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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박3일 섬여행 - 영종`신`시`모도

2박3일 섬여행 - 영종·신·시·모도

17일pm2시, 공항철도를 이용한 우린(아내와 둘째) 인천공항3층7번 게이트에서 오션사이드호텔의 셔틀버스를 탔다. 5분쯤 걸린 호텔은 삼류쯤 될까? 미리 도착한 셋째가 체크인 해놔서 601호실에 여장만 풀면 됐다. 풀었다가 아니라 던져놓고 인근 용유해변으로 달렸다.

방풍림소나무 숲은 텐트 숲으로 탈바꿈한 채였고 인파에 놀란 바닷물은 수평선쪽으로 달아나 보석처럼 빛나는 모래벌이 텐트족에 점령당했다.

바닷물과 사람의 밀고 당기기 싸움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인파에 놀라 물빠진 바다의 민낯 - 은빛모래에 길쭉한 실루엣을 남기며 억세게 재수 없는 바다생물 생포에 나선 우린 억세게 재수 좋았던지 손 갈퀴질로 조개와 생합, 갯우렁이와 게 새끼 몇 마리를 건졌는데, 여섯 살배기 강은이는 집게발 들고 달려드는 게의 공세에 놀라 괴성을 질러대며 엉덩이방아를 찧으면서도 거푸 즐기는 거였다.

 

난생 처음 바다세계에 발 들여놓은 꼬마가 공포의 신비를 즐기며 모든 무서움이 결코 무서운 것만은 아니란 걸 체험하는 거였다. 살면서 가장 아찔한 재미는 공포를 즐기는 짜릿함이다.

바다의 순수는 우리를 원초의 질감에 푹 빠져들게 하는 노스탈자의 항구에 인도한다. 우린 잠시일망정 한없는 망중한에 머물게 하는 그 오롯한 바다의 선물 땜에 깨 벗고 바다에 뛰어드는지 모른다.

 

이윽고 저녁노을에 불붙은 어촌식당가는 불야성을 이뤄가고, 밀물에 쫓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불붙은 집안으로 들어가 그 유명한 조개구이에 또 한 번 취몽한다.

우리식구 여섯이 조개구이와 찜으로 배를 채우고 10시쯤 나선 밖의 풍정은 왜 그리 스산하고 어두침침한지?

저녁때 우릴 뒤쫓던 밀물이 어촌까지 휩쓸고 간 듯 불 꺼진 식당가는 썰렁했다. 불과 두서너 시간 사이에 말이다.

영종도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 대게가 당일치기 손님들이어서 밤10시 이후엔 파시의 썰렁함이 만연한단다.

18일am10시, 신도행 삼목선착장은 자동차행렬의 끝이 안보였다. 여객선은 만석(滿席) 아닌 만차(滿車)만 되면 출항하기에 주말엔 시간표가 없다.

어제 밤, 호텔안내에 도선시간을 문의했을 때 ‘가면 안다’고 모호한 대답을 해 불쾌했었는데 여길 와 보니 프런트의 단답을 알게 됐다.

삼목항에선 신도와 모도행 여객선이 출발하는데 등산장비를 갖춘 산꾼들의 모습도 많았다. 섬들이 워낙 작아서 하루에 한 섬을 훑는 트레킹으로 딱 이어서 굳이 승용차를 도선할 이윤 없단다.

또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항고속철를 이용 운서역에서 내리면 이곳 선착장을 왕복하는 버스가 있어 섬트레킹할 교통편은 훌륭한 편이라 구미가 당겼다.

문명의 때 덜 탄 순수의 섬 속살을 후비며 창해의 넉넉한 품에 미진했던 일상의 찌거기를 내려놓고, 어슬렁거리며 게으름 한껏 피우는 트레킹의 맛이 어떨거란 건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출항 10분이면 신도에 닿았다. 그 10여분의 시공간을 미치게 하는 건 갈매기의 곡예라.

손님이 던지는 새우깡을 낚아채려 죽기살기로 가미가제식 비행을 하는 갈매기의 서커스를 보노라면 생존의 처절함에 숙연해진다.

이곳의 갈매기는 주말을 알고 학수고대하며 토착민을 우숩게(?) 안다는 거다.

평일 섬 주민들이 탄 배는 개 닭 보듯 하다가 주말이 되면 인근의 갈매기는 죄다 모여든다는 거다. 놈들에게 관광객은 봉인 것이다.

새우깡으로 놈들을 꼬셔 묘기를 보겠다는 우리들이 놈들에겐 별미를 제공하는 봉이라니 아이로니컬해졌다.

섬은 이제 어촌이길 거부하고 있는 성싶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난도질당하고 있으며, 승용차는 고샅 빈터를 점령 한 채 펜션과 민박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말쑥한 집들은 도회의 변방이 됐다.

아마 어부들도  바다에서 건지는 비린내 나는 돈 보단 관공객의 호주머니속의 지분냄새와 눈꼽 묻은 돈 낚기가 더 소홀한 땜일까? 해서 바다를 업수이여기는 탓일까? 해안은 멍들고 있었다.

신도를 일주하는 드라이브에 이어 연육교를 질러 시도에 들어서 우측으로 5분쯤 어슬렁거리면 드라마 ‘슬픈연가’의 세트장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이국풍의 별장은 푸른바다와 소나무를 에두르고 있어 기막힌 엽서 한 장으로 다가선다.

허나 건물은 헐었고 내부는 폐허가 돼가고 있어 지자체의 방치가 아쉬웠다. 2층의 그랜드 피아노앞에 앉은 강은이는 전혀 슬프지 않는 ‘슬픈연가’를 연주했다. 바로 절벽아래 해안과 좀 떨어진 해수욕장을 연계한 쉼터로 손질함 절경일 텐데 하는 아까움 말이다.

낚시터가 된 노루메기연해교를 건너면 모도다. 조각공원에 매미꾸미카페를 찾아갔는데 1인당 입장료2천원은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했었다.

비포장 황톳길은 섬의 민낯인가 싶어 엉덩이방아를 찧으면서도 맘은 들떠있었는데 막상 들어선 공원의 초라함이란 실망이 아니라 후회였다.

세상에 이런 조각공원도 있고, 더구나 입장료까지 챙기니 우릴 봉으로 여기나 싶어 갈매기 생각이 났다.

갈매긴 치열한 생의 퍼포먼스로 즐거운 감회를 주지만 조각공원은 우리의 호주머니만 노리는 날강도짓으로 봉노릇만 한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작은 섬인 시도와 모도의 예측불능의 변화와 돈벌이 행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관광객들은 갈매기한테는 착한 봉 노릇 자진해 할 테지만 토착민들에겐 어림없을 게다.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에 뜬 맛집을 찾아 ‘장어구이 집’을 찾아갔는데 고속도변의 커다란 입간판처럼 ‘++장어구이’간판을 앞새우고 있었는데 속내는 엉뚱하게도 장어구이는 없고 추어탕으로 대신했었다.

한갓진 어촌에 있어 이미 찾아온 손님이 장어구일 않는다고 되돌아설 순 없어선지 만원이었다. 나이 지긋한 주인부부는 종업원이 결근했단 핑계로 손님들에게 모든 걸 셀프로 제공했다. 무청실가리만 가득한 짱뚱어탕인지 추어탕인지 별로인 점심을 다시 봉노릇 하며 씹어야했다.

 

실망을 넘어 분노는 저녁식사 때도 이어졌다.

호텔예약하면서 숯불바베큐를 할 수가 있다고 하여 우린 준비를 해왔고 장소 안내를 호텔측에 요청했었다. 근데 그 바베큐장소란 게 귀신도 거들떠보지 않을 쓰레기장 이었다.

몇 년 전에 사용했던지 기구는 녹슬고 먼지는 덕지덕지 낀채 흉물 그 자체였다.  거길 청소해 주겠다고 1인당 2만원씩 지불하란다.

이쯤되면 손님이 봉이 아니라 호구가 된 거였다. 명색이 호텔인데 이럴수가? 였다. 참으로 기가 찬 건 아침에 외출하면서 청소를 부탁했었는데 청소를 하다가 깜박했던지 화장실쓰레기통이 거실에 있는 둥 종잡을 수가 없었다.

침대의 침구도 기상 때의 그대로였지만 깨끗해  위안해야 했다. 하긴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걸 곱씹기에 이골이 난지라 잠자리만 좋으면 괜찮다는 게 나의 나들이지론이다.

 

허나 어제 오늘 호텔에서 마주친 손님대부분이 외국(동남아)분들이던데 그들도 내 생각과 같을까? 잠자리만 깨끗하면 다른 건 아무려면 대수냐.

밤이 깊어갈 수록 빗소리가 요란해진다. 이부자린 깨끗해 봐준다처도 객실 밖 주정꾼들의 야심 난도질 하는 소리까지 창틈으로 크로스오버를 해대니 좀채 잠들기가 고역이다. 호텔창의 방음이 이래서야?

낼은 개고생 끝나고 더구나 봉 노릇 안 해도 될 테니 억지라도 눈을 감자.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의 섬 여행은 생각보단 후줄근한 뒷맛이라 트레킹하고 싶은 생각 싹 가셨다.

2013. 05. 18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