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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묻지 마?' 남도여행 1

남도여행 첫째 날

 

 

어제오후 4개월 만에 익산집에 들른 난 오늘새벽6시에 다시 집을 나섰다. 7시 반에 광주송정역에서 초등계원들과 조우 남도여행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초등동문 아홉 명과 격월제로 모여 삼십여 년 우정을 교감하고 있는데 이번엔 남도여행12일 여행길에 나섰다.

 

해금강 촛대바위

 

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다. 반가운 얼굴들인데 J가 안보였다. J대신 축산업을 하는 B가 동행한단다. B는 동기는 아니지만 여행 땐 이따금 동행하는 친구다.

잎담배모종 식재하느라 바빠서 못 왔다는 J의 모습이 눈에 아른댔다. 디스크로 불편한 J는 명퇴 후 몇 차례 사업을 벌려 재미도 보지 못한성싶어 안타까운데, 잔손질 많다는 담배농사로 여간 힘 부칠 테다. 그가 모처럼의 여행도 포기했으니 심난해 할 마음 상상해 봤다.

 

 

여행은 늘 마음 설레게 한다. 미지를 향한 기대와 거기 낯선 곳에서 부딪칠 예기치 못한 변수는 삶의 나이테를 선명하게 그을 수도 있어서다. 근디 오늘은 광주에서 낯선 팀과 합류하는 버스투어다. 여행의 마력은 낯선 사람들끼리도 금방 친숙해 질수가 있다. 목적지가 같고 줄곧 일정을 같이하며 공감의 세계를 얘기 할 수가 있다는 이심전심이 마음의 문을 열어 제켜서다.

 

 

곡성휴게소에서 깨죽으로 아침을 때우고 거제도를 향한다. 해금강유람선관광을 한단다. 나는 총무로부터 대충 12일 로드맵을 듣긴 했지만 오늘처럼 사전준비 없이 홀라당 여행길에 나선적도 드물었다. 25번고속국도를 남행하여 거제도 깊숙이 파고드는데도 안갠지 미세먼진지 시계는 뿌옇다. 쾌속유람선은 구조리유람선터미널을 요란스런 방귀소릴 내며 밀쳐낸다.

 

다도해상에서 첨부터 끝까지 환영퍼레이들 편 갈매기떼

 

마치 정오를 알리는 나팔소리처럼 방귀를 뀌며 파란해면에 물거품을 뿜어내면서였다. 바닷바람이 여간 거칠다. 거친 바람결에 뱃전을 때리는 파도도 드세다. 그 와중에 반기는 놈은 갈매기떼다. 20여분 물갈퀴를 낸 유람선은 해금강사타구니바위에 처박는다. 사타구니를 훑으니 위에 가까스로 박힌 공알이 떨어질까 겁난다.

 

 

낌새를 챘는지 유람선이 재빨리 사타구니에서 몸을 뺐다. 파란삼각하늘이 사타구니바위에 맹랑하게 걸쳐있다. 갈매기가 괴성을 지른다. 저만치서 촛대바위가 등대시늉을 내면서 손짓하고 있다. 촛대바위와 스킨십을 할까말고 그냥 휘돌아 사자바위한테 달려간다. 오수를 즐기는 사자바위를 깨우려다가 놈이 험상궂게 달려드는 통에 유람선은 삼십육계 친다.

 

해금강사타구니에 박힌 공알

 

몽땅 채 반시간도 안 걸리는 유람선해금강관광이란 짓거리였다. 사자바위가 무섭다고 번갯불에 꽁 튀겨먹듯 한 뺑소니가 허울 좋은 해금강유람이었다. 누가 유람선해금강관광 하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었다.

허탈한 우린 시내 싱싱게장대명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거가대교를 향한다.

 

이틀 짝

 

도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생가엘 들렸다. 이명박근혜가 죽 써버린 9년이란 세월 탓에 아이엠에프 죄인(?)이 된 거산의 통치술이 그나마 민주적이었다고 추모하고 싶었다. 어릴 때의 꿈을 이룬 대통령을 뒤로하고 이충무공의 첫 승전지며 기념관이 있는 옥포대첩기념관을 방문했다. 섬을 깊이 파고든 다도해는 옥포만을 만들어 천혜의 요새를 만들었다.

 

거산 생가의 흉상

 

충무공은 옥포해전도 이런 천혜의 지형을 이용하여 수적 열세를 극복하며 승리를 거머쥘 수가 있었을 테다. 옥포만 깊숙이 대우조선거대크레인이 그날의 승리탑마냥 웅장하다. 거제도와 저도를 잇고 다시 중죽도, 대죽도를 사장교로 잇은 거가대교는 해저를 뚫고 가덕도에 올라탄다. 경치보다도 우리나라 토목공학의 위용을 실감케 한다.

 

옥포 충무공기념관

 

가덕도에서 부산광역시를 연결하는 대교는 부산신항을 조망하면서 광안대교로 연결되는데 직선과 곡선의 교차가 일궈내는 기하학의 멋스러움이 강열하게 어필해 왔다. 직선의 미학은 곡선과 만나 거기에 빛의 실루엣이 흐를 때 궁극을 향한다. 그 선과 빛의 교차가 빗는 미학은 시내교통체증의 짜증을 좀이라도 삭힐 수 있었다.

 

옥포만의 대우조선소

 

출퇴근 때 부산시내를 동서로 관통하긴 솔찬한 인내심을 요한다. 송정해수욕장끝 죽도 뒤 코코☆☆에 하루여장을 풀기까지 관광버스기사의 운전매너는 달인이었다. 줄곧 조수석에 앉았던 나는 기사의 베테랑운전에 감복하고 있었다. 글면서 하필 여기까지 와서 코코☆☆에 여장을 풀어야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거가대교 사장교

집행부에 일정을 물었을 때 행선지결정은 거의 운전기사와 가이드에게 일임했노라 해서였다. 관광버스기사가 볼만한 여행지를 숙지하고 있어서라지만 내 생전 '묻지 마 관광'을 하긴 첨이라. 내 초딩친구들이나 광주팀이나 잘 난체 해봐야 그 나물에 비빕밥이라, 봄바람 맞으러 나선 발길 흥겹고 재밌으면 바랄 게 뭐냐? 는 투였다. 광주팀은 더 노골적으로 댓시해 왔다.

 

거기대교 해저터널

 

대구탕으로 저녁을 먹고 나왔을 때 먼발치서의 송정해수욕장의 밤풍경은 칠흑스크린에 명멸하는 빛의 띠로 진풍경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노래방엘 들러 고래고래 악썼다. 여태 말로만 듣던 노래방도우미와 목청 뽑기도 오늘 첨이다. 나이 들면  얼굴 두꺼운거야  노망기로 치부함 되는 걸까?

 

광안대교

 

어쩠튼간에 여자들 세상이라. 도회인이 미친 듯 몸뚱이 흔들어대고 악 빡빡 내질러도 박수 받는 곳이 노래방이다. 별난 짓거리 눈에 띠지 않게 얌전한 척이라도 해야 칭송받던 시대를 관통한 내또래 인생이 아니던가! 부산송정의 밤은 그래 시시콜콜한 추억 하나를 내 나이테에 새김이다.

2018. 03. 28

송정해수욕장의 야경

평창동계올림픽 로고도 덜 땐 채 달려온 '묻지마'투어버스

목청 곱게 뽑아 지 소개를 하는 오픈 투어버스

사자바위

외도등대

외도항

거산(김영삼 전 대통령)생가 입구

거산생가 마당과 안채

옥포 이충무공기념관과 거북선

기념각에서 조망한 옥포만

목련,개나리,이팝꽃,동백,벚꽃을 터뜨린 충무공기념관 경내

거가사장대교

해저터널입구와 터널

부산신항과 르노삼성자동차공장

광안대교의 곡선과 빛의 미학

 

숙소인 모텔과 약사선원의 묘한 인연(?)

 

# 후기 ; 곡성휴게소서 깨죽으로 목청을 다듬은 '묻지 마'는 느닷없이 신분증을 회수한다. 유람선승선때 필요하단 구실은 구실일 뿐, 그게 광주팀한테 제비뽑기 카드로 둔갑할 줄 언감생심이었다. 암튼 우린 호명하면 어슬렁대며나가 옆치기가 됐다. 조수석의 나를 불려앉힌 '이틀짝'은 젤 젊고, 젤 작았는데 젤 바지런히 동분서주하고 있어 좋았다.

 

 

쿵짝쿵짝~~! 멜로디가 깔리면 일어서 통로로 나가 미친 듯 흔들며 비벼디껴 열 받아야 하는 '묻지 마'는 일상탈출의 스트레스해소에 고만한 여행도 없지 싶었다. 글다가 풍광 좋은 곳서 잠깐 숨 돌리고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냅다 달리는 거다. 달리기 위해, 몸뚱이 비벼대 맛깔 난 레시피를 위한 질주의 투어버스는 태생적으로 여행목적지가 그리 중요치 않는지도 모른다. 오지게 재미지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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