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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금정산 파리봉 & 솔숲길 트레킹

금정산   파리봉  & 솔숲길 트레킹

▲광명사▼

보름 전의 석불사와 상계봉산행은 부산뜨내기인 내겐 희열과 스릴과 불안을 동시에 절감한 달콤 짭짤한 오랫동안 기억될 트레킹이었다. 초행산길에서 홀로 샛길을 즐기다 초조와 불안감까지 감내했던 건 스릴이 아니라 만용의 체벌(?)이었다. 근데도 기암괴석의 동네 상계봉의 매력에 취한 나는 상계봉 옆의 파리봉 스냅사진을 일별 하다 또 다른 얼굴의 바위상들의 마력에 이끌려 오늘 파리봉산행에 나섰다. 저번에 등정했던 상계봉 코스를 타면 수월할 텐데도 나는 부러 다른 산행코스를 택했다.

▲끝없이 드넓고 울창한 소나무숲은 천혜의 치유 유토피아라!▼

광명사에서 시작한 처녀산행은 우람한 거송(巨松)들의 떼거리에 주눅들 정도로 경외, 감탄의 소요였다. 수십 년 아니 백 여살 넘겼을 거송들이 불과 20미터 앞도 분별 못할 정도로 울울창창 떼 지어 스크럼 짜듯 서 있잖은가! 솔가지와 침엽으로 하늘천막을 친 거송들의 위세에 나는 오늘처럼 왜소하게 느낀 적이 없다. 거의 평지다 싶은 솔밭은 등산로가 따로 있지 않다. 솔밭고샅길은 사통오달이고 군데군데 바위는 자연쉼터다. 골 패인 물길도 있지만 갈수기라 물소리가 없고 대신 솔바람소리가 여백을 흐른다.

3단고로케

전망이 안 보이는 소나무부락에서 고샅길을 헤매다 내가 찾는 ‘아기자기능선’진입로를 찾을 수가 없어 산님 몇 분께 물었지만 신통찮았다. 글다가 약수터방향으로 간다는 산님이 여기 갈림길에서 줄곧 위쪽(?)을 향하면 파리봉 방향일 거란다. 소나무 숲 언덕길을 오른다. 장성한 소나무 떼에 포위된 고적한 산행에 소슬한 기운이 싱그러워 평안하다. 청정한 피톤치드와 여린 솔바람소리가 태곳적 솔숲이란 유토피아를 상상케 했다. 하루 종일 여기 솔숲에서 얼쩡대며 묵상에 빠지는 소요객을 꿈꾼다.

공알바위
개구멍바위

여기 소나무 숲도 정녕 이씨 왕실소유였던 ‘이산(李山)’이었을까? 면적은 얼마나 될까? 부산사람들은 산과 바다와 하천에 둘러싸인 천혜의 보금자리 속의 행운아들이다. 언덕 솔숲 길은 바위와 오리나무들이 하나둘씩 마중물로 나타나 나의 인내를 시험하나 싶다. 짐짓 여기가 ‘아기자기 능선’일까? 반신반의 발길에 뜬금없는 사람소리가 들렸다. 골짝에 절이 있다. 무위사였다. 노스님 두 분께 합장하며 파리봉등산길을 물었다. 절 뒤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면 산성길과 만나니 거기서 남문을 향하란다. 다만 산성까지가 힘들 악산(惡山)이나 산행맛을 즐길 수 있다면서~.

낙락장송의 위용, 광명사뒷산의 소나무동네엔 이딴 놈들이 부지기수다
쌍둥이 바위

스님 말따나 가파른 악산은 스릴과 전망이 좋아 고행을 잊게 한다. 하늘을 찌를 듯 기세등등했던 소나무들은 참나무와 오리나무와 동거하느라 몸뚱이 비틀며 네 활개 친다. 나목(裸木)들이 회색하늘에 그림이 되고, 햇살은 숲 사이를 날름대면서 배낭등허리에 땀을 짜내고-. 현대를 사는 메카니스트들은 진정한 휴식을 찾으러 자연을 찾는다. 가속화되는 기계문명에서의 탈출구로 스마트폰과 전자게임에 매달리지만 핍박한 삶의 해방구는 아니다. 일상의 찌듦을 벗어나는 자아 발견은 고요와 청정 속의 산행순간이란 걸 절감해서다.

무위사 청정대숲이 싱그럽다
▲무위사 뒤 능선은 오리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이 동상이몽을 꿈꾸는 가파른 경쟁지대▼

드뎌 평탄한 산성길에 들어섰고, 산님들과의 조우도 빈번해졌다. 일요일이어서, 봄날이라서 영춘객들 산행이 꼬릴 잇는다. 접때 밟았던 상계봉등로를 다시 걷다가 남문을 통과한다. 남문은 산님들의 쉼터였다. 파리봉 등로는 빡센 데크`계단으로 시작된다. 구릉을 통과하여 마주하는 파리봉은 닭 벼슬동네처럼 넓고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큰 바위덩치는 일가를 이루며 급경사 고샅을 냈다. 그나저나 태곳적 조물주는 무슨 꿍꿍이속으로 산꼭대기에다 바위들을 모아놓았는지? 정상에서의 사위전망이 끝내준다. 고당봉과 낙동강과 화명공원, 해운대와 영도가 알만하다. 시계가 미세먼지 탓인지 뿌옇다.

화명기도원 쪽으로 하산하여 마을버스를 탈 예정이었는데 심난하다. 바위틈새를 이은 급강하 등산로는 해빙기라 위험천만이다.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가는 밧줄은 튼실하지 않은데다 느슨하여 스틱을 번갈아 으지하는 곡예하강이라. 상계봉에 이은 파리봉에서의 하산은 예비지식이 없는 나에게 여간 당황스러운 난코스였다. 해빙기 급경사바위산의 산행은, 더구나 노년의 홀로 산행은 삼가야 된다. 오늘 4시간여의 산행은 낯선 곳의 바위산 상계봉에 이은 파리봉 도전이어서 뿌듯했다. 무위사 두 스님과 파리봉 하산길에 도움을 준 어느 산님께 완등의 기쁨을 전한다.        2025. 03. 09

 

대충 셈해서 12개의 바위가 한덩이 된 거북등걸바위
시루떡바위
식빵바위
남문
▲남문과 서문 이정표를 앞 세운 바위동네 끝머리에서 파리봉행 출구를 못 찾아 헤매느라~~~미련하긴 곰 같았던 내가 한심했다▼
상계봉, 보름 전 닭벼슬바위동네에 맛들려 오늘 파리봉을 향하다 재 상면했다
제1망루
파리봉의 암송의 연애질은 기똥찬 최상위급 이란다
낙동강 건너 김해
▲파리봉 정상 전망대에서의 필자▼
▲통천문▼
▲도룡뇽의 경칩을 축하 하는 까마귀의 비행춤▼
빠개지다 재 결합한 바위
개 이름이 얼른 생각이 안나서~?
공알바위 뒤로 멀리 금정산마루가 보인다
고인돌바위
돌담 쌓은 석공은 국보급 마에스터
▲똥바위와 감시초소▼
금정산 고당봉이 멀 잖다
기도원방죽, 갈수기의 표상일듯
산행코스 = 보라색 선(광명사- 파리봉- 화명기도원, 4시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