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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광해의 관형향배와 사드전략

광해의 관형향배와 사드전략

161871일 강홍립은 13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압록강을 향했다. 명나라의 다급한 파병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였지만 행군속도는 소풍도 그런 소풍이 없을 만큼 거북이걸음 이였다. 광해는 강홍립에게 파병을 명하며 귓속말로 단단히 일렀다.

형세를 보아 행동을 결정하라(觀形向背)”는 것이었다. “누루하치는 강적이다. 약한 우리군사로 적진 깊숙이 들어갔다간 큰 코 다친다. 시나브로 국경인 의주에 당도하거든 최대한 시일을 끌며 관망하다 오랑캐가 유리하면 항복하는 척 글로 붙어라.”라고 했던 바라 서두를 게 없었다.

지는 명(明)과 뜨는 후금(靑)을 꿰뚫고 있던 광해는 명나라조정에 '임진난을 치러 군사도 형편없는 오합지졸이라 파병이 늦어진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었다. 신하들은 그런 광해가 마땅찮아 간언닦달 할라치면 못들은 채 하며,

요즘 조정의 신하들은 큰소리만 치면서 명분만 앞세우다 나라를 망칠 것이다라고 광해는 일갈하곤 했다.

강홍립이 7개월여 걸려 압록강을 건넌 16193월, 신하전투에선 명과 후금이 3일간 맞붙어 10만 명의 명군이 궤멸한다. 후금은 고작200여명만 죽었을 뿐이다. 당연 강홍립은 후금에 항복 빌붙고, 부장 김응하는 명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홍립은 후금에, 김응하는 명나라에 붙어 실리를 취하는 등거리전술을 펼쳤다.

강홍립은 후금장수들과 전장을 누비며 광해에게 적정을 알려주고 화친을 도모하는 등 철저한 실익을 챙기는 스파이지략을 폈다. 그러나 훗날 광해의 이 탁월한 관형향배정책은 친명재조지은을 반한 배반의 정책으로 낙인 찍혀 인조반정의 구실이 되었다.

1623314일 능양군(인조)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조선의 16대 왕(재위 1623~1649)으로 등극했다. 이른바 인조반정(仁祖反正)이었다. 그러나 곧 인조의 친명배금외교는 정묘`병자호란을 자초해 강화도굴욕에 이어 다시 57일간 남한산성에 갇혔다 삼전도의 치욕을 치러야 했으니, 광해의 발뒤꿈치도 못 따를 함량미달의 군주였다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비어고>정묘·병자호란의 참화 후 청나라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나중에 귀국하여 효종) 부부까지 60만명이 넘는 인질이 청의 노예가 됐다고 추정했다. 못난 왕 탓에 애먼 60만명의 백성이 노예가 된 것이다.

1643(인조 21)엔 대사간 유백증이 상소문을 올린다.“전하(인조)는 광해의 죄를 성토하고 인조반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광해보다 100배 이상 치욕(이괄의 난·정묘`병자호란)을 당했습니다. 신하들의 탐욕도 나아진바 없습니다. 이럴바엔 애초에 반정은 왜 일으켰습니까.”라고

 인조가 사죄의 대국민담화를 냈다. “‘만백성의 부모인 내가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조용했던 강토가 갑자기 병자·정묘년의 큰 변란을 당했다.(중략) , 이번 일을 당한 백성들이 아무리 날 꾸짖고 원망한다 해도 이는 나의 죄이다.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금부터 394년 전 314일 광해는 폐모살제(廢母殺弟;1618년 인목대비를 유폐시키고, 8살 영창대군을 죽인 일)’란 죄목으로 왕위에서 쫓겨났다. 그는 탁월한 등거리외교로 국내외위난을 슬기롭게 헤친 의연한 현군이기도 했다. 광해가 폐위 된 건 다분히 당파싸움의 희생물이였던 셈이다.

그보다 이틀 앞날인 엊그제 312일엔 박근혜가 헌법위배와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자릴 파면당하고 사저로 쫓겨난 날이다. 그녀는 일체의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라고 뻔뻔스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면서까지 사드설치를 강행하여 온 나라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면서다. 사드를 그렇게 급히 설치해야만 평화가 담보된다는 건가? 낼모레 김정은이가 핵폭탄을 터뜨리기라도 한다는 건가? 김정은이가 미친 짓하면 한미방위조약국인 미국은 전시작전권까지 쥐고 있으면서 방관하고 있다는 건가? 괌이나 일본에 배치한 사드는 북괴의 핵공격에 무방비물인가?

설사 북괴의 핵공격에 남한이 초토화되면 북괴는 말짱할까? 지 죽고 나 죽는 일인데 김정은이가 염병지랄 할까? 중국을, 러시아를 삐지게 하면서 북한핵포기가 가능할까? 사드설치로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핵전쟁터가 되는 건 아닐까? 당장 중국과 빚는 천문학적인 경제적손실은 어디서 충당할 수 있을까?

YS가 박근혜를 왜 칠푼이라고 했는지를 알만도 할 것 같다. 박근혜는 광해로부터 등거리외교전술을 터득했어야 한다. 미국한테는 중국핑계를, 중국한테는 미국핑계를 대며 강홍립이 만주를 향하듯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느긋하게 실리를 짜내어 우리잇속을 챙기는 외교술을 펼쳤어야 한다.

사드를 설치하나마나 핵전쟁 발발하면 이 쬐그만 땅에서 모두 다 죽는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반공이데오르기로 포장한 위정자들이 진정한 애국자란 건 천만의 말씀이다. 무기경쟁 속에 평화는 없다는 건 역사의 진리다. 지금이라도 사드설치를 늦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한테 알랑대며 챙길 건 다 챙기면서 할 수가 있다. 광해의 지략과 이승만의 배짱외교를 배워야한다. 사드설치를 밀어부치는 미국의 꼼수에 광해와 이승만의 외교술을 귀감삼아야 하는 것 아닐까? 당장 필요하지 않는 사드로 국력낭비하며 힘든 세상 더 힘들게 아웅다웅하지 않게 했음 좋겠다.

2017. 0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