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3 & 카페`바오밥나무

 

 

연쇄살인사건의 현장엔 의문의 여인월영(김지원.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괴력의 미스터리여인)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명탐정김민(김명민)-서필(오달수)’캐미와 한 배를 타고 미궁 속을 향한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어 김민-서필캐미(chemistry의 준말)에 빌붙는 월영, 사건현장마다 나타나는 여인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게 사건의 열쇠란 직감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불랙코미디영화다.

 

 

기이한 불에 사람들이 타 죽고, 목덜미에 난 두 개의 이빨자국과 심장을 관통한 화살촉에 새겨진 글자는 범인은 정체를 귀띔해 주고 싶어 하는 예고살인일까?!” 김민-서필-월영의 사건추적에 흑도포와 의문의 자객들이 나타나 수사를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코믹캐미 김민-서필콤비의 서커스씬을 비롯한 블랙코미디에 2시간을 비벼먹은, 아내가 기대한 배꼽 잡을 만한 코미디도 아닌 그냥 황당한 허탈영화였다. 근디 어떻게 <조선명탐정>영화가 시리즈3편까지 출시 됐나? 아니 다음편도 기대하란 듯 은근히 꼬리를 내비치고 있었다.

 

 

블랙코믹영화펜이 솔찬하다는 걸 알게 된 게 소득이라면 오늘의 수확이다. 애초에 나는 베추아날란드의 세레체왕자와 백인여성루스의 세기의 로맨스를 그린 <오직 사랑뿐>을 보자고 했었기에, 후회하고 있는 아내에게 쓴 소리 한마디 뱉었다. 취미가 영 딴 판인 아내와 난 부부란 고래심줄로 칭칭 얽매어, 평생을 캐미로 살며 인내와 배려수업을 여태껏하고 있는 셈이다.

 

 

암튼 울 내왼 용산cgv를 나서 땅거미 내리는 공덕동먹자골목에서 둘째일행을 기다렸다. 비까번쩍대는 으리으리한 빌딩숲에 갇힌 개딱지집들의 먹자골목은 고기 굽는 냄새와 사람 부대끼는 살 냄새로 마천루와 맞짱선다. W와 동행한 둘째와 울 부부는 원조갈비구이집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자형의 대형실내는 초저녁인데도 만원이다. 고기타는 냄새와 왁자지껄 사람소리에 낮은 천정이 무너질까 싶다. 자켓을 벗어 비닐봉지에 쑤셔 넣어 냄새로부터 피난시킨다. W가 그의 고급자켓을 피난시키려다 감기 들까 싶어 내가 껴입고 온 경량자켓을 벗어 주었다. 노스페이스 남색자켓이 W한테 썩 어울렸다. 언감생심 W가 욕심(?)을 내비쳤다.

 

 

냉큼 난 좋으면 입으라고 했다. 정말로 주실거냐?고 그가 되물었다. 더한 것도 줄판인데 받는다면 기쁘다, 라고 응수했다. 보름 전, 그가 울 부불 프라자호텔로 초청 식사대접할 때에 카트만두티셔츠까지 선물 받았는데 잘 됐지 싶었다. 그래 오늘 울 내외가 답례차 저녁식사자리를 마련한 참이라, 헌 옷일망정 선물할 수 있음이니 인사 때움은 제대로인 셈이다.

 

 

갈비6인분에 돼지껍데기1인분, 매실주와 맥주1병에 소주2병이 시간과 허기를 앗아가는 뿌듯한 분위기에 나는 취했다. 먹다먹다 남은 고기를 호일에 싸서 비닐봉지에 담는 둘째가 S네 카페로 가잔다. 아까 그 콜택시를 호출하여 홍대카페골목을 헤집다가 <바오밥나무>앞에서 내렸다 

 

 

S네 와인카페란다. 나는 S를 알고는 있지만 초행이라. 반지하 <바오밥나무>좁은 문에서 그가 튀어나오며 왁자지껄은 이어졌다. 근디 나는 좁은 계단에 발을 들여놓다말았다. 은은하고 고급스러울 와인카페가 빈티지스타일을 떠나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해서였다. 그림과 인형과 도자기와 와인부속품들로 비좁은 실내를 꽉 메꾼 장식은 기상천외하다 못해 신비스러웠다.

 

 

도대체 이렇게 꾸미느라 얼마나한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로 했으며 머릴 쥐어짜야 했을꼬? 게다가 벽 한 켠 스크린엔 <로마의 휴일>흑백영화가 흐르고 있잖은가! 인태리어랄 수 없는 소품들과 와인카테고리 소품들로 동화속의 그림같이 꾸며진 기상천외(?)실내는 독특한 분위기로 나를 매료시키는 거였다.

 

 

싱글벙글 S가 삼페인을 터뜨렸다. 소믈리에와 셰프와 서빙을 그가 13역하고 있었다. 나는 S, 포도시 얼굴만 아는 처지다. 그가 아내를 비롯한 울 식구들과 통음, 흉금을 터는 절친사이라 나는 왕따 아닌 왕따 당하며 오늘에 이름이라.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부러 둘째가 지금 나를 유인(?)했을 터다.

 

 

실내장식도 구매도 청소도 그의 몫인 <카페`바오밥나무>S의 왕궁이고 우주였다. 그는 13역을 충실히 하려 원 없이 발품하고, 쉼 없이 머릴 짜느라 결혼할 틈도, 늙을 참도 없이 시간을 누벼 온 동안(童顔)이었다. 얼리버드S가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란 걸 금방 훔쳐볼 수가 있었다.

 

1인3역의 S

 

그의 성실과 온유함을 꿰뚫은 둘째가 <바오밥나무>오픈 때부터 후원을 하고 있어 S는 남동생처럼 따르며 울 가족과 한 식구처럼 얽혔단다. 하여 어쩌다 둘째 심부름으로 우리집엘 찾아온 그를 나는 눈인사 나눴고, 큰애와 막내가 귀국해 외출시 밤늦게 귀가할 땐 <바오밥나무>탓이었던 게다.

 

 

이태리산 레드와인에 이어 프랑스산 와인 한 병을 W가 땄다. 오묘한 향과 달짝지근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메꿨다. SW‘형’이라 부르고 있었다. 나만 빼곤 모두가 끈끈한 한통속이었다. 잠시동안에 S의 진면목을 얼른 살필 수가 있어 나는 흐뭇하고 기뻤는데 막내아들노릇 하겠다고 실토해서 감개무량했다.

 

 

그의 성실성과 바지런함이 부침심한 대학가카페거리에서 6년여를 버텨온 저력일 거란 생각에 뭉클했다. 모두의 말따나 이젠 한 달에 한 번꼴로라도 울 내왼 <바오밥나무>를 찾아야 할까보다. 막내 사업장 아닌가?

W는 갈비집서부터 남색경량자켓을 입은 채로 부러 보란 듯 의시댔다.

 

 

내가 밤늦도록 술집에서 뭉그적댄 적은 까마득해 기억조차도 없다. 게다가 와인도 세잔쯤 목구멍에 따랐다. 술의 마력은 시간을 뺏어 상대를 유인해서 공감지대를 만드는 신통술을 부린다는 것일 거다. 술은 불가능한 걸 가능케 하고 또한 엉망진창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하드래도 서로의 마음의 빗장을 여지없이 풀게 하는 소통의 마술로 관계설정의 묘약인 것을 사랑할 수밖에!

왕궁을 뛰쳐나온 앤공주(오드리`햅번)가 신문기자브래들리(그레고리`)을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3일간의 일탈이 얼마나 즐거운 삶인지를 깨닫는 영화<로마의 휴일>도 엔딩크레딧을 준비하고 있다.

 

 

일어서자는 나의 제안을 둘째가 와인 한 병을 주문하며 역린(?)하는데도 난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니 한잔을 받아 건배한다. 자정을 넘겼다. 화장실에 가던 W가 함박눈이 쏟아진다고 고함쳤다. 어린애들마냥 우르르 한길로 튀어나갔다. 습기 잔뜩 머금은 함박눈이 고요한 밤하늘에서 춤추고 있었다.

 

 

수은등은 흰나비 떼에 어지러워 한껏 졸고 있다. 자정 넘어 텅 빈 골목공간에서 함박눈을 맞는 정취는 난생 처음이라.

시꺼먼 하늘이 쏟아 붓는 눈발속의 차디찬 고요를, 눈발들의 하염없는 속삭임을, 순식간에 변한 은세계의 신비에 오감을 열었다.

 

 

~! 무한정 걷고 싶다. 달떠서 밤새우고 싶다. 이 무슨 행복이냐! 깨 홀라당 벗은 우람한 바오밥나무가 눈덩이 뒤짚어 쓴 설경을 상상해 봤다. 함박눈이 부나비가 되어 한밤의 무도회를 열고 있다. 축복의 밤이여라!

2018. 02. 23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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