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들의 천국과 지옥

매미의 우화

여름은 매미(Cicadidae)의 열창에 더 달궈지고, 뜨건 여름 한나절은 매미의 합창 속에 시원해진다. 매미들의 합창 없는 여름나기는 얼마나 건조하고 삭막할까? 매미들의 청아한 울음소리는 폭염에 지쳐 심난해진 우리네 마음을 청량케 한다. 사람들에게 매미울음은 여름을 나는 사이다이며 치유의 세레나데다.

매미는 해뜨기 전에 우화하여 3~4시간 몸을 말려야 날 수가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 녹음 속의 팍팍한 산행 때도 매미의 합창은 청량제가 되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푹푹 찌는 숲속의 가파른 산길에서 매미울음소리에 파묻히는 산행삼매경은 그대로 심신의 살찌움이 된다. 자연에 동화되는 순간의 열락은 생의 비타민이다. 내 어릴 때 동구의 모정에서 오수(午睡)를 즐기는 농부들한테 당산나무의 매미들 합창은 자장가이고 세레나데였다.

안산 봉수대 아래의 암송(클라이머들의 전초 아지트 옆에 있다)

그런 여름의 동반자 매미들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숲에선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위태위태한 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 울`아파트는 경기대 캠퍼스와의 사이에 숲의 정원을 이뤄 안산자락과 연결 돼 매미들의 유토피아다. 여름엔 시도 때도 없이 짝꿍 찾느라 열창하는 매미 등쌀에 짧은 여름밤잠을 설쳐 짜증도 났었는데 작년부턴 간혹 한 밤중에 고성방가해도 짜증을 낼 수가 없다.

울`아파트 창에서 폰카로 잡은 매미와 매미사냥꾼 새

떼 지어 시원스레 합창하는 매미들의 오케스트라를 경청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서다. 개체수가 줄어 울음소리가 가늘고 엷어진데다 그마져 도중에 딱 그치길 자주 반복한다. 때까치, 까마귀, 굴뚝새, 까치 등의 이름 모를 새들이 매미사냥 하러 수시로 나타나서다. 아파트 창 앞엔 키 큰 메타쉐콰이어 한 그루가 숲의 불침번처럼 우뚝 서있다. 하여 매미와 새들이 많이 날아드는 안식처이면서 살벌한 사냥터도 돼 숨바꼭질 하느라 긴장감이 돈다.

울`내외는 이따금 창가에서 이 잔인한 전쟁터(?)를 살피느라 시간을 잊곤 한다. 새들의 미세한 행동에도 놀랜 매미들은 비상을 하면서 급회전으로 새들의 집요한 사냥을 피하는 공중전이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 희생당하는 매미들이 부지기수다. 수컷이 울며 암컷에 다가서면 암컷은 제발 빨리 짝짓기에 응했으면 좋으련만 달아나는 경우가 많다. 달아나다 새들한테 잡혀 ‘찍이익 찍’ 비명을 지르며 먹잇감이 되면 아내는 안타까워 소릴 지르며 방충망을 마구 흔든다.

그런 아내의 퍼포먼스도 아랑곳 않고 매미를 뜯어먹는 새들이 한 없이 밉다. 아니 수컷의 구애에 꽁무니 빼다 죽는 암매미도 밉다. 종의 번식을 위해 7년여를 지하에 머물다 성충이 돼 땅위에 올라와 우화(羽化)한 채 고작 1주일 남짓의 생존기간인데 웬만하면 짝짓기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내숭떨다 천적의 먹잇감이 되면 말짱 도루목이다. 7년여의 내공이 너무나 아깝고 허무한 게다. 매미들은 여름철에 짝짓기에 성공하면 나무껍질에 산란한다.

나무에 붙은 알은 월동하여 초여름에 부화하여 애벌레가 되어 흙속으로 들어가 공도(孔道)를 파고 나무뿌리수액을 먹으며 7년여를 땅속에 머문다. 글다가 다시 지상의 푸나무로 올라와 성충의 상태에서 15회 정도 허물을 벗다가 우화[번데기]를 거쳐 매미가 된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밤새워 푸나무에 올라타 해뜨기 전에 탈피를 끝낸 매미는 2~3시간의 휴식과 몸 말리기 후 비상을 하여 비로써 울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짝 찾는 세레나데는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소리다.

매미는 몸통 속 진동막의 수축이완으로 1초에 300~400번을 반복하며 울음소릴 낸다. 수컷의 뱃속은 거의 비어있어 소릴 20배는 더 키울 수가 있고, 몸집이 클수록 음량이 크다. 울음소리는 체온이 일정한 온도에 올라야 소리를 낼 수가 있어 맑고 더운 날이나 햇살이 강할 때 큰 울음소릴 낼 수가 있다. 여름철에 왕성한 활동을 하는 소이다. 더운 여름밤 매미가 울 수 있는 건 체온이 오르고 환한 전등불빛 탓일 것이다. 그래 한 밤중에도 매미울음소리로 잠 설치기 일쑤인데, 새들의 침공을 피해 아파트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다가 우는 놈들로 울`부부가 불면의 밤을 보낸들 어쩌랴!

전엔 놈을 쫓아냈는데 지금은 사지(死地)로 내보내는 셈이라 그냥 놔둔다. 매미의 천적으론 거미, 사마귀, 땅강아지, 노린재 등 하도 많아 생각할수록 불쌍하다. 놈은 평생 먹는 건 수액뿐인데 정작 자신은 온갖 곤충과 동물들의 먹잇감이 돼야한다는 숙명이 처연하다. 하여 놈의 울음소리는 더 청아하고 우릴 마음 아프게 하나싶다. 매미를 사랑한다. 매미 없는 건조한 여름은 상상키도 싫다. 이 더위에 누가 목청껏 노래하며 시원한 청량감을 공짜로 선사할 것인가!                2021. 08

우화직후 하얀 몸통이 3시간여의 휴식시간에 검정색이 되면 날개짓(중앙)하며 비상한다
▲오릉에서▼
덕수궁후원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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