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무서운 손님(?)과 돔 페리뇽(Dom Pérignon)
지난 주말 여름방학을 서울에서 나겠다고 막내가 은일 대리고 귀국했다. 베이징초등교의 하기방학은 2개월쯤 되어 해마다 한글과 수학학원을 다닌다는 핑계(?)지만 울 부부에겐 반갑고도 귀찮은 손님이기도하다. 특히 아내에겐 애증이 더하다.
딸이 친정에 온다는 건 맘 놓고 쉰다는 속내도 있다는 걸아는 아낸 어미로써 분골쇄신하려는데 더위와 늙은 몸뚱이가 마음 같잖아서이다. 딸과 손녀를 즐겁게 해주고픈 어미의 심정은 만고진리다. 해서 방학이 끝나 헤어질 땐 다음방학 땐 오지 말라고 언중유골 실토하지만 우스갯말이 돼 방학시작 무렵엔 다시 전화로 귀국날짜 잡느라 즐거운 실랑일 벌린다.
이번 여름방학도 한 달 전부터 맘 풍선 띄우며 상봉을 기다린 울 식구들이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여름손님일진데 딸애는 열외(?)일까? 애주가인 막내가 귀국하자마자 둘짼 카페`바오밥에 예약을 서둘렀다. 하여 비 내리는 오늘밤에 울 식구 모두가 홍대 앞 카페`바오밥을 찾았다.
아내가 만든 잡채를 맛있게 먹었다는 S에게 잡챌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던 아낸 오후에 잡채를 만들었다. 내친김에 닭죽을 만들고 닭발구이를 사서 바오밥에 들어섰다. 초저녁이라 한가한 카펜 울 식구들로 왁자지껄해졌다. 테이블에 음식을 늘어놓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얘기꽃을 떠들썩하게 피우며 와인 한 병을 비우자마자 둘째가 ‘돔 페리뇽’을 주문하고 막내는 호들갑을 떨었다. S가 와인저장고에서 꺼내온 화이트와인을 쳐다보며 둘째와 막내가 여간 흡족해한다. S가 와인그라스에 한 모금의 돔 페리뇽을 따라 아내에게 시음을 청한다. 아내가 와인을 흔들어 그라스에 코를 드밀고 있다가 입술을 적시며 입안에 머금고 탄성을 연발한다.
돔 페리뇽
“어때요?” S와 둘째가 동시에 아내에게 묻고 있었다.
“으~ㅁ, 가볍고 달다름한 바몬드향이 입안을 가득 풍미한다고 할까!”라며 품평을 하는 아낸 그라스를 코끝에서 때놓을 줄을 모른다.
S가 따라놓은 돔 페리뇽와인잔을 우리 모두 부딪치곤 약속한 것처럼 그라스에 코를 드밀었다. 모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그 무엇인가에 취하려들었다.
마치 그리해야만 하는 와인인 것처럼 말이다. 그실 술맛 모르는 나는 연한 쵸코향이 입안을 풍미하며 약간은 떫은맛이 도는데 식구들은 저마다의 감탄사에 호들갑이라 난 돌연변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내가 S에게 물었다.
“돔 페리뇽이 무슨 술인데?”
“프랑스 산 최고급 삼페인으로 유명하죠.”
“그럼 술값도 상당하겠다?” 라고 내가 묻자, 둘째가 면세점에서도 10만원을 호가한단다.
그러니 술집에선 몇 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게다. 난 다시 술잔을 입가에 대고 향미를 체감해봤지만 그윽한 향기에 혀끝을 감싸는 쌉싸름한 맛이 목덜미까지 똑 쏜달까? 식구들의 상찬에 얼떨떨했다. 둘째가 ‘돈 페리뇽’을 ‘신의 물방울’이라 부른다며 애찬송을 늘어놓았다.
프랑스 샹파뉴지방에 오빌레르 수도원이 있단다.
1668년 피에르 페리뇽이란 30세의 맹인 수도사가 부임하여 수도원의 와인관리자가 된다. 지중해성기후인 이곳 와인저장고에서 추운겨울동안 숙성한 와인이 봄이 되면 높은 온도에 재 발효 되면서 ‘뻥’하고 와인병이 터지는 걸 그 수도사가 목격한다. 그는 47년간 와인연구에 열정과 정성을 쏟아 병속의 온도와 탄산까스 압력에 유리병이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여 깨지지 않는 유리병과 코르크마개를 만들어 삼페인 제조기법인 샹파뉴에 이르러 포도주정재술과 제조법을 완성 ‘돔 페리뇽’을 탄생시켰단다. 그는 마침내 1694년 돔 페리뇽 26병을 만들어 판매했다. 페리뇽은 동료들과 샴페인시음을 하면서 ‘형제님, 나는 지금 은하수를 마시고 있어요.’라고 자탄했다나!?
그후 샴페인이란 이름은 프랑스샹파뉴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와인에 붙는 이름이 됐다. 코르크마개를 뺄 때 ‘뻥’하고 터지는 소리와 넘쳐흐르는 하얀 거품과 기포는 축제와 쾌락의 음료로 사랑받기 딱 이었다. 돔 페리뇽은 루이14세와 15세의 식탁에 오르면서 프랑스귀족의 음료가 된다. 루이15세의 후궁 이였던 마담 드 퐁파두르 후작부인은
“여자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와인‘이라 칭송하며 상류사회의 사교음료로 애용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1832년 오빌레르 수도원을 복원하면서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의 열정과 탐구정신을 계승하며 탄생시킨 주인공은 모엣&상동 매종이다. 그들은 처남남매간으로 선대부터 만들어 온 포도주에 일생을 걸어 ‘신의 물방울’이란 돔 페리뇽을 탄생시킨 거였다. 나아가 최소6년이상 된 빈티지와인만을 세상에 출시한다.
돔 페리뇽은 1952년 영국엘리자베스여왕 대관식용 삼페인으로 사용 후 각국의 공식만찬과 행사용으로 애용된다.
찰스왕자와 다이애나비, 에드워드8세와 심프슨부인 결혼식에도 사용했다. 처칠수상이 즐겼으며 마릴린 먼로는 돔 페리뇽 350병을 욕조에 풀어 목욕했을 정도로 기이한 스토리텔링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란다. 한 병에 20만원 친다면 7천만 원짜리 돔 페리뇽삼페인으로 목욕한 마릴린 먼로의 체취는? 나아가 동침했을 남자는 어땠을까?
울 식구들의 상상의 입방아는 돔 페리뇽 맛깔 못잖게 떠들썩해졌다. 사람은 뭔가에 미처 끝장을 봐야 궁극에 이른다. 수도사의 불광불급(不狂不及)이 포도주라니 웃긴다? 밖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울 식구들은 래드와인 한 병을 더 마시고야 콜택시를 탔다. S가 배웅하며 아내에게 당부한다.
“어머님, 저 닭죽은 좋아하지 않아요.”
2018.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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