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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소록도

 

 

섬모양이 아기사슴 같다 해서 부르게 된 소록도는 코발트블루색바다로 둘러싸인 푸르고 정갈한 섬이다. 200932일 소록대교가 개통하기 전까진 녹동항에서 배로 10분쯤(500m)걸렸던 섬이다. 모래사장이 있는 언덕빼기에서 한센마을을 향하는 빼곡한 소나무숲길을 수탄장이라하는데 숲길이 탄식의 장소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센마을

 

 결코 넓지 않은 그 길에선 부모와 자식, 혈육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양편갓길에 늘어서서 소리 없는 통한의 이심전심면회를 해야 했던 길목이었다. 공기로 전염될까봐 소리칠 수도, 한숨도 크게 쉴 수 없는, 2m쯤의 신작로가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었던 수탄장은 한센병자와 혈육들의 면화장소였다.

 

솔밭속의 길이 수탄장

 

혹여 전염될까봐 한센병자들은 바람맞이 쪽에서 바람을 등진 혈육들을 마음의 눈빛으로 더듬어야 했는데, 거기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꼭지도 물어보지 못하고 격리되어 성장한 어린애들이 꿈속의 엄마를 처음으로 찾는 길이기도 했다. 기막힌 상봉(?)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져온다.

 

멀리 사장교가 소록대교

 

일제강점기인 1916년부터 소록도는 전국의 한센인을 강제수용하기 시작하여 철저하게 격리시켜 강제 불임과 임신중절 수술,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어쩌다 애가 태어나면 즉시 격리시켰고, 환자들이 죽으면 해부실험과 화장이란 수순을 밟는 비인도적인 노예 같은 일생을 살아야했다.

 

 

환부가 짓물러 진물이 나고 썩어들어 손발이 문드러지며, 코와 눈까지 실명하는 천형(天刑)의 문둥병이라 부르며 그들을 이 세상에서 도태시켜야 할 동물로 인식한 게 해방이후에도 여전했다. 세상의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천형의 섬 소록도에 1962년 푸른 눈의 두 처녀가 홀연히 나타난다.

 

젊은시절  두 수녀

 

오스트리아가톨릭교회 시녀회의 두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와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이었다. 두 수녀는 마스크와 장갑 낀 전문의들도 꺼린 환자들을 맨손으로 환부를 치료하며 따뜻한 맘과 미소로 어루만져주었다.

 

손가락이 뭉개진 환자손을 어루만지는 두 수녀

 

또한 매 년 조국을 방문해 모금활동을 펴서 의약품을 구했고, 폐결핵센터와 정신병동을 세우며 한센병자 아닌 애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건립했다. 두 수녀가 젤 기뻤던 일은 환자부부한테 태어난 어린애가 무탈하게 잘 자라고, 환자가 완치되어 섬을 떠나 가족을 만났을 때라 했다.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고국을 떠나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병환자들을 보살핀 헌신은 우리가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으랴! 그 두 수녀가 20051123, 돌연 편지 한 통을 집집마다 남긴 채 떠나버린다. 늙고 병든 몸으로 더 이상 봉사할 수 없는, 더는 한센마을에 부담이 될 것 같은데다 유명인사(?)가 될까봐 귀국한 거였다.

 

 

가족과 의료진한테도 외면당한 한센인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두 수녀에게서 치유받은 40~50대의 환자들이 추억하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성녀(聖女)였다. 두 성녀를 할머니,어머니,수녀님이라 호칭하며 회억하는 장면에서 나는 눈시울 붉게적시다 그만 훌쩍거렸다. 가슴 울컥 찡하며 먹먹했다.

 

 

벽안의 두 수녀가 40여년을 헌신하며 일군 소록도의 희망에 찬 한센인들 한테 나는, 우리는 도대체 무얼 하고 살았는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던 위정자들의 눈과 귀는 일신의 영달만 생각하느라 소록도한센인을 알았드라도 외면했을 터다. 그보다 더 기막힌 건 수많은 교회와 성직자들은 두 성녀 앞에서 무슨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예수를 팔아 호화호식한 전업성경장사꾼은 아닌가?하고 자문해봐야 할것 같다. 문둥병자들을 어루만졌던 베드로의 사랑을 설마 모르진 않을 테다.

한센병에 대한 무지에서 빚는 환자에 대한 학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소록도는 말하고 있다. 유전병도, 전염병도 아닌 한센병자들을 소록도에 강제수용 지옥행시켰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종교인 특히 교역자들은 십자가 하늘 높이 처들고 위세 뽐내는 교회 속에 안주하는 사이비예수장사는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니 다큐영화<마리안느와 마가렛>을 필히 관람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 수교 125주년 기념행사 때 영화<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상영은 오스트리아의 많은 인사들과 언론사의 주목을 받는다.

 

  한센공원 입구

 

행사 후, 두 천사의 선행과 봉사정신이 알려지게 되었고, 양국이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여 선정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단다.

우리 모두가 꼭 봐야할 영화로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강추하고 싶다. 글고 두 성녀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되기를 우리 모두 기도했슴 싶다.  

20171226

 

 

# 다큐영화<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본 후에 지금 인기상영 중인 영화<신과함께 - 죄와벌>을 감상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신과함께->영화는 이생에서의 어떤 삶이 망자의 저승길에 순탄할지를 어렵푸시 알아 챌수가 있어서다.

 

한센병동

 

 

 

영화포스터

 

한센병해부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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