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밸리 & 출렁다리를 향한 장맛비드라이브
날씨가 꾸무럭했다. 후줄근한 장맛속의 나들이는 심난하여 여행의 로망을 뭉그러뜨린다. 해도 울 식구들은 오크밸리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미 예약한 팬션이 아까웠고, 빗속을 헤집는 드라이브도 사뭇 다른 여정이 된다는, 아니 의외의 추억공장일 수 있다는 나름의 자위를 하면서였다.
간혹 소나기 한줄기가 스콜처럼 차창을 때리는 드라이브는 상쾌했다.
안개 피우는 오크밸리준령
말끔하게 세수한 초목들이 푸른 생명의 기운을 뽑아 신선한 누리를 펼치고 있어서다. 여름은 나들이의 계절이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지만 푹푹 찌는 도심열섬에서 선풍기 보듬고 있는 몸꼴도 토방에서 헉헉대는 개 팔자보다 나을 게 없다. 나서면 짙푸른 자연에 몸담아 상큼한 공기로 멱감을 수 있어서다. 정오쯤 문막읍내시장통 향+추어탕집을 찾아들었다.
문막읍시장터의 추어탕집
맛집순례엡을 통한 식당인데 텁텁한 국물이 먹음직했다. 수족관에서 뒤엉켜 진혼무를 추는 진짜미꾸라지가 아닌 망둥어탕인지는 모르겠으나 울 식구들 모두 한 그릇씩 비웠다. 글고 원주소금산 출렁다릴 향했다. 주차장은 초만원이라 좀 떨어진 하천변임시주차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할 땐 햇볕 쨍한 염천이라. 푹푹 찌는 온도에 습하기까지 했다.
출렁다리입구의 멋진 팬션
소금산출렁다리입장은 내일(7/1)까지이고 보름간 코스를 재정비하여 유료화한다고 안내한다. 그래설까? 몰려드는 인파로 돛대기시장이다. 산행입구부터 출렁다리까지 줄곧 소나무사이로 난 데크계단 된비알 길은 무덥고 습한 날씨까지 더해 비지땀을 짜내게 했다.
출렁다리서 본 섬강
송림사이로 선뵈는 활처럼 휜 섬강의 여울빛살물길이 없다면 계단오름길은 개개고생길이었다. 계단 아닌 흙길은 야자포로 덧씌우느라 출입금지였다. 아까 주차장에서 물장수꼰대가 천사백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물이 필수라고 생수병을 흔들더니 가파른 계단을 천개쯤 올랐을까? 드뎌 출렁다리다.
근디 여기저기 정비중이라 어수선하고 인파의 아우성으로 흡사 시골파장터 같았다. 폭15m길이200m의 출렁다린 100m높이라는 고소공포와 활처럼 굽은 짧은 섬강의 협곡 외엔 시계가 단조롭다. 또 소금산정까진 44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하는데 공사중이라 엉망이라. 울 식구는 무더위와 인파속에서 그만 탈출하자고 하산했다.
주차장에 닿았을 때 소나기가 몰려왔다. 그 장대비는 차창을 후려치며 우리가 오크밸리에 도착 체크인할 때도, 아니 계속 퍼붓고 있었다. 출렁다리를 오르내리는 그 많은 인파는 장대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집 떠난 개고생은 비 맞은 처량한 숫닭으로 둔갑 엑서더스 하는 모습을 추억앨범 한쪽에 끼워넣을랑가?
체크인한 조카가 달떠 핸폰을 잡고 실랑이다. 선배가 전활 안 받고 있단다. 오크밸리객실팀장인 조카의 선배는 우리가 예약한 팬션을 42평방으로 업그레이드해 놓고 퇴근해버렸던 게다. 골프리조트261호실은 침실 세 개로 5성급호텔스위트룸 못잖게 넓고 안락, 깔끔했다.
섬강가의 풍경
오크밸리팬션은 최근에 리모델링했기에 더더욱 산뜻했다. 넓은 통유리창으로 밀려드는 초록초지와 잣나무는 그린피아속의 요람을 빚음이다. 쇼핑한 것들을 냉장고 넣으려던 둘째가 괴성을 지른다. 케익상자와 갖가지 음료수들이 비치돼 있어서였다. 영문 모를 케익상자엔 조카의 선배명함쪽지가 붙어있었다.
오크밸리 리조트
“바빠 못 보고 가 미안하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길 빈다.” 라고.
나는 계속 전활 넣었지만 불통이었다. 준비한 선물은 프런트에 맡겼다. 조카가 한라그룹에서 5년쯤 근무할 때의 선배였던 그는, 우리가 여길 찾을 때마다 온갖 편의를 봐주고 있어 고마워했었는데 오늘은 넘 과했다.
숙소인 골프리조트응접실(42평형)
짙푸른 녹색 창에 빗살이 사선으로 뻗으며 속삭인다. 쏟아지는 빗발에 빳빳하던 잣나무가 힘을 쭉 뺀채 늘어지고 초지는 스펀지처럼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있다. 사람도 비를 맞으면서 잊고 싶은 일들을 죄다 털었으면 싶다. 얼룩을 빨아들이는 초지처럼 트라우마까지 지을 수 있다면 삶은 더 밝고 진취적일 것이다.
해질녘에 날이 갰다. 난 카메랄 들고 그린필드로 향했다.
소나기가 쓸다만 회색과 하얀 구름이 뒤엉킨 틈새로 파란하늘이 눈웃음 짓는다. 푸른 나무와 초지는 해질녘의 시그널을 안고 무섭게 짙푸르다. 사방을 병풍처럼 휘두른 짙푸른 산록 한가운데서 나는 개처럼 짓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오크밸리 초저녁야경
나 같은 산보자에게 개처럼 보일 순 없어서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둘째가 리조트정문으로 빨리 오란다.
목향식당픽업차량에 식구들이 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추천받은 식당에서 보낸 차량이었다. 오크밸리입구 식당가에 있는 횡성한우전문구이식당이었다.
꽃등심4인분과 소주를 주문한다. 지름2cm쯤의 등심은 마블링꽃이 촘촘한데다 (1인분)150g전량일 듯싶었다. 근디 이건 여태껏 먹었던 등심구이와는 별미였다. 입안을 넘치는 달보드름한 육수와 씹을수록 당분가루가 되는 식감은 숯불구이등심의 진수를 만끽시켜줬다.
울 식구들을 만족시켰던 꽃등심숯불구이집
울 식구 모두 오구동성(五口同聲)으로 탄성을 아끼지 않으며 추가주문 하는 거였다. 작년 여름방학 때도 여기 식당가 어느 집에서 먹었던 식감은 따를 수가 없는 만찬에 울 식구들은 행복 하나를 더 건진 셈이다. 포식했다고 빗발치는 밤을 숙소에서 그냥 보낼 식구들이 아니다. 그러기엔 준비한 와인이 냉장고에서 울고 있어서다.
꽃등심
미리 준비한 와인과 억수로 퍼붓는 빗소리안주로 리조트에서의 와인파틸 벌린다. 나도 이젠 제법 와인 맛을 안 것 같다고 또 삼구동성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서너 잔을 사양 않고 마셨다. 그 술맛이 그 맛 같은데 식구들은 나름 소믈리에가 돼 떠들며 즐기는 분위기는 와인병이 비워지면서 나까지 덩달아 뿌듯해지는 거였다.
숙소에서 와인파티(준비해 온 20년된 빈티지와인)
난, 아니 우리부부는 부모님생전에 이런 술자리 한 번 마련해 보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 땐 가난해서였다고, 돈 핑계 삼으며 불효를 합리화하는 거였다. 이렇게 오붓한 가족술자리가 마련되면 난 문득 부모님, 장인장모님이 생각난다. 글곤 유독 아버님과 장모님생각에 맘 쓸어내리는 회한을 어쩌질 못할 때가 많다.
오크밸리야경
부모님죽은 후엔 절대로 할 수없는 일이란 걸 알아챘을 텐데도 못했던 불효를, 애들한테 남 얘기하듯 씨부렁대는 주책을 떨면서 말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부모님 뫼시고 여행 떠나 하룻밤이라도 오붓한 술자리 갖는 행복은 일생의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다. 가족만이 갖는 진정한 행복이라.
낼은 태풍쁘라삐른이 상륙한단다.
태풍속을 뚫는 여행을 계속 해야 할 것인가? 로 잠자릴 뒤척였다. 십여 년도 훨씬 지났다. 태풍 사라속으로 정면 돌진하며 거제도해금강외도를 향하다 선박이 묶여 되돌아섰던 울 식구들의 여름나들이가 생각났다. 그땐 나도 여간 호기로웠던 모양이다. 하여 그 '빗발속의 드라이브' 추억은 울 식구들 머리속에 각인돼 이따금 꺼내 씹고 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지도 모른다. 아니 뜰 것이다.
아내는 귀가하지고 보챌 것이다. 글면 나는 애들 편에 서서 아낼 왕따 시키려든다. 나한텐 늘 매몰찬 아내의 맘도 애들한텐 언제나 비눗방울이 된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제발 비눗방울이 되어 푸른 하늘로 떠 오를만하게 내일은 맑은 하늘이길 빌어본다. 아낸 피곤한지 잠에 들었다. 창밖엔 빗소리가 낭창하다.
2018. 06. 30
그린필드 조각공원
소금산출렁다리 입구의 섬강
출렁다리서 조감한 소금산단애
웹쇼핑으로 찾은 산골 어느순두부식당, 반응고 된 순두부가 일품이었다
문막서 오크밸리 초입에 있는 감자떡집, 우린 올 때마다 찾고 우편주문하는 단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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