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철쭉제


불암산 철쭉제는 금년에 6회째라는데 나는 오늘 처음 찾았다. 지하철4호선 상계역 2번출구에서 15분거리 힐링타운에 식재된 약 10만 주의 철쭉은 주로 산철쭉과 자산홍이 심어져 다채로운 색깔의 향연을 이룬다. 8400㎡ 규모의 산자락에 촘촘하고 빽빽하게 핀 철쭉이 은근한 연분홍과 진한 선홍빛깔을 층층이 뿜어내 기묘한 그라데이션을 이뤄낸다.


한참을 철쭉꽃 속에 파묻혀 있으면 마치 거대한 선홍빛깔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듯한 착시현상을 느낀다. 축제장엔 쉼터와 카페와 먹거리 부스가 많아 여유롭게 상춘(賞春)을 즐길 수가 있다. 더구나 축제장은 불암산 둘레길과 정상 등산로와 연결돼 산책과 트레킹을 할 수 있어 힐링할 선택지가 많아 봄나들이로 그만이다. 연분홍 철쭉 길과 싱그러운 연둣빛 산책로의 소요의 맛과 멋은 자신의 마음 발길 나름이다.


철쭉꽃은 4~5월에 연분홍색, 진분홍색, 빨간색, 흰색의 꽃이 잎이 나면서 피어 산형꽃차례를 이루고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난다. 내 어릴 때 갓 핀 진달래꽃잎을 씹어먹기도 했는데, 흔희 ‘개꽃’이라고도 불리는 철쭉은 꽃대에 독성이 있어서 철쭉꽃을 많이 먹으면 죽기도 한단다. 때문에 보기만 해도 겁을 내어 척촉(제자리 걸음)한다 하여 양척촉이라 하던 것이 철쭉으로 변한 것이란다.


신라 성덕왕(聖德王)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江陵) 태수(太守)로 부임하러 가다 바위가 병풍처럼 바다를 휘두른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높이가 천길이나 되는 바위벼랑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어 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그것을 보고 말하기를,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은 없는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종자들이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입니다”라고 사양하였다.


그때 한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와 바쳤는데 그 정황을 가사로 지어 옮겼다.
“길가에 소를 끄는 노인이 있어 / 암소 끌고 지나는 이였네 / 수로부인(水路夫人)의 말을 듣고 / 그꽃을 꺾어 바치면서(傍有老翁牽 牸牛而過者 聞夫人言 折其花 亦作歌詞獻之).”
아름다운 수로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벼랑 끝의 꽃을 꺾어 바치는 노인의 순수성을 공감케 하는 ‘헌화가(獻花歌)’다.


순정공의 부인을 왜 수로부인이라 했을꼬? 절세미인을 호위하는 젊은 시종들도 많았는데 죄다 겁쟁이고, 하필 늙은 촌노(村老)가 벼랑 끝에 올라가 철쭉을 꺾어 바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짐짓 나는 철쭉꽃의 어원보다 그게 더 요상하고 뒷얘기가 아리송한 게다. 불암산철쭉은 다음 주에 만개하여 절정을 이루지 싶다. 나는 대충 일별하고 불암산정 트레킹에 들었다. 바위산 불암산은 등산의 묘미를 새록새록 감지케 하는 명산이다. 2026.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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