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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노랑바다의 하얀파도 속에 건진 산달래

노랑바다의 하얀파도 속에 건진 산달래

코로나19탓에 방콕생활한지가 3개월짼가 싶다. 룸펜인 울`부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나들이를 않고 있는 건 자신과 가족을 염두에 둔 탓이지만 손녀의 눈치를 살펴야함도 절대적이다. 엎어지면 코 닿는 신라스테이에 투숙하고 있는 손녀모녀가 ‘사람 많은 곳에 갔다 오면 발길을 끊겠다.’라고 엄포를 놓는 통에 울`부부는 도둑외출(?)을 숨기느라 고심한다.

손녀가 울`부부에게 용인한 외출은 아파트단지와 연결된 ‘안산초록숲길(자락길)’산책이다. 매일 두 시간여의 안산초록숲길산책이 일과인데 어떤 땐 하늘다릴 건너 인왕산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노랑개나리바다로 둔갑한 인왕산하늘다리 산자락은 4월의 빗장이 무너지기 무섭게 하얀 파도에 휩쓸렸다. 3월 내내 노랑물결로 일렁였던 개나리꽃바다는 드센 하얀 파고에 몸살을 앓는다.

오부능선을 향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노랑산자락을 하얀 뭉게구름의 운해를 꿈꾸는 성싶다. 울`부부는 그 노랑바다의 흰 물살에 몸뚱일 실었다. 뒤엉킨 노랑과 하얗의 장관! 모새가 홍해를 갈라놓듯 노랑바다 속을 갈라놓은 데크계단을 오르는데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하얀 꽃잎을 흩날리며 벚꽃파도를 몰아온다. 노랑바다를 하얀 파도가 휩쓸고 가면 바다는 다시 연초록 옷을 입을 테다.

하얀 벚꽃이파리가 허공을 잠시 유영하다 노랑바다에 살포시 앉는 풍정이라니! 아, 검정 나무데크에 수놓은 흰점과 노랑 점의 꽃잎물결은 흡사 빈센트 반 고흐의 강렬한 그림 한 폭을 깔아놓은 융단이어라! 꽃그림 융단을 밟는 달뜬 맘이 벚꽃파도를 타고 산정을 향한다. 4월의 부신 햇살 속에 흐드러진 노랑 개나리와 하얀 벚꽃을 살랑대는 봄바람의 향연은 어찌 고흐의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으랴만~!

그렇게 꽃향기에, 봄 냄새에 취한 한량걸음이었다. 글다가 카타르시스에 부들부들 떨고 싶었다. 노랑바다 속 후미진 바위골짝을 찾아들었다. 순간의 쾌락을 맛보고 되돌아서다 발견한 퇴색한 낙엽더미에 얼룩마냥 번진 초록도장밥(?)은 산달래 무더기였다. 가늘디가는 쌍갈래비늘줄기식물이 엉키듯 무리지어 솟은 기이한 식물이 달래란 걸 얼른 알아채질 못했다. 부엽토의 달래무더기는 쑤셔 넣은 막대기끝에 쉽게 실체를 드러냈다. 앙증맞게 작은 둥근 뿌리와 쌉쌀한 향은 울`부부에게 산달래란 걸 확신시켜주고 있었다.

신바람 난 울`부부는 토실하게 큰 놈만 골라서 두 주먹 쥘 만큼 캤다. 나머진 두고두고 '우리의 달래 밭'으로 가꿔 애용하자며 뜻밖의 횡재에 달떴다. 달래는 매콤 쌉쌀한 맛 속에 비타민 C를 비롯해 칼슘, 칼륨 등 온갖 영양소덩치란다. 동맥경화와 성인병예방, 노화방지에 좋은 달래는 날것으로 조리해 먹어 영양소파괴 없는 천연보양식품이다. 그런 달래를 나는 초등학생 때 밭에서 캐본 후 까맣게 잊었으니 반세기도 훨씬 지난 추억 캐내는 기쁨이라.

별다른 반찬거리가 없던 어릴 때 초봄, 어머니는 밭일을 하시다 밭고랑에 가뭄에 콩 나듯한 달래를 캐오곤 하셨다. 들기름과 고춧가루, 참깨를 넣은 간장에 잘게 썬 달래를 버무린 달래간장은 진한 향과 매콤 쌉쌀한 맛에 밥도둑이었던 셈이다. 빈혈과 불면증에도 효험이 좋은 매운 맛의 달래는 작은 마늘-소산(小蒜)이라고도 하며 들이나 산에서 채취한 달래는 야산(野蒜)이라 했다.

특히 효험이 탁월한 야산(산달래)은 5~6월에 자주색산형꽃차례를 무더기 꽃피운다. 사찰의 금지식물인 오신채(다래, 파, 마늘, 부추, 흥거)로써의 달래는 강장과 흥분을 돋는데서 비롯됐을까? 향이 물씬한 산달래간장으로 비빈 콩나물저녁밥상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아련한 향수의 그리움까지 양념으로 얹었다. 입이 짧은 손녀도 달래간장에 비빈 콩나물밥 한 공기를 거뜬히 비웠다. 그나저나 손녀는 언제쯤 귀가할 수 있을까?

베이징국제초등학교4년차인 손녀는 코로나19로 1월초 휴교령이 내리자 일시 귀국하여 코로나19펜데믹으로 발이 묶여 여태까지 귀가하지 못한 채다. 온라인수업으로 학습을 때운다지만 3개월이 넘은 사회적(국가적)격리의 피해는 어린학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휴대폰 내지 pc로 지구촌의 비극을 생생히 시청한 손녀가 코로나19공포에 울`식구들의 외출에 과민반응 하는 심저가 안타까웠다.

4월16일까지의 체류일정을 다시 1개월간 연장하기로 한 건 코로나19진정이란 중국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신뢰하기 뭣해서다. 사포닌 내지 탄닌 성분향이 진동한 달래무침은 독특한 맛깔의 저녁식사를 선사했다. 쌉쌀하고 매콤한 맛깔을 즐긴 우린 다시 티브이 앞에서 코로나19소식에 빨려들었다. 달래가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식물로도 거듭나면 좋겠다.                2020. 04.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