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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 갈맷길 욜로10코스-애기소. 화명수목원. 산성마을. 금정산성 서문`동문

2) 갈맷길 욜로10코스-애기소. 화명수목원. 산성마을. 금정산성 서문`동문

 어제 화명생태공원 하이킹에 이은 요로10코스 완주를 위해 숙소를 나섰다. 대천천변 길을 누리길이라고 한다는데 애기소와 화명수목원이란 천혜의 멋진 경관으로 소문이 나서일 테다. 해발400m의 산성마을은 금정산성 서문의 마중물격인 동네로 독특한 정취와 임진왜란 때의 비극을 소화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산골마을이다. 오늘 하이킹할 요로10코스 잔여구간도 내겐 처녀탐방이라 아침부터 마음 설렜다. 장대한 금정산골이 짜내는 대천천은 중류쯤에 너럭바위 두 개를 포개 폭포를 이루고 그 밑에 앙증맞은 소를 만들었다.

화명운동장, 게이트볼장이 서너개쯤 됐다
▲대천▼

애초엔 폭포 소 넓이가 496㎡쯤에 수심도 5m를 넘길 만큼 웅장했으나 지금은 고속철도 터널공사에서 출토된 돌과 흙으로 매몰되어 간신히 소(沼)의 시늉만 내고 있었다. 허나 소가 품은 전설과 풍광은 관광객들에게 회자되어 외진 곳의 물웅덩이를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애기소는 깊은 청정산골의 명경수로 접근하기 난하지만 여름 피서지로, 치유의 쉼터로 최적이지 싶었다. 너럭바위 두 개가 겹쳐 이룬 이단폭포수는 새파란 웅덩이에 곤두박질치면서 재잘재잘 소근 댄다. 휴식하기 딱 좋은 물웅덩이다.

▲애기소와 폭포▼

옛날 대천 산골에 가난하고 착한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애가 없었다. 부부는 대천 이단너럭바위 폭포수에 신선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고 신성한 곳에서 천지신명께 백일기도를 드린다. 기도 마지막 날 기적같이 선녀가 나타나더니 왈, “애를 낳으면 3년 후에 내가 데려갈 텐데 괜찮냐?”고 물었다. 부부는 애를 갖는다는 생각에 ‘예’라고 대답한다. 기도 후 부부에게 생긴 어린애는 튼실하게 잘 자라 3년을 넘겼으나 선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심한 부부는 애를 안고 폭포엘 찾아가 너럭바위 옆에 애를 놔두고 감사기도를 올린다.

기도 후 잠깐 풍정에 눈 팔다가 애기가 사라진 걸 몰랐다. 황망한 부부는 폭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천지신명께 간청한다. "애를 돌려주십시오. 다시는 한눈팔지 않겠습니다.”라고. 그때 폭포 소(沼)옆 바위에서 애기가 울고 있잖은가! 부부는 지극정성으로 애를 잘 키웠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폭포웅덩이를 애기소라 불렀다. 매사에 허튼 생각을 하지 말고 초지진념하라는 선녀의 모습이 폭포수를 타고 승천하고 있었다. 애기소에 얽힌 전설은 사람이 자연을 대하는 경외심과 경계를 어떤 경우든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죽비(竹篦)다.

대천에서 만난 토박이 산님(위)이 아기소를 비롯한 대천의 볼거리를 안내해 줬다. 이 웅덩이는 그분의 전용 소란다

애기소에서 10여분 숲길을 헤치면 화명수목원이다. 수목원정원의 형형색색 가을꽃무리가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 멋진 인공화단 보다 생동감 있는 아름다움은 유치원아들의 단체소풍이었다. 도회의 어린이들이 자연의 숲 보금자리에 깃들어 노는 천진난만한 정경은 평온이 어떤 것인가를 절감케 했다. 숲의 정적인 멋과 동적인 꼬맹이들과의 아름다운 조화가 수목원을 한결 꿈의 동산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늘만 빼곡하게 보이는 깊은 산골짝에 도시의 꼬맹이들이 단체로 보금자리를 찾아들었다는 건 행운이다.

▲애기소에서 수목원을 향하는 숲길은 신바람 나는 하이킹코스다,▼

자연에 동화될 수 있다는 행복은 선택받은 행운인 셈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금정산성서문을 향한다. 수목원 숲 잔등을 넘으면 서문이다. 갈맷길 욜로10코스를 트레킹 하는 10여명의 단체 산님들만 없으면 울창한 숲길은 적막이 흘렀을 테다. 진초록수목들이 파란가을하늘과 스킨십 하느라 우주가 한 뼘으로 오그라들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깃발을 흔드는 우람한 서문 - 해월문(海月門)이 나타난다. 사방이 적요하여 누가 나팔을 불면 전쟁이라도 났나 싶을 텐데 성문누마루에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다.

▲너덜겅지대▼
위 길고양이는 내가 바위에 앉아 쉬자마자 귀신같이 나타나 구걸(?)을 했다. 먹던 사과를 줬더니 냄새 맡다가 슬금슬금 사라졌다. 나보다 더 냉정한 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성인 금정산성(17km)은 문루 4개와 망루 4개소가 있는데 임진왜란 때 제대로 역할도 못했던 허망한 성벽이 되고 말았었다. 도망가기 바빴던 선조와 조정의 무능한 탓이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고 있어도 조정이 무능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문득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제가 명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 다고”라고 실토했던 김건희 여사의 하소연이 생각났다. ‘철없는 오빠’라고 무시당하는 자가 국정을 잡응께 요즘 38선 완충지대가 전쟁불안으로 국민들이 노심초사다.

▲화명수목원▼

오빠는 어컷펏 내지르듯 힘으로 강공하는 전쟁이 진정으로 평화를 담보한다고 믿는 걸까? 힘 있는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과연 평안한가? 피아의 삶터가 초토화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살육되어도 평화인가? 임난 때 죽은 원혼들의 원성이 성벽깃발을 흔들고 있나 싶었다. 산성마을을 향한다. 금정산자락 속 해발400m 분지 하늘아래 동네는 산골마을 티가 사라졌다. 심신산골이 아닌 1천여 명이 살고 있는 대처마실 분위기가 생경하다. 임진왜란 때 산성마을 사람들은 모조리 왜군에 끌려가고 죽임 당한 초토화된 마을이 됐었다.

즐거운 점심시간! 이번엔 뭘 주는지 시선이 일제히 선생님 손으로 쏠렸다

생기봉 아래 공알(宮)바위에서 짜낸 물이 흘러와 공해마을 계곡의 원류가 되고 금성동 산성막걸리로 빚어져 유명토속주가 됐다. 술을 만드는 누룩은 산성마을의 특산물로 한때는 이곳에서 누룩제조용 쌀이 동래·부산지방의 쌀값을 좌우했단다. 산성막걸리의 유명세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마을에 술과 관련된 음식업소가 1백여 곳이나 된다니 천지개벽한 셈이라. 금정산성 서문(西門) - 해월문(海月門)을 향한다. 울창한 숲길은 고즈넉한 산록을 파고 잔등을 넘는데 인적마저 뜸해 치유의 숲길로 그만이다. 구릉에 단출하게 서 있는 서문이 텅 비운 채 나를 맞고 있다.

유리건물은 아열대식물원이다

서문과 동문을 재건할 때 동래부사 정현덕(鄭顯德)은 사제지간인 두 석공을 초치하여 스승에겐 동문을, 제자에겐 서문을 맡겼다. 스승은 장엄하고 거대하게 짓고, 제자는 기술을 바탕한 정교함을 지향하여 스승보다 빨리 멋지고 유용한 서문을 완성했다. 하여 스승이 제자를 시기질투하자 사람들이 스승을 경원하고 제자를 칭송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그런 서문 망루에 올라섰다. 구릉을 커버할 성벽에 깃발이 나붓댄다. 전쟁 때활용하지도 못하고 무너진 성벽 개축하느라 애먼 백성들만 죽어난 비극의 트라우마는 산성마을 막걸리로 씻어냈지 싶었다.

▲트램팻 플라우어▼

낙동강에 비추는 달빛이 강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서정미를 해월문에서 누가 읊었을까! 서문을 빠져나왔다. 동문-관해문(關海門)을 향한다. 2017년 동문을 관해문(關海門), 임진~병자호란 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1702년 경상감사 조태동(趙泰東)이 의하여 축성되었다. 왜구가 주로 동쪽에서 나타나자 동해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속내였다. 남문에 붙여진 명해문(鳴海門)은 금정산 상계봉을 닭으로 여겨 바다 건너 지네 형상의 왜적한테 크게 홰를 치며 호령한다는 뜻이다. 북문에 붙여진 세심문(洗心門)은 금샘의 정기로 마음을 씻고 결의를 다지는 문이라 했다.

대추야자

다음엔 북문을 통과하여 고당봉과 금샘에 올라서고 범어사를 탐방하는 트레킹을 할참이다. 이 코스는 그간 몇 차례 한 탓에 기우 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나이가 들수록 등산은 버거운 일이긴 하지만, 지구력유지는 정신적인 희열과 정서적인 여유로 삶의 활력을 도모케 하나싶다. 도전에 따르는 성취의 자존감은 생활의 지혜로 마음과 육체를 살찌운다. 내가 등산에 빠지는 이유다. 어제에 이은 오늘의 하이킹은 등산이기 보다는 행복에 이르는 소풍길 이었다. 수목원에서 애들이 자연에 깃들 듯이 나도 그랬지 싶다.   2024. 10. 17

부겐빌리아(?)
대자연숲속 보금자리에서 입까지 즐기는 꼬맹이들, 내 어릴적엔 들판 냇가에서 께벗고 물장구쳤는데~! 그 정경이 더 멋있지 싶었다

금정산

금정산 산머리로 올라왔더니

눈앞이 아득하다 태평양물결

큰포부 가슴속에 꿈틀거린다

시에서 언급한 '돌우물 금빛고기'란, 금정산(金井山)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금샘(석정) 전설을 뜻한다. 이 시는 노산 이은상이 1955년에 출판한 시집 <조국강산>에 수록했다.

내 어릴적의 가재잡이에 빠져들었던 고향의 냇가 추억을 소환케 했다
가을 색깔 번지는 플라다나스 가로를 소요하는 산님의 뒤태가 앙상블을 이룬다
▲서문=해월문▼
▲산성마을로 가는 고즈넉한 참나무숲길▼
산성마을, 감나무의 가을이 뭣 보다도 나를 붙잡았다
어느 장년한테 묻자 고당봉이란다. 어째 미덥지가 않했다
'보현정사' 석물글씨가 멋지단 생각을 했다
심산유곡의 암자는 독특한 풍광을 배경한다는 선입견에 부러 찾아 갔지만 대단한 실망(?) 하긴 스님이 절 보고 수양처 삼는가? 내가 미친놈이지~
금송화
▲동문=관해문▼