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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하늘공원들녘에서

하늘공원들녘에서

 

 

주말, 울 식구들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하늘공원을 찾았다. 옛날엔 외침(外侵)방어용으로 도심주변을 해자(垓字)파낸 흙을 쌓아 만든 산을 공원으로 조성한 예는 많다. 허나 하늘공원은 서울시민들의 생활쓰레기하치장을 친자연적으로 개발하여 조성한 98m높이의 공원이다.

 

올림픽경기장

 

지그재그 데크계단 291개를 오르면 58천 평의 들판이 지평선을 이룬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탓에 억새를 베어낸 들판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갓길의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억새밑동에서 애기똥풀이 초록이파리기지개를 펼치지 않았다면 하늘공원은 아직 동토 같다.

 

 

그래도 봄기운 맞으러 억새밭을 얼쩡대는 성깔 급한(?)상춘객이 많다. 하늘이 젤 가까운 들판에서 훈풍에 가슴팍 열고 봄기운 탐닉하며, 낮게 드리운 하늘을 품어보고 싶어 서리라.

긴 겨울나기가 찌푸댓대 하거나 지겨운 일상탈출구를 지척에서 찾고 싶다면 하늘공원이 좋겠단 생각이 곧장 들었다.

 

 

도심에서 가까워 접근하기 쉽고, 넓은 주차장에 계단 말고도 밋밋한 경사로가 있어서다. 억새 베어낸 들판 한가운데 서면 하늘공원은 파란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이룬다. 그 들판 한가운데서 사통오달산책길 어느 길로 지평선을 향하던 쫌만 걸으면 서울은 신기루처럼 모습을 들춰낸다.

 

 

그 서울의 모습은 향하는 지점마다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얼굴로 다가선다. 하얀 차일 드리운 월드컵경기장이 비상할 듯 하고, 마포구청은 아파트군상을 거느리고 달려오며, 마천루숲을 뚫고 흐르는 한강은 별천지를 만들었다. 그 한강에 붉은 아취다리를 처박은 성산대교의 미감도 볼만하다.

 

 

공사 중인 월드컵대교의 난장만 없다면 난지한강공원의 멋스러움 또한 탄성이 절로 난다. 매봉산자락의 고층아파트 숲 뒤로 안산이 거뭇대고 이어 남산이, 남산 좌우로 북한산능선과 관악산능선이 하늘막을 박음질했다. 거대한 묵화퍼레이드에 빨려드는 풍광 못잖게 뿌듯하게 하는 건 밟고 있는 하늘공원을 내가 내놓은 쓰레기 한 뭉치가 만들었다는 믿기지 않은 사실이다.

 

성산대교와 공사중인 월트컵대교

 

하늘공원 밑에선 침출수를 모아 정화수로 걸러 한강으로 보내는 혈관이 꿈틀대고, 매탄가스를 빨아드린 파이프는 가스관에서 불꽃을 분사 화력발전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공장이 가동되고있다. 그 지하공장이 스톱하면 하늘공원은 화산폭발하듯 할지 모른다. 서울이 활화산 폭발한다?

 

억새밭에 하늘을 담는 그릇

 

하늘공원지하공장이 무지 궁금해진다 지하공장이 있기에 하늘공원은 유채와 개나리가 꽃을 피워 봄을 노해하고, 여름엔 무성한 억새이파리를 뿜어내 초록파도를 일구다가 가을이면 흰 머리칼 휘날리는 억새바다를 만드는 거다. 그걸 생각하면 인간의 위대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 억새 숲엔 짐승들이 둥지를 틀고, 연인들이 사랑의 숨바꼭질을 하며 겨울밤을 기약할 테다.

 

 

발걸음 텄으니 울 식구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하늘공원을 찾자고 했다. 아무런 준비물 없이도 운동화발로 반시간이면 올 수 있는 하늘공원이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노을공원에서의 황혼녘은 서울서 맞을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이란다. 벌써 평화공원엔 텐트족이 듬성듬성 자릴 잡았다.

 

난지한강공원

 

서울시민은 위대하다. 버린 쓰레기로 하늘에 오를 공원을 만들고 억새숲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에 앉는 로망에 들수가 있어서다. 서울시민은 행운아다. 주위에 빼어난 명산이 병풍처럼 휘둘러 있고, 고적들이 즐비해서다.

귀로, 울 식구들은 홍대 앞 와인카페 바오나무를 찾아들었다.

 

 

와인 한 잔으로 토욜밤을 피날래하자는 모녀의 제안에 2;1로 나는 손들어야 했다. 근디 홍대 앞은 무슨 난리라도 난 걸까?

인산인해! 이제 명동거리는 외국관광객이 얼쩡대고, 홍대 앞길은 젊은이들의 아고라가 됐다.

그 젊음에 끼어 든 나와 아내가 우숩단 생각도 잠시~!

2018. 03. 17

 

홍대 앞 거리는 인산인해

하늘공웡 구름다리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앞

하늘담는 그릇 속

억새들녘 중앙로

상암DMC

바오밥나무 벽'Oan pi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