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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잃어버린 가을 - 해운대해수욕장의 시월

잃어버린 가을 - 해운대해수욕장의 시월

가을장마가 모처럼 빚은 여명

한 달여 만에 부산에 왔다. 회색빛 하늘의 꾸무럭한 해운대날씨는 정녕 가을장마 속을 헤매고 있나싶다. 해운대백사장은 인파만 줄었을 뿐 해수욕복장의 여름미련 족들이 파도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에 남긴 발자국과 낙서를 지우느라 파도는 거품을 내뿜으며 어디 할 테면 해보라고 철부지 인간들을 시험(?)한다. 바다는 그렇게 사람들이 남긴 상처와 오물들을 지우느라 밤낮없이 수고롭다. 때론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 땜에 바다는 괴롭다 못해 노도(怒濤)를 일으켜 태풍으로 혼찌검을 부리곤 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가을에 여명의 백사장을 소요하는 로맨스그레이 - 뒤로 손잡은 팔장은 내가 웨스턴조선(동백섬 앞)을 찍고 돌아올 때도 여전했다

달맞이길 벚나무는 깨 활딱 벗은 채 마지막 남은 고엽(枯葉)을 날릴 가을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은 가을인데 가을 같지 않은 가을장마날씨에 계절이란 약속을 헷갈려하나 싶다. 청명한 날 가을바람에 올라타 마지막여행을 떠나고 싶은 단풍들은 때 아닌 부슬비에 눈물만 짜고 있다. 먼저 떨어진 낙엽들은 기다리다 지처 부엽토가 되는 판에 엇갈린 자연의 질서에 당황하는 벚나무의 행렬이 처연하다. 낙엽도 순서가 있듯 우리들 삶도 약속과 순서가 있고 거기에 기똥차게 맞추는 타이밍의 처세가 있다. 처세의 달인!

백사장에 방사한 문어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우리들의 삶도 약속의 연속선상이다. 약속의 시간이 없는 삶은 없다. 지키든 지키지 않던 간에 약속 땜에 일희일비하며 살아왔고, 그래 그 약속을 사랑했으며 그 기억을 애틋이 그리워한다. 내가 부산에 내려온 이유도 다음 주에 잡힌 두 약속을 보이콧할 수 없어서였다. 하나는 가전 A/S방문이고 또 하나 역시 오피스텔사용 실태파악을 위한 구청(區廳)과의 약속이다. 하필 일정이 내가 서울에 있을 때 잡혀 헛수고한 그들은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가 없단다. 필요주체는 난데 시급성은 그들이라 갑질이 전도된 형세의 약속이다.

신라스테이 옆 하얀건물이 하버타운 옾텔

 암튼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 시간들이 모여 삶이 유지되고, 그런 약속은 우리들을 더욱 유익하고 평온한 일생으로 만들기에 가정과 사회가 무탈하게 발전돼 가는 게다. 그래 누군가와의 흐뭇했던 약속은 기억이란 비타민으로 내일을 살아가게 한다. 나의 약속은 질서로 윤활유가 되어 사회의 동맥이 된다. 오늘은 또 오후에 비가 내린단다. 낙엽을 밟는 청명한 가을날의 소요를 즐길 낭만을 내일로 미뤄야 하나 싶다. 그래 새벽 모래사장 트레킹에 나섰다. 구름사이를 뚫은 여명의 햇살이 바다를 가른다. 윤슬이 잠자는 파도의 얼굴을 비춘다.               2025. 10.

LCT
▲'잠시 쉬어가는 곳' 앞 옛 철도부지의 가을국화▼
▲잠시 쉬어가는 곳(구 해운대역사를 리모델링 했다)▼
피라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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