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길 위에서 지낸 시간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체 게바라-

1952년, 23살의 의대4년생(한센병전공)인 에르네스토 게바라(엘 푸세)는 29세의 생화학도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4개월(8000km)예정의 라틴아메리카여행길에 나섭니다. 낡은 500cc포데로사 모터사이클에 올라탄 그들에겐 대학졸업이전인 지금이 여행의 최적기란 열정과 용기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 아르헨티나 파타코니아를 지나 칠레 - 페루 - 콜롬비아 – 베네수엘라를 체험하는 대장정에 들어 꼬박꼬박 일기를 씁니다.

알베르토(좌)와 에르네스트(우)

미라미르에 사는 애인 치치나의 애뜻한 눈빛을 뒤로하고 발 디딘 칠레에서부터 안데스산맥을 따라  북상하며 사막을 가로지르고,  푸스코의 잉카문명을 훑으며 베네수엘라 나환자촌에 들러 봉사활동한 후 아마존원시를 따라 남하한다는 혈기왕성한 여행은 순풍에 돛단 여정이 아니지요. 산중턱 급커브자갈길에서 운전부주의로 전복된 포데로사, 달랑 하나인 텐트가 돌풍에 날아가버려 불쑥 인가를 찾아들고, 고장 난 모터사이클 수리를 맡긴 정비소아내에게 수작을 걸었다는 의심에 쫓겨 삼십육계를 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포데로사가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소떼와 부딪쳐 모터사이클을 고물로 버린 채 험난한 도보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가난한 현지인들의 고된 삶을 온 몸으로 체감하게 되지요. 정치적인 박해로 삶의 터를 빼긴 원주민들, 아나콘다광산의 광부자리마저 얻기 힘든 불합리한 현실에 회의하며 울분을 느끼지요.

무작정 기다리진 않겠다는 치치나가 푸세에게 비상금으로 준 15달러를 바람쟁이 알베르트는 쓰지 못해 안달이 난다. 푸세는 그렇게 아끼고 아낀 그 15달러를 빈한한 부부에게 주고 만다.

쿠스코에서 화려했던 잉카문명의 초라한 후예들의 삶을 체험하는 배낭여행은 산파부로의 한센병환자촌에서의 2주간의 의료봉사활동에 투신합니다. 한센병은 전염병이 아니란 확신을 환자들과 접촉행동으로 보여주는 열정과 순수함은 모두를 감동시키면서 푸세 스스로도 결연한 의지와 용기를 키우는 겁니다. 그런 인간애는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이 한 울 속이어야 된다는 사랑의 비젼을 싹 틔우나 싶지요.

23살에 결연하게 떠난 모터사이클여행 – 배낭여행 – 무전여행 – 봉사활동이란 4개월에 걸친 푸세의 남미여행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저 친구가 한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젊은이들의 우상이다시피 한 '체 게바라'였을까? 라고 연민케 합니다.  순수와 열정의 여린 청년이 불굴의 용기와 신념의 인간애에 기꺼이 목숨 바칠 수 있게 한 건 여행이 준 깨달음이었지 싶지요.  1952년6월, 카라카스공항에 알베르트는 남고 푸세는 학업을 마치러 귀국비행기에 오릅니다.

포데로샤는 소중한 발이면서 애물단지 골통품이기도 했다

“이건 영웅담이 아니다. 서로 비슷한 열망과 꿈을 가진 두 청년이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일 뿐이다. 우리의 시야가 좁았던 건 아닐까? 편견은 있었나? 성급하진 않았나? 잘못된 결론을 내렸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럴지도---.”

여행은 자신을 살찌우는 산 학습장이 됩니다. 치열하게 보고 부딪치는 모든 것들은 정신의 양식인 탓입니다.  8년 후, 1960년 에르네스트가 알베르트를 쿠바로 초청하여 해후합니다.  푸세는 ‘체 게바라’가 되었지요.

눈 먼 소를 싣고가던 농부의 마차에 고장난 포데로샤까지 신세지는 푸세일행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와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후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한 투쟁을 하다 미국CIA와 짠 정부군에 체포되어 1967년10월 사살됐습니다. 알베르트는 푸세와의 우정을 기리며 쿠바아바나에 의과대학을 세우고 2011년 88세로 영면하지요. 생전에 공항에서 알베르트를 전송하는 에르네스트의 노안(老顔)이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정, 용기, 배려, 인간애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여행이 주는 감동적인 선물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2020. 08. 03

한샘환자촌에서 특별히 만들어 선물한 뗏목을 타고 아마존강을 이용 귀가길에 든 푸세와 알베르트
사자머리에 검은 베레모가 아이콘이 된 체 게바라(좌)와 사막횡단 중인 영화 포스터(우)

 

푸세는 꼬박꼬박 일기를 쓰고
땡푼도 없는 빈털털이들이 어느 자매와 조우 작업을 벌리다가---

 

고물 포데로사는 애물단지가 돼가고---
잉카유적지에 오른 지친 몸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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