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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울 가족의 설악행 2박3일

울 가족의 설악행 23

  첫날-뜨거운 눈물

 

 

우리 식구들이(아내와 둘째, 막내부부와 은이) 23일 일정으로 설악을 향해 출발한 시각은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였다.

서울-춘천간고속도로에서 44번국도를 타고 인제에서(인터넷 맛집 서핑으로) 메밀국수점심을 들고 장터를 어슬렁거리다가 미시령터널을 빠져 환화리조트에 체크인 한 시간은 오후2시반 이였다.

 

-호수 속의 한화리조트-

달포 전에 예약했던 한화리조트는 방2개에 거실이 있는데, 검초록 외설악능선 속의 하얀 울산바위가 안무를 껴안은 장관을 테라스에서 관망하는 정취가 일품이라.

우린 곧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찾아들었다. 활어횟감과 **`강정을 맛보기 위해서다. 메르스걱정에도 인파는 넘쳤다. 

 

-호수 뒤 울산바위원경-

여행 중의 먹거리라면 막내담당인데 막내는 여행의 목적이 오직 그 고장의 이름 난 음식점을 찾아가 입을 즐겁게 하는 일 외엔 관심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여 막낸 차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맛집 찾아 내비에 알려주는 재미에 올인 한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음식점의 유명세보단 그곳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을 찾다보니 쉽게 접할 수 없는 토속음식에 희희낙락할 때가 많았다. 어떤 땐 한갓진 골목에서 우왕좌왕하다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마주하며 쾌재를 연발하기도 해 막내의 음식점서핑을 모른 챌 한다.

 

 

숯불생선구이로 저녁을 때웠는데 천 원짜리 씨앗호떡(두 평도 안 되는 가게는 각종씨앗을 넣어 굽는 호떡공장이고, 손님은 1회용 컵에 한 개씩 넣어 갖고 가던지 서서먹던지 하는데 차례를 기다리느라 줄 서야한다)을 맛 못 보면 후회한다고 엄살떠는 통에 한 개씩을 물고 활어시장엘 들러 횟감을 뜨고(매운탕거리 뼈까지) `강정 두 상자를 사서 리조트로 들어왔다.

 

-1천원짜리 씨앗호떡집의 성황-

애들 속내는 횟집에서 2차를 즐길 샘 이였는데 아내의 강력한 반대로 숙소로 향하면서 첫날부터 엄마에게 이니셔티블 뺏기면 안 되는데?’ 라고 쩝쩝대면서였다. 거실에서 2차 술좌석이 펼쳐졌다. 애들은 알콜DNA는 처가쪽을 이어받았는지 애주가다.

 

-리조트영화세트장-

술맛이 쓰기만 하는 나는 애주가들의 주연자리가 그리 호탕해 보이지 만은 않고, 통상 멋없는 놈이라고 설침을 맞아도 술 안 먹는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애들이 주는 잔을 받다보니 서너 잔을 마셨다. 나는 술 핑계 삼아 근 반년동안 마음구석에 걸린 가시 하나를 내려놓기로 했다.

 

--메르스공포에도 리조트주차장은 초만원-

작년구랍 때 막내와의 언쟁이, 종내는 끈질기게 대꾸하는 버르장머리가 불손하다싶어 뺨을 때리려했던 나의 했던 성깔이 늘 볼일 보고 밑 안 닦은 기분인 채였다. 나는 막내에게 그때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 사과란 것은 지가 잘했단 게 아니라 내가 폭력을 쓰려했던 점이였다.

 

-봉숭아학당가족들-

아내와 나의 냉전에 끼어든 막내는 마치 지만 엄마를 사랑하고 나는 내 자신만을 위하는 독종으로 몰아세운 데다, 말꼬리 물고 늘어지는 당돌함으로 점점 화를 돋게 하는 거였다. 막내라서 언제나 손님인양 거드름피우며 엄마의 일손을 덜어주지 않는 철딱서니를 힐책하자 대드는 꼴에 비위 상했던 나였다.

 

-리조트 워터피아-

어떻던 막내는 엄마를 생각한답시고 오버한 것이니 가상타고 여겨, 혹시 내게 꽁한 불평이 있어선 안 되겠다싶어 어른인 내가 먼저 사과하기로 했다.

근데 그런 나의 사과의 변이 막내의 울음보를 터뜨렸다. 지가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했었는데 못난 딸이 돼서 죄송하고 감동했단다. 둘째도 눈시울 붉히고, 아내도 나도 눈자위 뜨거워짐을 애써 피하느라 외면했다.

 

 

사랑은 별게 아닌 것이다. 나를 낮추며 먼저 다가가서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늉만으로도 뜨거운 사랑은 피어난다.

가족이란, 가족애란 식구들이 함께하는 자릴 만들어 소통하는 기횔 얼마나 많이 지극한 정성으로 하느냐? 에 비례할 것 같다. 찝찝한 상체기를 치워버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는 먼저 자릴 털고 취침에 들었다.

 

 

 식구들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둘째의 울먹임처럼 가장 멋있는 울 아빠!”소릴 듣고 보니 쉬이 잠이 오질 안했다. 싱가포르큰애 생각이 났다.

관세사시험 치러 귀국하여 우리 모두가 23일 여행 한지도 벌써 두해가 된다. 그땐 큰애의 손가락이 차문에 끼는 부상으로 얼마나 마음아파 했었던가? 관세사수험준비생을 억지로 동반시켰기에 우리가족 모두는 죄진 기분이었고, 그래서 뭉클한 가족애를 절감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가을엔 우리는 왕창 싱가포르 큰애 집엘 가기로 약속한 채 속초의 첫날밤 커튼을 내렸다.

2015.06.19

 

 둘째 날-일곱 살짜리 손녀의 울산바위 등정기

 

-울산바위-

오전10, 엑스포타워 옆 오징어순대집(나는 순대음식을 기피하는 편이였는데 애들 등살에 못이긴 척 따른 게 의외로 맛있었다)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신흥사주차장에서 흔들바윌 향해 초록 숲을 걷기시작한때는 11시 반이 지나서였다.

 

 

간밤에 몇 방울의 비가 내렸던지 초하의 푸름은 한껏 싱그러웠고 구름도 두터워 트레킹하기 안성맞춤날씨였다. 우린 비선대와 흔들바위코스 중 어느 쪽을 택 할까? 고심하다가 흔들바위 쪽을 걷기로 한 건 순전히 일곱 살짜리 은이 땜 이였다.

사실 어제 설악산을 오면서도 과연 설악산 어디를 얼마쯤 걸을 수가 있을지가 난망하여 애당초 23일설악산 행에서 산행 꿈은 접었었다. 꼬맹일 동반한 여행이란 게 늘 꼬맹이위주로 여정을 짜게 마련이다.

 

-신흥사에서 본 권금정-

신흥사경내를 훑고 짙푸른 녹음 속의 포도를 걷는 은이는 신이 났다. 그 신나는 달음질이 얼마간 이어질지 노심초사했는데 다섯 식구들의 응원에 고무돼선지 아님 줄차게 이어지는 칭찬세례에 우쭐해 종종걸음을 잘도 떼고 있었다.

울퉁불퉁 자갈길 걷기를 얼마였을까? 오후 두시쯤 드뎌 흔들바위 앞에 이르렀다. 참으로 대단했던 건 전혀 지쳐보이질 않고 까불어대며 계속 앞서겠다고 껑충대는 천진용감성이다.

 

-너럭바위 위의 흔들바위 -

흔들바위 앞 멍석바위에서 잠시 쉬며 아이스크림으로 충전(?)한 은이는 울산바윌 향했다. 이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이라. 그런 은이의 무모한(?) 고집을 한사코 말리던 막내내외도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가파른 돌계단과 철재계단을 맨 앞장서서 나와 동행하는데, 지나치는 산님들마다 감탄과 박수로 격려해줄라치면 은이는 자못 기분 좋아 웃으며 손을 흔들곤 하는 거였다.

 

 

삼십대 장년 세 명이 계단을 오르다가 한 분이 주저앉아 실랑일 치고 있었는데 일곱 살짜리 여자애의 도전에 기죽고 싶지 않다고 일어서기도 했다. 문제는 정작 우리식구들 이였다.

둘째만 빼곤 험한 산을 오른 적도, 이 높이의 산을 오르리란 걸 상상도 못한 위인들이라 모두가 저만치 뒤쳐져 기진맥진이다. 아낸 가파른 계단 오르기가 죽기 아님 살기고, 막낸 철계단 밟다 빠질까 무서워 눈감고 싶단다. 등산 문외한에 스펀지운동화신발로 걱정이 태산 이였던 민주는 꼬래 남아장년이라 꽥 소리도 없이 우거지상으로 맨 꼴찌다.

 

-흔들바위&은이-

일곱 살짜리 딸(손녀) 앞에서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을 막내커플과 아낸 패잔병몸꼴 이상도 이하도 아닌성싶었다. 나는 은이의 손을 잡아 안전을 기하느라 온 신경을 몰입해야 했다.

가파른 800여 계단에서 순간의 실수로 불상사가 발생하는 건 오직 내 탓일 것 같아서다. 하늘엔 엷은 구름이 끼고 미풍은 바위구경하는 구름 한 떼를 몰고 와 병풍처럼 솟은 울산바위를 선경에 머물게 한다.

 

 

철부지 꼬맹일 책임진 내게 시원한 바람 한절이 절대위안이라. 높이 950m의 거대한 화강암바윈 6개의 칼 봉우릴 만들고 다섯 개의 항아리우물을 만들어 천계(天界)의 변화무쌍을 담아낸단다.

하얀 기암절벽의 웅장한 바위 숲을 경탄케 하는 건 담대한 초록산세다. 하늘에서 본다면 초록바다에 거대한 구축함이 유유히 동해로 발진하는 모습일 테다.

 

 

그 구축함의 돛대-울산바위정수에 일곱 살짜리 소녀가 섰다. 오후3시 반이였다. 내 손목을 잡긴 했지만 한발 한발씩, 한 계단 한 계단을 다섯 시간 반 동안 내디디며 정상을 정복했다.

그런 근력과 참을성과 용기는 어디서 생겼을까?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깔에 발레와 태권도장엘 다닌 게 주효했으리라 여겨졌다.

 

-바위와의 씨름에 지친 은이-

어린여자애를 태권도장에 보낸다고 아내와 나는 못마땅해 했었다. 근데 오늘 은이의 울산바위등정을 보고 그런 단견(短見)이 잘못 이였음을 인정했다. 취학 전에 국영수를 배우게 하는 것 보다, 다양한 경험으로 심신을 연마하며 소질을 조기발견 키우는 게 바람직한 어린이교육이란 생각을 다시 해보는 계기였다.

 

-울산바위 정상-

오늘 우리식구 모두가 울산바위정상에 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은이 덕이라. 일곱 살짜리 소녀를 따라 울산바윌 오른 기적 같은 우리가족 산행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은이가 정상에 올라선 감회란 게 있을 턱이 없겠지만, 어쩜 정상에서 팔고 있던 비싼 자유시간초콜릿을 먹는 재미가 꿀맛 이였을 테지만 오늘의 기록은 은이의 일생에 도전과 자신감이란 걸 발아시키는 씨앗이 될 것이다.

 

 

은이가 성인이 된 후 울산바위등정얘길 듣고 어떤 표정과 감횔 말할까? 정상에 오른 모든 산님들의 축복 속에 일곱 살 소녀는 오르기보다 더 위험한 하산길에 들었다.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오다 너럭바위 쉼터에 우리 모두들 앉아 긴장을 풀며 전설 한 토막을 씹었다.

까마득한 옛날 산신령이 금강산을 빚으려고 전국의 잘 생긴 바위들한테 호출령을 내렸다. 그럴싸한 바윈 모두 재빨리 금강산으로 달렸다. 

 

 

그렇게 모인 기암괴석들로 금강산을 만들었는데 울산에 있던 덩치 큰 바위도 북진하다가 지쳐 설악산에서 잠시 쉬는 통에 산신령의 파발을 접한다. 금강산이 오늘 자정을 기해 다 만들어져 자리가 없다는 거였다.

울산바위도 그 하명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단다. 그후 세월이 흘러 찌질한 울산현감이 똥싸다 문득 기막힌 아이디얼 떠올리고 급히 속초로 향했다. 울산바위로 속초현감이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어 배알이 꼬여서다.

 

 

울산현감이 구랫나룻수염에 헛기침하며  속초현감에게 소유권주장을 하다가 바위값을 요구했다.  실눈 치켜든 속초현감이  ‘느닷없는 바위가 굴러와서 좋은 농토를 버렸으니 빨리 파가던지 바위값을 내라고 겁박지르자 울산현감은 여차직이면 지 물건마져 저당잡힐까싶어 삼십육계를 쳤다.는 얘기꽃으로 우린 된숨을 진정시켰던 것이다.

경계 아닌 3.8선이 금강산구경을 가로막고 있어 울산바위가 여기에 주저앉은 건 우리에겐 천우신조 행운이라. 아니 울산바위도 금강산 아닌 예 주저앉았기에 더 사랑받을 테다.

 

 

디시 돌계단을 신경 날 세워 밟는다. 은이가 이젠 자꾸 쉬어가겠다고 초콜릿 아닌 쉬는 자유시간을 원한다. 그럼 우리들은 어르고 달래느라 오두방정을 다 쏟아야했다. 꼬맹이 영악키론 어른 뺨치기 일쑤다.

끝말 잇기를 하다 순발력에 허를 찔러 당황케 한 적이 한두번이 어니다. 접때 덕수궁돌담길을 걸을 때도 지쳤던지 꽁무닐 빼며 자꾸 주저앉으려 하는데 마침 엄마손 잡고 가는 꼬맹이가 있었다.

저기 너보다 어린 동생도 잘 걷고 있네?”라고 은근히 충동질을 하자,

저앤 금방 집에서 나왔겠지요.”라고 되받아치는 엉큼한 애였다.

 

 

가까스로 흔들바위 앞 계조암에 내려섰다. 가게에서 초콜릿자유시간을 사서 꼬맹일 달랜다. 가팔라 위험한 계단도 이젠 그리 많진 않다. 해도 자꾸 꽁무닐 뺀다. 이유 같잖은 오만 어리광을 다 피우면서~!

계조암은 신라진덕여왕(652)때 자장(慈藏)율사가 신흥사의 전신인 향성사(香城寺)와 함께 창건하였단다. 그 후 동산(東山각지(覺知봉정(鳳頂)고승이 은거하다, 원효(元曉)와 의상(義湘)스님께서 수도하였으므로 계조암이라 불리게 되었다.

 

-계조암 & 울산바위-

거대한 자연의 석굴사원(아미타불상과 나반존자상을 모셨다)으로 구조가 독특하여 수도승들의 수행처로 회자됐다. 경내에 있는 석간수와 흔들바위, 식당암(食堂庵)이라는 반석이 유명하다.

흔들바위 앞 마당바위에서 한참을 뭉그적대다 하산한다. 자꾸 주저앉는 은이를 내가 등에 업기를 두 번 하며 신흥사경내에 도착했을 땐 다섯 시 반이 넘었었다.

 

-한량한 산보짓으로 울산바윌 정복한 폼새-

꿈도 꾸질 안했던 울산바위등정은 정작 꼬맹이가 선도를 하였고 초죽음된 것도 어른들이였다. 어제까지도 이글댔던 땡볕이 오늘은 구름에 묻혀 은이의 울산바위등정을 응원한 셈이다.

애초엔 흔들바위를 향하다가 은이 땜에 포기하게 되면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정을 오르자고 했던 오늘의 일정 이였다.

 

 

숙면보다 더한 피로회복재는 없다. 민주는 귀가하자마자 코를 곤다. 스펀지바닥운동화를 싣고 울산바윌 오르내리느라 얼마나 안간힘을 쏟았던지 장단지가 아팠단다. 골프를 배우겠다고 열심 하다가 갈비뼈 손상이란 부상으로 근신한지 얼마만인데?

안쓰러웠다.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리하겠지?

2015.06.20

 

 

셋째 날-영랑호&동명항(6학년졸업반 할머니의 행복)

 

-엑스포타워-

늦잠 안자는 게 비정상일 테다. 어제 울산바위와 일곱 시간동안 사투를 벌렸었는데 일찍 기상한다는 것은 기적이겠다. 어제 못 탄 케이블카타고 권금정 오르는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어제 밤 리조트주차장은 초만원이라 객실이 꽉 찼단 증거다.

메르스 탓에 관광객들이 줄었나 싶었는데 주말이다 보니 메르스공포는 딴 나라 난리인가 싶다. 그래 정오쯤에 가보나마나 케이블승차장은 줄선 꼬리가 안보일 테다.

 

-권금정의 외설악-

언제 권금정 오르고, 영랑호를 산책하고 동명항에서 횟감에 술 한 잔 걸칠 여유가 있겠나?

11시에 체크아웃하고 아점을 먹고 영랑호를 찾아들었을 때는 오후1시가 지났다. 전라도도, 분당에도 간헐적이나마 빗발이 날린다는 뉴스에도 속초는 푹푹 찐다.

 

-영랑호-

그래도 영랑호는 만수다. 푸른 호반은 초록수풀을 휘두르고 잔잔한 바람결에 춤 사위질 하느라 은빛 물비늘 일구고 있다. 햇살이 빗발처럼 쏟아져 물비늘파도를 탄다. 그 파도가 호숫가벚나무 가지를 올라타자 졸던 바람이 일어 앵아가 우박인양 떨어진다.

은이가 앵아를 주워 입속에 넣자 입술은 금방 선지피로 물들었다.    뿐이랴!  티셔츠에 핏물 한 방울~ 낭패해 어쩌질 못한다.  눈부신 초하의 정열이 농익어가는 영랑호반은 사뭇 우릴 세상에서 가장 한량한 선남선녀로 탈바꿈시키나 싶은 거였다.

 

 

드넓은 호수와 공원은 우리가족만의 별천지가 됐다. 이 영랑호가 언제부터 신세계그룹 소유물이 됐나? 아니 삼성패밀리들이 소유한 땅덩어리와 금고는 우리나라 얼마쯤을 소유했을까?

삼성공화국은 어쩜 대한민국정부보다 권세가 막강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이번 메르스공포 속에서 가늠 질해봤다. 우리나라재벌은 왜 존경받는 기업이길 등한할까? 아니다, 일찍이 유한양행의 유일한박사도 있긴 하다. 

 

 

활어에 입가심을 하며 바닷가를 거닐자고 동명항을 찾았다. 메르스에 손님이 줄어 울상이라면서도 활어횟감은 우라지게 비쌌다. 땡볕에 달군 영금정방파재도 열섬 탓인지 메르스 땜인지 썰렁하다.

탱탱한 폭염 속에 곱사등 강태공이 푸른 수면을 향해 던지는 낚싯줄이 햇빛을 가르고 포물선만 그릴뿐 고긴 입질을 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신이나질 안했다. 은이가 땡볕이 싫어선지 입술이 댓 자나 튀어나왔다.

 

-영금정의 고독을 낚는 강태공-

건너편 자연박물관까지 이어진 방파재를 거닐며 해변을 산책한다는 것도 춘일몽이 됐고, 엷은 해무에 졸고 있는 조도를 향해 대답 없는 망부손짓만 하다 돌아섰다. 

그나저나 여길, 속초를 떠나야한다. 귀경행렬이 또 얼마나한 채증으로 애간장을 녹일지 상상이 안 된다. 메르스는 이곳 상인들의 엄살 속에서 존재하는가 싶게 먹거리장엔 인파로 발 디딜 자리가 없기 일쑤였다.

 

-활어시장에 입성한 오토바이족들-

관광수산시장 변두리 S자로 굽이친 골목길 벽에 삐뚤빼뚤 지렁이 기어가듯 써놓은 감자옹심이집의 음식은 찾기 힘든 만큼 각별하고, 초라하기 짝 없음을 여지없이 뭉겨버리는 맛깔과 저렴함으로 우릴 기쁘고 포만감에 빠지게 했다.

예순 몇? 아니 6학년 졸업반일 할머니는 혼자 살림방에 테이블 네 개를 넣고 손수 빚어 올리는 감자옹심이는 깔끔하고 담백했다. 젊었을 땐 시장에서 버젓이 식당을 운영했었는데 늙어 들어앉았단다.

 

-고기 대신 낚시줄에 끌려오는 속초항-

토종감자를 분쇄 으깨어 백 프로 녹말가루만을 손 반죽해 끓여냈다. 그 쫄깃쫄깃하고 야들야들하며 시원한 옹심이 맛에 단골손님들의 전화등살에 손을 놓질 못하고 있단다. 그래 감자옹심이 딱 하나의 메뉴를 오늘 팔양만 빚어 단골들을 맞고 있었다. (T, 832-8311)

속초감자옹심이 원조인 셈이다. 머니 나이 드심이 아까웠다. 낼 모래 졸업반일 할머니의 하루는 어떤 삶이 참 행복일지를 말해주나 싶었다.

 

-영금정전망대와 해돋이정자-

자신의 손길을 기대하며 찾는 이들이 그 손맛에 즐거워하고, 그 손맛을 제공하느라 하루를 깡그리 정성껏 살며 흐뭇해하는 할머니의 행복이 선연해서였다.

늙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손길을 기다리는 지인들의 성화가 목말라 한다는 삶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생활이 아닌 것이다.

할머니의 건승을 기원하며 춘천-서울고속도로의 정체 속 귀가길 짜증을 좀은 잊을 수가 있었다.         

2015.06.21

 

-울산바위 원경 (귀로에서)-

 

 -인제 풍력발전-

 -리조트 야영장-

 

 -신흥사입구의 쌍전나무-

 

 

 -부도-

 -내심암입구-

 

 

 

 

 

 

 -계조암입구-

 

 

 

 

 

 

 -정상에서 인증샷-

 

 

 

 

 

 

 

 

 

 

 

 -조도와 등대-

 

-감자옹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