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벨리2박3일 & 치악산 구룡계곡 2

2)치악산구룡계곡 트레킹

기상청예보는 서울과 춘천일대 기온이 36℃가 될 판이란다. 우린 바닷가보단 치악산계곡을 찾기로 했다. 깊고 울창한 구룡,금대,부곡계곡은 치악산이 마련한 알찬피서처란 생각에 울`식구들은 공감해서다. 치악산둘레길2코스에 진입하는 차도엔 노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가로수매실나무가 볼거릴 제공하고 있다.

매실이 생산과잉으로 천덕꾸러기과일이 된 탓일까? 아님 가로수라서 약을 친 걸까? 갓길에 떨어진 매실은 짓이겨지고 깨져 지저분한 쓰레기로 변한 채라 우린 아깝다고 한숨을 짓곤 했다. 한낮의 구룡계곡입구 주차장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골짝물길도 말랐다. 주차장마을 매실신세도 천덕꾸러기이긴 마찬가지였다.

구룡사 앞에 들어섰다. 구룡사(九龍寺)는 여느 사찰과는 다르게 사천왕문 뒤로 중요건물이 가파른 언덕빼기를 올라타고 있다. 668년(문무왕 8)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할 땐 깊은 웅덩이였단다. 가파른 협곡에 마땅한 절터가 없자 웅덩이를 매워 터를 닦으려 했다. 근디 깊은 소(沼)에 살고 있던 아홉 마리의 용이 훼방을 부린다.

구룡사전경

천둥번개를 치며 뇌우를 몰고 와 골짝을 물바다로 만들자 대사는 부적(符籍) 한 장을 그려 소에 넣자 갑자기 뇌우가 그치고 소의 물이 말라버린다. 마른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용들은 눈이 먼 한 마리만 남고, 여덟 마리는 구룡사 앞산을 여덟 조각으로 찢어놓고 도망쳤다. 눈 먼 용은 구룡사지킴이가 돼 지금도 절 입구 다리밑에 있다.

대사가 절 낙성식을 하고 사찰이름을 구룡사라 한 연유다.  그 후 도선(道詵)·무학(無學)·휴정(休靜) 등의 고승들이 침거하면서 명찰로써의 역사를 이어왔단다. 우린 하산하며 경내를 들르기로 하고 금강소나무숲길을 걷는다. 말라버린 골짝이지만 울창한 숲은 상쾌하다. 지글지글 태울 땡볕은 피톤치드를 왕성하게 만드는 열량이 됐으리라.

구룡사보광루

피서 겸 힐링처로 구룡계곡을 찾은 산님들이 좀 많다. 울퉁불퉁한 숲길을 한참동안 헤치자 출입금지구역인데도 골짝의 맑은 소엔 산님들의 휴식처가 됐다. 은인 아까부터 소에 발 담그고 싶어 안달이었다. 쉼터가 나타났다. 거기엔 뜬금없는, 원형으로 쌓은  낮은 돌담장이 무너진 채 있었다.

뒷간(변소)자리란다. 옛날 우리선조들은 웅덩이를 파서 널판자를 올려놓고 걸터앉아 배설의 쾌감에 진저리 친 대소변을 모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했다. 뒷간을 유심히 살펴보다 주윌 둘러보니 상당히 널찍한 게 집터자리일 것 같았다. 옛날 누군가가  심산계곡 이곳에 집을 짓고 산중살이를 했을 터였다.

여기서 치약산이 주는 온갖 먹거리를 상용하며 산속생활을 했을 봉두난발한 어떤 자연인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울`식구들 모두 소에 발을 담근다. 엄청 시려 기성을 지른다. 단 몇 분도 물속에 발 담글 수가 없었다. 차가운 기운 탓일까? 모기도 없다. 최상의 피서처다. 나 혼자 일어나 세렴폭폴 향했다.

물가에 주저앉은 식구들한테 1.5km거리인 세렴폭포까지 만이라도 갔다 오겠다고 통첩(?)한 채였다. 완만한 숲길은 트레킹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짙푸른 녹음을 뚫은 햇살이 여린 풀벌레들한테 생명의 손길을 뻗치느라 한간 힘을 쓰고 있다.  햇살에 닿은 여린 잎새가 가늘게 경련한다.

살아간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울까보냐?  자연의 생명순환법칙은 그렇게 촌음도 쉬질 않는다. 세렴폭포엘 닿았다. 폭포자린 찔끔대는 물기로 간신히 명줄을 이어가고 있고, 폭포가 만든 소엔 산님들의 족욕터가 됐다. 몇 년 전 이었다.  그때도 아내와 나는 오크벨리에서 넘 늦게 출발하여 여기서 되돌아서야 했었다.

물기로 시늉만 내고 있는 세렴폭포

여기 초소장이 일몰시간에 임박한 산행을 말렸었는데 오늘도 그냥 빠꾸해야만 한다. 아내가 전화호출을 한다. 완만한 숲길이니 쉬엄쉬엄 올라오라는 나의 제안을 은일 핑계로 말아먹는다. 글면서 슬슬 먼저 내려갈 테니 그리 알라고 쐐기를 박는 거였다. 폭포 아닌 세렴폭폴 카메라에 담고 아쉬움을 달랜다.

명년여름에 오크벨리에 오면 혼자 아침 일찍 나서 치악산종주를 할 테다. 식구들은 구룡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글곤 보광루답사도  시간 없다고 접으란다. 저녁식사를 하고 오크벨리 ‘빛의 소나타’에 끼어들려면 시간이 촉박하단다.  오후6시를 넘긴 햇살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승용차속은 한증막이 됐다.  2019. 07. 07

구룡계곡 옛집터의 돌담장 뒷간(변소자리)
의상대사가 구룡사터를 닦을 때 눈 먼 용 한마리가 남았었는데 놈은 여기서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격으로 추앙받았다.

 

야생딸기 맛은 따 먹는 자만이 그 오묘한 식감을!

오크벨리 전경↑↓

빛의 소나타↓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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