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BIFF광장-구제시장-자갈치시장-피자집에서의 하루

꽃시계

부슬비 찔금찔금 내리다마다하는 오후 아내와 나는 전철을 타고 중앙역에 내렸다. 영화체험박물관엘 들어섰다가 볼만한 게 뭣해 용두산공원엘 올랐다. 옛날부터 용두산공원을 부산공원이라 회자됐었는데 울`부부는 첫걸음을 땐 것이다. 부산타워와 이순신장군동상으로 상징되는 소공원은 오랜 연륜에 비해 볼거리가 적었다.

용두산공원 표지석과 부산타워

일제시대 용두산 주위엔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어 일제는 지금 이순신장군 동상자리에 용두산신사(龍頭山神社)를 세웠단다. 신사는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정신적 이데올로기를 고양하는 성지로 만들어 민중을 현혹키 위함이었지 싶다. 신사는 해방과 함께 소실되고 거기에 충무공동상이 자리했다.

남포동방면 시가지가 조망되고~

동상에 서면 광복로 빌딩숲사이로 부산대교와 남항대교가 뿌연 안무 속에 운치를 더하고, 부산타워 뒤엔 대청동 주택들이 원색단장을 하고 언덕에 차곡차곡 탑을 쌓듯 포개어 이색적이라. 국제시장을 향한다. 나는 국제시장하면 구제시장쇼핑을 하러 오는 셈이다. 온갖 생활용품잡동사니들이 천덕꾸러기마냥 널려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재수 좋으면 생각지도 않은 횡재를 할 수가 있다. 

BIFF광장주변의 포장마차거리

국제시장(國際市場)은 해방 후 본국으로 철수하는 일본인들이 가져갈 수 없는 생활용품을 팔던 도떼기시장이었다.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모여들고 군용물자와 온갖 밀수상품들이 몰려들어 급성장하면서 국제시장으로 부르게 됐다. 구제물자는 6.25전쟁 때 들여온 각종 구호물자를 말한다. 인기가 좋을 수 밖에~!

그 구호물자가 국제시장의 한 트랜드로 자리한 구제골목을 나는 부산에 올 때마다 애용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유명 아웃도어 점퍼나 팬츠, 셔츠종류를 5천원~1만원으로(몇 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구입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재고상품이나 중고품 또는 전시상품, 재수 좋으면 클레임된 신상품이나 외국의 희귀품도 건질 수가 있다.

구제시장

백화점이나 브랜드숍에서 유명브랜드의 팬츠나 점퍼 하나를 살 돈으로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여러 벌 살 수 있어 그런 횡재의 묘미에 나는 구제시장쇼핑을 선호한다.  구제시장골목이 아니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옹골찬 재미 말이다. 아내와 나는 유명브랜드 옷가지 일곱 벌을 10만원 내에서 구입했다. 그 옷들을 갖고 귀가하여 나름 패션쇼를 한바탕 벌리는 쏠쏠한 재미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쾌재다.

BIFF거리의 악세사리점

BIFF광장은 중구 남포동, 충무동 번화가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무대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서 국도극장, 부산극장, CGV남포극장, 대영시네마, 씨네시티 등이 새롭게 단장하여 그 일대를 BIFF광장('96.8.14)으로 명명했다. 젊음이 철철 넘실대는 BIFF광장주변의 ‘스타의 거리’는 매년 부산영화제수상자의 손을 찍은 동판과 참가 작품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광장 바닥에 깐 곳이다.

울`부부는 BIFF광장거리를 거닐다가 느닷없이 아내가 나를 낚아채 손가락질을 해댔다. ‘개업 40주년 특별서비스. 카트7.700원’이란 안내판을 찍고 있었다. 22.000원짜리 카트머리를 7.700원에 해준다고 한 번 들어가 보잔다. 'HWAMIJU(화미주)'라는 뷰티 숍은 2층에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아내꽁무니를 따라 들어선 뷰티 숍의 크기와 화사함에 나는 적잖이 놀랬다. 

HWAMIJU 내부

코로나19체온체크에 이은 안내를 받은 나는 친절함과 많은 젊은 종업원들의 발랄함과 편리하고 산뜻한 분위기에 한껏 매료된다. 난 여태 이런 대형의 호사스런 미용실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었다. 남성위주의 호화판이발소(?)도 가본 적 없는 나는 화사한 미장원에 경탄을 넘어 놀랄 노자였다. 그저 외모지상주의를 꿈꾸는 여성들의 고급 뷰티`숍은 잘 꾸몄을 테지? 라고 상상했을 뿐인데-.

HWAMIJU 뷰티 숍은 분업화로 운영되나 싶었고? 

개업40주년에 코로나19불황으로 특별서비스기간을 설정하여 HWAMIJU를 찾는 처음손님에게 베푼단다. 휴게실에서 숍 분위기를 훔쳐보던 나는 젊은 남학생이 커트하는 걸 보고 ‘나도 할까’란 생각에 신청을 했다. 아내의 헤어`컷을 하고 있는 젊은 헤어디자이너가 나도 담당한단다. 자연스런 커팅을 위해 간단히 세발을 해야 한다고 젊은이가 나를 세안실로 안내한다.

코로나19 탓인지 손님은 적었다

마스크를 쓴 채 세발을 하고 좀 대기하자 아내 담당 미용사가 인사를 한다. 나는 헤어스타일을 묻는 그녀에게 알아서 하라고 일임했다. 아직 젊은데 손놀림이 달인 같다. 어릴 적부터 미용실에서 근무했다니 20여년은 족히 됐으리라. 내 평생 호사스런 뷰티`숍에서 갓 이십대 여성한테 머리 자르긴 처음이라. 십 여분 다듬었지 싶다. 짧게 커팅 하니 훨씬 좋아 보인다고 내 동의를 구한다.

내 보기에도 괜찮다 싶어 커팅하길 잘했다고 내심 기분이 업그레이드 됐다. 그녀가 세발담당한테 ‘간단히 안마를 부탁해’라고 주문한다. 또 다시 세발을 한 후 청년은 나의 목과 어깨를 안마해줬다. 안마 받아 본적이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는 좀 아파도 꾹 참는다. 내 얼굴표정이 일그러졌던 모양이다. “아파요?” “견딜 만해요”라고 내가 대답하자 “그래요”라며 청년이 웃었다.

7.700원에 무슨 호사냐! 일금1만5천4백 원에 울`부부는 부산에서 젤 크다는, 체인점이 젤 많다는 HWAMIJU본점에서 머리커팅의 행복한 순간에 잠시 동안 취했다. 자갈치시장을 향한다. 생선을 좋아하는 울`부부는 부산에 머물 땐 자갈치시장도 필히 어슬렁댄다. 며칠 전에 산 갈치가 떨어져 오늘은 냉동도다리를 샀다. 비린내가 적고 살이 통통하며 비교적 값이 싼 편이란다.

자갈치시장의 자갈치아지매들과 생선좌판

이삼일간은 도다리가 밥도둑노릇 할 것이다. 짭지름한 바다냄새와 억척스런 '자갈치아지매'의 생선다루는 기막힌 솜씨가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는다. 귀가 길에 숙소근방 GINO`S피자집에서 아메리칸`피자와 이태리파스타로 저녁을 때웠다. 율의 소개였는데 본토 맛이 이런가? 싶었고 맛깔도 좋았다. 해선지 외국인손님이 눈에 띄었다.

GINO`S 피지집 내부와 이태리 파스타

안개비 부슬거린 하루를 참 다양하게 즐겼다. 뭐니 뭐니 해도 나는 구제시장에 건진 봄가을용 northface브랜드의 점퍼와 팬츠와 남방셔츠가 옹골차다. 먹거리는 그때 순간이지만 옷가지는 입을 때마다 날개 짓으로 오늘을 되새김질하며 오래도록 흐뭇한 추억으로 남아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치의 만족을 느끼는 생활의 달인은 멋쟁이다.               2021. 05. 19

GINO`S의 야채셀러드▲와 아메리칸 피자▼
용두산공원에서 조망한 남항대교
부산탑과 범종각
용두산공원의 정수사
대청동 언덕위의 집들
여의주를 훔친 용과 충무공동상▼
1910년대의 자갈치시장
▲1903년대 자갈치시장▼
1970년대 자갈치시장
구제골목의 가게들
휴케라▲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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