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2-1 & 문텐로드
나는 부산에 머물 땐 무료하면 찾아나서는 곳이 문텐로드(Moontan Road)다. 숙소(하버타운)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울창한 상록수림과 그 사이로 쉬엄쉬엄 얼굴 내미는 남해바다가 있어서다. 바닷바람이 수목을 헤집으며 살랑대는 속삭임과 상쾌한 숲 내음은 사뭇 어린애마냥 달뜨게 한다.
문텐은 은은한 달빛을 쐬는 걸 의미한다. 달빛을 받으며 자성(自省)에 드는 명상의 길이며 어머님 품안에 드는 듯한 평안의 산책길이 문텐로드다. 와우산 달맞이길에서 상록숲속을 파고드는 문텐로드는 숲 사이로 살찟살짝 알굴 내미는 하늘과 바다뿐인 외딴 섬을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 김태준 시인의 시 ‘사모곡(思母曲)’이 떠오르는 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밤에 찾는 산책객을 위해 초생달모양의 유도등으로 숲길을 밝혔놔 좀 으스스하지만 낭만에 흠뻑 젖을 수도 있는 달맞이 길이다. 와우산 허리 깨를 휘도는 문텐로드 중간 쯤에 청사포가 있다. 고기잡이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죽은 아내의 혼이 깃든 300살 넘은 소나무가 마을 어귀에 망부송(望夫松)이 되어 청사포 수호수처럼 있다. 또 청사포구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정답게 마주보며 밤길을 안내하고 있다.
문텐로드 바로 아래에 미포항에서 구덕포와 송정까지 이어지는 해운대삼포를 블루라인 캡슐과 해안열차가 달리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달맞이 산책의 낭만이 훼손될까하는 걱정이 지폈는데 기우였다. 오히려 블루라인 해안철길로 인파가 몰려 더 한적해 다행이었다. 문텐로드는 팽배한 고요 속에 산새들의 재잘거림과 바람소리, 햇살에 샤워하는 이파리들의 뒤척거림이 느껴져야 제격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지금 모래작품전시장으로 북새통이다. 샌드,쥬라기월드(Sand,Jurassic World)란 주제로 다양한 모래작품들이 여름성수기 분위기를 느낄 만큼 인파로 붐빈다. 해수욕장서쪽 끝 웨스턴조선호텔 뒤 동백섬엔 해운(海雲.최치원)선생의 동상이 있다. 선생은 경주남산을 출발 가야산을 향하는 남행길에 와우산비탈길 - 달맞이 길(선텐로드)에 들어섰다.
동백섬의 경관에 취해 잠시 머문다는 게 자연석대에 누각을 짓고 소요자방(逍遙自放)했다. 와우산과 동백섬 사이의 해운대백사장의 빼어난 풍광은 선생의 가야산행을 단념케 했던 것이다. 강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살기 좋은 곳을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 하는데 해운대사람들이 애향심을 말할 때 즐겨 쓰는 말이다.
그 동백섬엔 2005년 APEC정상회의를 개최한 해마루가 있다. 해마루에 서면 센텀시티 마천루와 광안대교와 이기대해안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멀리 오륙도가 아련한 한 폭의 그림으로 파노라마 된다. 동백섬 5부능선쯤을 환주하는 새로운 생태숲길이 생겼다. 얼마나 호젓하고 적막한지 무인도의 원시림속을 걷는 기분이라.
습기 밴 축축한 녹음속의 의스스한 산책길은 아직 입소문이 안 나서 한 바퀴 완주하도록 조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린시티와 백스코 신시가지는 마천루숲의 쾌적한 첨단주거문화의 절정을 엿볼 수가 있는 별천지다. 부산갈맷길2-1코스와 문텐로드는 해파랑길과 남파랑길 중 젤 걷고 싶고 풍경이 좋은 인기코스일 것이다.
"초생달 떠도
보름달 떠도
그믐달 떠도 좋습니다
달맞이 길에서 만난 달은 어떤 달이든 아름답습니다" 2021. 05. 23
# 문텐로드 - 해운대백사장 - 동백섬 해마루 - 센텀시티 영화의 거리 - 수영만 보트경기장 (약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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