 선물을 주고받았지만 생략(?)한지가 꽤 오래됐다.

▲센드위치▼

결코 애정이 사라져서는 아님이다. 금년엔 생일 전전 토욜에 동묘시장엘 찾았었다. 아니 벼룩시장엘 갔다. 생일선물은 언감생심인 채였다. 내 트레킹화 하나 건질까 하는 속셈은 아내 것까지 챙기게 됐고, 아내는 시슬리 엠마백을 나는 윈드 자켓을 낚아 희희낙락했다. 귀가하여 쇼핑 한 것들을 걸치고 워킹 쇼를 하면서 달뜬 김에 서로서로 선물한다고 생색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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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일선물을 때운 셈이다. 벼룩시장에서 낚는 구재상품은 재수가 좋으면 횡재(橫財)라. 울`부부는 구재상품 매니아다. 신상품 하나 값으로 몇 가지를 구매할 수 있어서다. 토욜(4일)밤엔 충정로 이태리식당 엘로우`볼에서 아내의 생일만찬을 했다. 나는 벼룩시장에서 낚은 신발과 윈드`자켓을 걸쳤더니 둘째[Yull]가 엄지를 치켜들고 호들갑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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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Yull,둘째)은 엘로우`볼의 VVIP다. 울`부부도 율 따라 가끔 들리는지라 낯설지 않다. 젊은 사장은 특급C호텔 레시퍼 겸 바텐더 경력소유자라 음식맛깔이 일품이다. 단아한 분위기에 음식 값도 비싸질 않아 늘 성황이다. 율이 예약 중에 귀띔했을까? 엘로우`볼은 아내의 생일`케익을 선물해 뜬금없는 축하연이 벌어졌다. 모기소리로 축가를 부른 희극 한 토막이 장내박수로 번졌다.

엘로우`볼
▲율 집에서의 생일오찬▼

일욜(음29일)엔 막내가족이 참석해 율`네 집에서 오찬파티를 했다. 살면서 젤 행복한 시간은 온 가족이 다 모여 밥을 먹는 일이다. 회포를 풀며 피붙이임을 확인하는 한식구의 관습 말이 다. 늙어지면 식구들이 몽땅 모이는 자리는 더 절실한 희망사항이 된다. 금년엔 용케 아내 생일이 일요일이라 더더욱 기분 좋은 날이 됐다.     2021.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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