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팬데믹 속의 돌잔치
정오 무렵 등촌동 처제(妻弟)댁에 들어섰다. 처제내외와 처제아들내외가 오늘의 주인공인 첫돌배기 호(護)를 보듬고 환대를 한다. 걸음마를 막 시작하는 호가 낯선 울`내외의 등장에 지네 엄마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외면하길 반복한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지네 아빠를 닮아 미남형이다. 삼십대 중반의 외아들의 만혼(晩婚)에 노심초사했던 처제였는데 이젠 할미가 됐다. 울`내외 결혼식 땐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런 처제가 얼마 전 집사람과 통화 중 손자 첫돌 얘기가 나왔고, 집사람은 돌잔치에 꼭 초대해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델타변이로 번져 질본이 4차대유행으로 4인 이상 모임금지를 발표한 며칠 전 아내는 전화로 처제에게 오늘(8일) 예정대로 돌잔치 하냐? 고 묻고 있었다. 엿듣고 있던 나는 다소 의아했다. 처재네 식구들만으로도 네 명이상인데 여섯 명이 모여 잔치라니? 토욜(7일)엔 호네 외가(外家)쪽과 아들 집에서, 일욜(8일)엔 울`내외를 처제집에 초청해 점심을 하기로 했단다.
네 명이상인데 집에서 모인다고 괜찮은가? 아내에게 나는 안 가겠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아내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아낸 ‘설마 어쩌기야 하겠냐?’고 자위 합리화하면서 나를 달랬다. 둘째가 반지 하나를 더 보태어 돌`반지 두 개가 탁자 위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난감했다. 화살을 처제에게 돌렸다. ‘이 시국에 돌잔치는---? 취소하면 모두가 환영할 텐데---!’라며 멍청한 짓으로 친지들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가타부타 말없이 오늘 아내의 뒤를 좇아 강아지처럼 쫄쫄쫄 따라나섰다. 점심은 주문뷔페음식이라 은근히 식중독걱정도 지폈다. 내키지 않은 나는 먹는 시늉만 내고 싶었다. 근데 나의 그런 생각들은 막상 돌잔치 앞에선 옹졸한 기우(杞憂)처럼 사라졌다. 모두 달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초칠 수가 없었다. 아내 말따나 어른답게 초연히 박수쳐주면 모두가 기쁜 잔칫날이 된다. 그래도 나는 뷔페음식이 마땅찮아 갈비찜만 몇 점 들며 좋은 분위기를 공유하려 애썼다.
첫돌 맞는 호는 잠시도 지네 엄마 품을 떠나려하지 않은 채 생글생글 웃는다. 예쁜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였다. 얼마 후엔 말썽꾸러기 개구장이 노릇에 식구들을 애먹일 놈이! 우리 모두들도 저렇게 이쁜 때가 있었을 테다. 엄마의 품이 유토피아고 엄마의 얼굴이 우주일 첫 돌맞이 어린애의 모습은 어른들 - 우리들의 겨울이어야 한다. 정숙한 어른으로 맑고 깨끗한 세상을 물러줘야 한다.
‘델타변이’니 ‘부수터샷’이니 하는 코로나와의 공존은 늙다리 우리세대에서 종언해야 한다. 호가 어른이 돼서는 코로나와 싸워 이긴 우리들의 삶이 존경할만한 선조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나친 욕심 내려놓고 자연에 동화되는 삶을 살아가면 가능할 테다. 환경오염은 인류의 재앙이 된다.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청정한 자연은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호야, 첫 돌 축하한다. 글고 자리 마련해 준 처제부부에게도 고마움 전하고 싶다. 2021.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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