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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가을 엽신

가을 엽신

코발트색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산들은 눈이 시려 주홍빛 옷들을 걸치고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음인가.

따스한 갈 햇살이 그의 옷 색깔을 더욱 황홀하게 하고, 스산한 바람결이 간혹 구름을 나르다 그의 옷깃을 맴돌며 가을을 속삭인다.

가을은 단풍으로 시작하여 쪽빛 하늘을 향하다 스산한 소슬바람에 몸 여미곤 이내 알몸으로 우뚝 선다.

하여 가을은 풍요와 공허가 공존하는 언바란스의 계절일지도 모른다.

포식에 이어지는 갈증은 우리를 더욱 허탈하게 하기에 우리들은 이맘때쯤이면 얼마나 많은 갈구와 기도를 하게 되는 것일까.

가을엔 시름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청명한 오후 느릿느릿 내려앉는 햇볕을 쬐며 그리움을 달래는 빈 가슴을 그대의 열정으로 채우게 하소서.

가을엔 홀로 있게 내버려 두지 마소서.

포도에 깔린 낙엽으로도 가슴이 메어지는데 혼자 팽게처진 가을의 미아가 된다는 황량함을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구르몽의 낙엽 밟는 소리도, 헤세의 가을의 속삭임도, 나 혼자만으론 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파아란 하늘처럼 맑은 정신에 발가벗은 나무들의 일생을 생각케 하소서.

남으로 남으로 내달리는 구름의 행선지를 알게 하소서.

된서리 속에서 밝게 웃음 짓는 국화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누가 가을은 독서의 사랑방이라 했던가.

책이 있는 사랑방은, 그 사랑방에 머물고 있음은 우리를 살찌게 한다.

우리 잠시 잊어버렸던 책갈피 속에서 생각을 줍고 빨간 단풍잎 꽂으며 가을을 탐하자.

가을 설거지에 동참하지 않으면 동사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으리요.

이 가을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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