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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코로나19 속 성탄과 세밑

 코로나19 속 성탄과 세밑

두타산의 여명과 운해

오늘 0시부터는 5인 이상 집합금지다. 어제 코로나19확진자가 1092명이 발생하여 1천명을 넘나든지 1주일째라 사회적 거리두기3단계 전의 비상조치란다. 불안하고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 매일 우울한 소식을 발표하며 거리두기생활을 호소 당부하는 질본 사람들과 방호복의 의료진들이 안쓰럽고 짠해 보이기도 한다. 누구 땜에, 누굴 위해 저렇게 파김치 돼야 하는가?

서울역광장의 코로나19 임시검사소와 검진대기대열

예년이라면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에다 년 말로 이어져 송구영신 핑계 삼아 흥청망청 들떠있을 땐데 말이다. 가족이어도 주소지가 다르면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할 수 없단다. 즐거운 연말연시가 아닌 불안과 공포의 세밑이 됐다. 미국 등 몇 나라는 코로나백신처방이 시작 됐다지만 우린 명년3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니 12월을 보내는 마음 착잡 우울하기 그지없다. 명년엔 코로나19탈출이 가능할까?

인간을 천상으로 인도하려 태어난(성탄절) 신의 아들

성탄을 맞는 기독교인들에겐 12월은 그냥 마지막달이 아닌 ‘생명의 축복의 달’로 여긴다. 신의 아들 예수가 태어나 인간을 천상의 길로 인도하는 구원의 가교를 만든 달이어서다. 그런 메시아의 축복을 기린지 2천년이 넘은 지금 코로나19는 신의 아들을 조롱이라도 하듯, 아니 어쩜 신의 전당에서 숙주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면서 신의 명예를 욕되게 하고 있다.

서울 어느 고궁의 해질녘

천상행 가이드노릇 잘못한 교역자들은 진정 회개하고나 있을까? 미상불 신의 아들 팔아 호의호식하려는 복음 장사꾼으로 일관하련가? 오늘 서울역전을 지나다가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검진대기행렬과, 그 행렬 저만치 가장자리에 거적 깔고 앉아 구경꾼마냥 얼쩡거리는 노숙자들을 보다 문득 천상병 시인 생각이 났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귀천>말이다.

사람들을 귀천시키는 가교를 놓는 교회 

시 <귀천>으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얼굴이 희극인 고 김희갑씨를 닮은 데다 덥수룩하고 꽤쩨쩨한 차림새가 폐인행색의 기인마냥이었다. 그가 ‘동백림간첩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살이 반년 만에 출감하지만 모진고문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였다. 길가에 쓰러진 그를 경찰은 행려병자로 여겨 부랑자시설에 넣어버린다. ‘동백림간첩사건’은 독재정권의 체재보위를 위한 날조극이란 걸 45년 후에 밝혀져 전원무죄판결을 받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막걸리 한 잔 들이키는 술꾼 천 시인, 순정한 그는 귀천티켓을 예매할 자격이 있었다. 하느님이 넘 빨리 부른 실수가 아쉬웠지만~ 

천상병 시인도 기독교인이었다. 1951년 서울대 상대경제학과4학년 때 중퇴하고 부산시장 공보실장으로 일하던 엘리트였다. 1967년 독일 '동(東)베를린간첩사건'에 체포돼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 전까지 말이다. 하느님은 순정한 천상병 시인이 아무 잘 못도 없는데 왜 폐인 되도록 묵인 했을까? ‘아름다운 세상 소풍’을 빨리 끝내고 귀천시켜 그 얘기를 듣고 싶었을까? 하느님이 번지수 잘못 짚은 게 어디 한 두번이고, 지구촌 분쟁에 자유로운가? 옥살이 시킬 놈은, 빨리 염라대왕 앞에 끌고 올 놈은, 독재자와 하수인들이고 코로나19 숙주업자들인데 말이다.

찻집 '귀천'과 천 시인부부

전기고문으로 성불구가 된 시인은 인사동에서 찻집 '귀천'을 개업운영하다 죽은 뒤에는 아내 목순옥 여사가 운영했었다. 어느 날 '귀천'단골손님이 천상병 시인에게 빌린 돈은 언제 갚을 거냐고 묻자 그가 답한다.

"허허, 내가 죽으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을 테니 오거든 갚을 만큼의 공짜술을 주겠네"라고.  이 이야기는 어느 일본작가가 쓴 세계유명인의 명대사란 책자에 실렸단다.

세상에서 젤 아름다운 해우소(백도)

코로나19속 사회적거리두기와 비대면을 귀기 따갑게 부르짖는데도 마이동풍 하는 사람들, 더구나 ‘천상의 길로 안내하는 구원의 전당’의 교역자들이 비대면 예배를 무시하고 코로나19를 숙주 감염시켜 천상에 간 원혼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하느님 팔아먹는 장사꾼들이 천상병 시인처럼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있을 자격이나 있을런지 자못 궁금해진다. 천상병시인은 순정한 기독교인에서 천주교인이 됐었다.

네 가족으로 분화된 우리식구들도 세밑연휴를 각자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나와 아내. 싱가포르 큰애네, 둘째커플, 막내네 식구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애써 그래야 할 까닭도 없어서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우린 어디에선가, 아님 외국나들이라도 갔을 테다. 식구란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이고, 여차하면 한 울안에 모여 몸뚱이 비벼대기에 가족이다. 금년엔 화상가족으로 송구영신 하자고 했다. 새해엔 식구들이 모여 즐거운 가족공동체가 될 날이 많기를 기도한다,                  2020. 12. 23

강화 교동도
신간<숲길의 기쁨을 좇는 행복>
천상배공원 & 천 시인부부
▲완도의 일출▼
▲망해사에서 조망한 새만금의 땅거미▼
▲서울역전의 임시선별검사소와 주변풍경▼ 
서소문공원의 순교자탑
▲남산공원의 '소원의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