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길 - 산행기

DMZ 도라산정에서

DMZ 도라산정에서

 

도라산정초소

 

영하18도를 웃돈다는 한파경보속의 서울아침950, 아내와 나는 서울역대합실안내데스크 앞에서 도라산행 안보기차(DMZ-train)탑승 플랫폼을 문의하고 있었다. 안내양은 1층으로 내려가 1번 플랫폼에서 승차하랬다. 1008분발차라 여유가 있었지만 플랫폼은 왠지 썰렁했다.

 

DMZ관광열차

 

시각이 다 되가는데 안내전광판도, 방송도, 승객도 없다. 마침 유니폼의 청소부아주머니 두 분이 승강기 앞에 있어 문의하자 1번 플랫폼-파주`문산행열차는 구`서울역사1번에서 출발한단다. 미심쩍어 두리번거렸지만 수화물운반인부 뿐이다. 그분들도 같은 대답이다. 승강길 타고 2층대합실로, 다시 승강기를 타고 구`서울역광장으로 달렸다.

 

스낵바가 있는 관광열차 내부

 

`서울역광장 북쪽에 파주`문산행 1번 플랫폼이 보였다. 근디 플랫폼전광판엔 10;30분발열차시간만 명멸하며 한파만 배회하고 있다. 역무원인 듯싶은 유니폼의 사내가 어슬렁대며 나타났다. 달려가 묻는다. 도라산관광열차는 여기가 아닌 서울역에서 탑승한단다. 시각은 이미 108분을 지나쳤다. 아내와 난 포기할 때 하드라도 일단 뛰자고 온길 되짚어 400m남짓을 불티나게 달렸다.

 

 

 

아까 잘못한 안내양한테 해명을 듣고 싶었다. 헐레벌떡거리며 2층 안내데스크 앞에 다시 섰다. 내가 도라산행관광열차-’라고 소리내기 무섭게 표를 끊었느냐?고 안내원이 묻는다. 인터넷예맬 했다고 하자 빨리 14번플랫폼으로 가란다. 15분출발이니 빨리 가면 탈수가 있단다. 항의할 겨를도, 엄두도 없이 냅다 뛰었다.

 

임진각역에서 검문을 받는다

 

계단을 뛰어내려 플랫폼에 있는 3칸짜리 울긋불긋 색칠한 관광열차에 간신히 오르고 기차는 우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스르르 미끄러졌다. 근데 왠지 열차속도 썰렁했다. 한파로 관광을 모두 포기했을까? 한참 만에 마음 추스린 아내와 난 반시간동안 헐떡거린 서울역사에서의 숨 가쁜 질주를 복기하며 허탈한 고소를 씹었다.

 

 

 

그동안 서울역을 꽤나 이용했지만 경의선열차는 첨인 내가 도라산관광열차를 인터넷으로 인지한데다, 안내양도 하루 한 번뿐인 관광열차를 파주`문산행플랫폼으로 착각했지 싶었다. 출발플랫폼이 다를 뿐 경의선이용은 같다. 글고 기차가 우릴 기다려준 게 아니라 10;08분은 용산역발차시간이고 서울역은10;15분발 논스톱열차였다.

 

 

울긋불긋 색칠한 열차는 인터넷상에서 익힌 바지만 정원150석이 늘 만원사례였는데 오늘 이렇게 텅 빈 것에 대해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한파 탓일까? 어쨌거나 열차는 시베리아한파를 뚫고 북쪽을 향하며 삭막한 겨울풍경을 파노라마 시키고 있었고, 한가로운 열차 속은 해방구인 듯싶어 좋았다. 열차는 달릴수록 설경을 만들어 안겨준다.

 

평화공원서 본 도라산

 

도라산DMZ은 어떤 풍정일까? 영하18도를 넘는 강추위에 휴전선은 얼마나 꽁꽁 얼어붙어 살풍경이며, 혹여 상고대라도 피워 살벌한 혹한을 위무해 줄까? 라는 기대를 안고 임진각역에 내렸다. 여기서 검경의 신분확인검문을 받은 후 다시 열차에 올라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을 향했다. 개인은 결코 갈 수가 없는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는 셈이다.

 

끊어진 임진각철교

 

꽁꽁 언 임진강얼음위에 파괴된 철교와 철탑이 을씨년스럽다. 차창으로 다가서는 눈 덮인 산촌과 들판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여느 산촌이다. 한파 땜일까, 아님 휴전선근방이란 선입견 탓일까? 앙상한 나목들은 파란하늘로 치닫는데 인적 없어 휑한 촌락이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1140분쯤 도라산역사를 빠져나와 연계버스에 올랐다.

 

 

 

모두 30명쯤 될 듯싶은 데 외국인이 반반이고 한 명이라도 이탈이면 다음 행선지는 없단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이 외국인이 더한가 싶었다. 한 시간쯤 평화공원산책에 나섰다. 하얀 설원은 겨울햇살에 눈부시다. 눈 덮인 거대한 정물에 살아 움직이는 건 꽃사슴무리와 햇빛타고 반짝거리는 눈 입자뿐이다.

 

 

 

얼음호수의 오리가 박제(?)이듯 해병전차도 눈에 발 묶였다. 오색팔랑개비가 평화를 갈구하는 하염없는 몸짓일 뿐이다. 평화마을에서 한식뷔페로 점심을 먹었다. 시장기 들어선지, 철원쌀이 좋아선지, 반찬간이 맞아선지 배불뚝이 되도록 포식했다. 암튼 7천원짜리점심은 괜찮았다.

 

평화공원

 

상가는 외국인이 많아선지 장사냄새나지 않고 청결하나 싶었다. 도라산전망대를 향한다. 며칠 전엔 폭설로 오를 수가 없었고 년 중 내내 시계가 좋진 않단다. 해발 156m의 높지 않은 도라산(都羅山)은 신라 경순왕의 애증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경순왕은 군신회의를 소집하여 고려에 귀속하기로 결정, 935년 송도에 찾아가 태조`왕건에게 항복하였다.

 

 

 

감동한 왕건은 딸 낙랑공주를 경순왕의 아내로 맞게 해줬고, 낙랑공주는 경순왕의 울적한 맘을 위무시키려 도라산 중턱에 암자를 지어 머물게 했다. 여기에 머문 경순왕은 남쪽을 향한 슬픈 망국의 사연을 곱씹었다. 하여 도읍의 도()자와 신라의 라()를 합쳐 도라산이라 부르게 됨이다.

 

 도라산전망대서 본 송악산과 북한촌락

 

정전협정상 동해에서 서해에 이르는 248km의 비무장지대에는 군인, 민간인 모두를 합쳐 1천명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도라산전망대의 위치가 비무장지대여서 매일 방문하는 인원이 11천명 이상이므로 정확히 말하면 정전협정 위반이 셈이다. 3땅굴 역시 남방한계선 넘어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해 있다. 전망대에 섰다. 일단의 군인들이 견학차 선점하여 난장을 이뤘다.

 

전방대를 선점한 군인들

 

희뿌연 안무로 시계가 안 좋아 송악산능선과 비무장지대지평이 아른아른 댄다. 화창한 땐 오른편에 남측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마주하며 펄럭인다는 데 그냥 뿌옇다. 개성공단도 어림잡아볼 뿐이다. 넓게 펼쳐진 비무장지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세계유일의 DMZ자연생태보존지역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곳이다.

 

DMZ들판

 

남쪽과 북쪽의 산하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사람도 같고 언어도 풍습도 같다. 전쟁하고픈 사람도 없다. 다만 전쟁을 외치며 자신의 권력욕을 공고히 하려는 독재자나, 잠재적 적이나 경쟁국가에 대해서 필요에 따라 선제공격도 불사한다고 주장하는 네오콘(Neocon)을 빼곤 말이다. 그들 네오콘은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막강한 군사력뿐이라는 '매파 중의 매파'들인 것이다.

 

 

 

독재자와 달리 네오콘은 남다른 애국심이 있긴 하다. 군수업자들 편에 서야 산업도 발전하고 실업률도 일정 줄일 테니 말이다. 전망대를 빠져나와 버스에 오르자 버스기사님이 열변을 토한다. “땅굴로 돈 버는 나라는 월맹과 우리나라라 어쩜 김정은일가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개성공단출입 물류 검역소

 

언중유골이라고 독재자들의 망상이 불가사이를 낳고 거기에 희생된 백성들의 원혼을 후대는 돈벌이에 쓰는 혈안이 된다는 사실을 비유함일 테다. 3땅굴로 향했다. 땅굴은 도보와 모노레일로 탐방할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고, 굴속에선 촬영금지라 휴대폰과 사진기는 사물함에 넣었다. 길이 1635m의 지하바위를 뚫은 땅굴이 몽상가의 미친 짓거리일 뿐 참으로 어이없는 고통의 산물인 두더지굴이였다.

 

3땅굴 평화조형물

 

도보로 반시간 남짓 소요되는 탐방에서 인간의 괴이하고 허망한 광기를 새삼 통감했다. 남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민들을 혹사시킨 망나니굴인가 말이다.

3땅굴 발견은 197495일 귀순한 김부성씨의 땅굴공사 첩보를 근거로 1975년부터 문산 지역에 대한 시추조사로 시작됐다. 1978610일 시추공 중 1개가 폭발함으로서 확신이 섰단다.

 

 

 

곧장 역갱도 굴착 공사를 실시하여 1017일 드뎌 적갱도에 관통한다. 땅굴은 서울에서 불과 52km거리에 있는 판문점 남방 4km 지점에서 폭 2m, 높이 2m, 1시간당 3만명의 병력이동이 가능한 규모란다. 임진각에서 4km, 통일촌에서 3.5km로 서울에서 승용차로 45분 거리다. 이젠 거리문제가 아니다. 전쟁나면 초읽기로 세상은 파멸될 것이다.

 

땅굴입구 모노레일 탑승처

김정은이가 미친놈 중에 연병 맞을 미친놈이 아님 핵전쟁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지 죽고 싶어 환장한 놈 아니면 말이다. 김정은의 속셈은 미국 핑계로 권력 굳히며 영구독재자하기 위해서일 테다. 핵개발행위는 엄밀하게 따지면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도 조약위반하고 있어 김정은을 죽일 놈이라고 몰아붙이기도 뭣하다.

 

 

 

5개국은 유엔핵무기금지협약에 의해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방지조약(NPT)서명국 이어서다. 핵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미국부터 핵 파기를 하여야 옳다. 근디 트럼프는 미국은 핵무기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내로남불의 극치다. 난 도라산정에서 트럼프를 경원하며 김대중전대통령을 생각했다. 미운 놈은 보듬고 떡 하나 더 주며 달래야 한다.

제3딸굴서 본 도라산전망대

 

김 전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당근 주면서 개성이란 군사적 요충지를 평화의 징검다리로 만들고 화해의 장을 열어서다. 한심스런 박통이 개성공단을 폐쇄시키고 뜬금없는 사드배치로 나라사정을 엉망진창 만들지 않았다면 평화는 얼마나 우리들 가까이 있을까? 도라산역 앞의 물류검역소들은 빨리 문 열고 북한과 내왕하면 좋겠단 생각을 해 봤다.

 

 

 

무기경쟁 속에 평화는 없다. 내일 중국 시진핑을 만나는 문대통령이 대박치는 뉴스를 만들면 싶다. 6.25전쟁 때 거제도포로수용소를 폐쇄시켜 투르먼 미대통령을 경악케 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을 만들어 낸 고 이승만전대통령처럼 말이다. 평화는 무기가 아닌 외교적 노력에서 얻는다는 건 역사적명제다.

 

거제도포로석방은 백척간두의 남한이 평화를 담보하는 획기적인 탁견이었다. 시진핑이, 트럼프가, 김정은이 한발씩 물러설 그 무엇은 없을까?

오후4시반, 도라산역을 출발했다. 임진강북서쪽으로 지는 황혼이 내내 열차를 기웃대며 좋은 꿈꾸자고 내일을 약속하나 싶었다.

2017. 12. 13

 

꽁꽁 언 임진강과 끊어진 철교

평화공원

평화공원 꽃사슴과 오리

도라산전망대서 조감한 DMZ

제3땅굴 안내 해설

제3땅굴광장의 조형물들

유엔사 정전협정인사들

1954년경의 울 어머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