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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7) 유토피아를 꿈꾸는 숲, 조양공원

베이징서 보름간의 기행(紀行)

 

7) 유토피아를 꿈꾸는 숲, 조양공원

 

 

4A급풍경구인 북경조양공원은 애초엔 수대자공원(水碓子公园)으로 1984년부터 건설 시작, 1992년에 조양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남북길이가 약 2.8km, 동서너비가 1.5km로 총면적이 288.7ha인데 그중 수면면적이 68.2ha이고 록지점유률이 87%인 여의도보다 크다.

 

갖가지 수목과 화초로 꾸며진 조양공원은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종합레저 힐링 타운인 셈이다.

난 조양공원을 가기위해 굳이 전철이용을 고집했다. 베이징전철을 한 번이라도 타보고 싶었고, 더는 다음여정 교통수단으로 생각한 땜이다.

 

14선을 이용했는데 전철은 쾌적하고 역무원들은 친절했다. 서울지하철노선의 많은 출구가 헷갈리게 하지만 베이징전철은 비교적 단순해 좋았으며 기본요금(3위안)도 쌌다행선지와 노선번호를 알면(난 한자는 쬠 알기에 가능했다) 자동발매기와 전철승하차는 큰 어려움은 없지 싶었다.

 

 

조양공원은 1999년에 건국50주년 중점건설항목으로 지정되였고 2004년부터 정식으로 개방되였는데 녹지공간, 수면시설, 오락시설, 문화시설, 스포츠시설을 모두 겸비한 북경 최대의 종합성, 다기능 도심공원이다. 종합문화오락성을 일체화했고 놀이설비가 잘 되어있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애용하게끔 매력적이었다.

 

특히 공원안에 문화예술,쇼핑,먹거리타운까지 있어 서울강남의 번화가 한 군데에 들어선 기분이 된다.

우리나라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어 중국전역에 치맥 열풍이 불게 했던 장소가 여기다. 조양공원은 관광문화코드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몇 해 전 치맥축제 땐 한국음식과 상품·문화를 판매하는 풍물거리, 한국식 치맥과 안주류를 판매하는 1,000개 테이블이 거릴 매웠단다. 그 치맥축제에 한국기업홍보와 체험전시관. K-pop, 한국 전통 공연특설무대는 중국인들의 한류로망을 짐작케 했단다. 실로 한글간판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조양공원은 몸소 답사하지 않고는 필설로는 언어도단이다.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서서 오색물감을 뒤집어쓰는 풍정은 미치게 아름답다. 방대한 단풍숲 사이를 휘도는 도랑물길과 언덕아래 담수호에 드리워진 파스텔톤그림자는 황홀경 이상이다.

 

여기에 어린이 놀이터, 각종레저시설과 체육공원, 분수화원과 화훼 숲은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근데 괴이하다. 환장하게 좋은 공원에 인적이 뜸해서다. 중국인민들은 그리 바쁜가? 입장료도 싼 편인데 하다못해 나이 드신 어른들도 눈에 안 띄었다. 공원이 하 넓어서만도 아닐 거였다.

 

서울이라면 이 좋은 가을에 단풍맞이 나들이손님들로 공원은 소란스러울 텐데 말이다. 어느 예비웨딩커플의 야외촬영도 사진사와 부치기 한 사람이라? 하긴 호젓해야 온갖 모션 다 짜낼 터~! 하루, 아니 며칠을 여기에 도시락 싸갖고 와 빈둥대도 질리지 않을 천국의 숲이란 생각에 우린 주말에 둘째가 오면 다시 오자고 다짐했다.

 

풀벌레 하나, 꽃 한 송이, 떨어지는 단풍이파리, 소슬바람에 우수수 몰려다니는 낙엽들, 내 발아래서 바스락소리를 내며 신음하는 잎새에 놀라워하는 기쁨이 행복일 것이다. 그런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으로 우리 마음은 정화되고, 신성해지는 열락의 부자가 된다.

 

 감동할 줄 알아야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마음이 가난해야 감동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오솔길에 쉽게 이르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내면에 불이 켜져 있음이다. 빈 마음일 때 감동은 배가 된다. 내 맘에 불이 일렁여야 상대 맘에 불을 지필 수가 있다.

 

나는 오늘 한량없는 부자이다. 우린 그렇게 몇 번이나 뇌이며 숲길을, 도랑 가장자릴 걷고 있었다. 걷다가 벤치나 낙엽 위에 아무렇게 앉아 쉬어도 맘풍선은 황홀한 추색속으로 빠져들었다. 4천만이 부벼대는 거대도심에서 깊어지는 가을풍정에 호젓하게 멱감는다는 행복은 행운이라.   

영화싱영극장도 보인다

 

글다가 문화예술먹거리 장으로 나섰다. ‘와라와라와라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어느 교포가 10여 년 전에 문을 열어 제법 성공해서 체인점도 몇 군데 있단다(며칠 후에 바자회엘 갔다가 그곳 부스에서 와라와라와라간판로고를 보고 반가웠었다).

 

2층으로 꾸민 숍은 깔끔, 여유로웠고 모던하여 치맥을 하기 딱이라 우린 치맥을 주문했다. 서울 치킨`숍에 들었지 싶은 착각도 들었다.  맛도 서울이라. 거기서 오늘 한나절 산보했던 다릴 쭉 펴고 늘어졌다. 시원한 캔 맥 한 잔에 눈까풀이 스르르 감겨졌다. 뿌듯했다.

 

15년 남짓한 세월 속에서 일궈낸 지상의 유토피아를 거닐며 중국의 굴기(?)를 실감했던 조양공원이었다. 베이징올림픽 때 비치볼대회장으로 사용한 경기장은 일 년 내내 각종 비치볼경기가 열린단다. 연계된 각종시설이 훌륭해서일 테다. 스포츠시설이 붐비지 않아서 좋다.

 

 

한 번 쓰고 어찌할 줄 몰라 긍긍대며 혈세 까먹는 우리내 올림픽경기장이 한둘인가? 지금 우린 평창동계올림픽PR에 혼신한데 이후의 대안모색도 철저해야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뉴욕센트럴파크는 저리 가라인성 싶었다.

와라와라와라를 나와 석양빛을 등지며 전철역사로 내려섰다.

2017. 10.

 

'감색항만'이 거리명일텐데 까닭을 모른채 어슬렁댔다

와라와라와라 실내

'와라와라~'에선 이런것도 파는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